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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사랑' 김민경, '스케치북 실어증' 강세나로 주연보다 더 유명한 조연 '등극' (캐릭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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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사랑' 김민경, '스케치북 실어증' 강세나로 주연보다 더 유명한 조연 '등극' (캐릭터열전)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5.10.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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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윤정 기자] '이브의 사랑'은 몰라도 ‘강세나’는 안다? 때로는 드라마 자체보다 재미있고 황당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더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2년에 방영됐던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의 박도준(박동빈 분)의 ‘주스 연기’가 그랬다. 극중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박동빈이 먹던 주스를 그대로 컵에 쏟아 부으며 ‘아침드라마의 흔한 리액션’이라는 제목을 달고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브의 사랑’도 주스 장면에 버금가는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평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되는 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강세나를 연기한 김민경이 실어증에 걸려 스케치북을 넘기는 영상은, 각종 SNS에 편집본으로 떠돌며 드라마보다 더 유명한 장면이 됐다.

▲ MBC '이브의 사랑' 강세나 역을 맡은 배우 김민경 [사진 = MBC '이브의 사랑' 화면 캡처]

강세나 역을 맡은 김민경은 드라마에 꼭 필요한 존재인 ‘악녀’ 역할을 누구보다 재미있고 엉뚱하게 풀어내며 ‘주인공’보다 더 유명한 ‘조연’이 됐다. 강세나는 대사마다 일명 ‘다나까’ 말투를 쓰고, 진지한 분위기에서조차 여타 드라마에서의 악녀로부터는 생각해볼 수 없는 엉뚱한 행동을 하며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이에 강세나의 악행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귀엽게까지 다가왔다. 강세나는 가장 유명한 실어증 사건부터 최근에는 진송아(윤세아 분)와의 설전에서 입에 파스를 붙이는 다소 ‘황당한’ 대처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기업에 큰 차질이 생길 ‘설계도’ 문제를 언급하는 윤세아의 추궁을 피하고자 입에 파스를 붙이는 모습은 마치 기분대로 행동하는 어린 아이 같았다.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강세나의 이런 어리숙한 행동들은 측은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벌인 일이 항상 제몫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파스 사건’ 또한 강세나에게 다시 화가 돼 돌아왔다. 강세나는 단순하게 윤세아의 추궁을 피하고자 입에 파스를 붙였지만, 이후 만나게 된 홍대리(김태한 분)에게 파스를 붙인 뒤 비웃으며 회사게시판에 ‘상사의 갑질’이라고 회자될 위기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이에 강세나는 회사 부하직원 앞에서 손을 들고 벌까지 서며 용서를 구하는 행동을 취해 시청자들에게 또 한 번 웃음을 줬다. 그러나 그런 모습 뒤에는 항상 전전긍긍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인간 강세나’에게 측은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강세나는 항상 순간순간만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그래서 늘 제 꾀에 제가 넘어진다. 이는 항상 ‘1등’만 하던 똑똑한 강세나 캐릭터와는 굉장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허당’스러운 매력에 시청자들은 진지한 스토리가 이어지는 드라마에서 놓칠 수 없는 ‘깨알재미’를 느낀다. 강세나는 분명 ‘악한’ 캐릭터지만 ‘악당’ 흉내를 내는 어설픈 행동들로 회사 탈취, 음모와 복수라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소재에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으며 확실한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 MBC '이브의 사랑' 강세나 역을 맡은 배우 김민경 [사진 = MBC '이브의 사랑' 화면 캡처]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강세나가 어리숙한 면을 갖고 있으면서도 속으로는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있는 분명한 ‘악녀’라는 사실이다. 강세나는 윤세아를 위기에 빠트리고, 구인수(이정길 분)의 돈을 횡령하며 구강민(이동하 분)의 연인이었던 진현아(진서연 분)를 물에 빠트려 살해하기도 했다. 심지어 오늘(14일) ‘이브의 사랑’ 방송분에서는 이동혁(안정훈 분)을 납치해 정수기 설계도까지 손에 넣는 모습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드라마에서 이런 나쁜 역할을 찾기도 힘들지만, 하는 행동들은 너무나 어수룩해서 악역 같지 않은 악역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아무리 나쁜 일을 해도 금방 들통이 나는 강세나의 이런 어설픈 면들은 만화 속 캐릭터 같은 느낌까지 준다. 생쥐 ‘제리’와 미워할 수 없는 고양이 ‘톰’의 좌중우돌 추격전을 그린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같은 만화 말이다.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톰과 제리의 소동이, 분에 못 이겨 다리를 물어뜯고 가슴을 치며 소리를 지르는 강세나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한 에피소드들이 연령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톰과 제리’처럼 강세나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쉽고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지난 9월 내부사정으로 MBC ‘이브의 사랑’ 메인PD가 이계준PD에서 이형선PD로 교체되면서 강세나의 캐릭터도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톰과 제리’ 같은 유머러스한 면이 많이 드러났던 예전에 비해 PD 교체 이후에는 ‘악녀’로서의 모습이 더 많이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실어증으로 스케치북을 넘기는 등의 큰 액션은 줄었지만, 여전히 강세나는 ‘씩씩거리는’ 특유의 말투와 행동들을 유지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이것이 오는 30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MBC 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의 강세나가 끝까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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