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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최종예선행 확정' 동기부여 잃었다? 천만에! 슈틸리케의 3가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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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최종예선행 확정' 동기부여 잃었다? 천만에! 슈틸리케의 3가지 전략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3.21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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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부진 선수 기용 공표, 언론 통해 "무실점 강조해달라" 요청, 안산 시민 성원 유도

[안산=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울리 슈틸리케(62)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갓(god)과 슈틸리케를 합쳐 ‘갓틸리케’라 부르는 축구팬들이 많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사를 겪었던 위기의 한국을 재빨리 수습한 것이 최우선 성과다. 국민들은 이름값, 개인적인 연에 의존하지 않고 무명을 과감히 발탁하는 그의 원칙과 소신에 감동을 느꼈다. 이뿐이랴. 언제나 불안에 떨었던 수비를 ‘벽’으로 탈바꿈시켰다.

오는 24일 레바논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7차전, 27일 태국대표팀과 원정 평가전을 앞둔 대표팀이 21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 소집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임무를 수행하게 된 슈틸리케 감독은 “코칭스태프는 열정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힘차게 말문을 열었다.

▲ [안산=스포츠Q 이상민 기자]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 등 소속팀에서 활약이 미진한 선수들을 기용할 것을 공표했다.

한국은 월드컵 2차예선 G조에서 6전 전승(승점 18)으로 이미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다. 목표를 잃기 쉬운 선수단에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 식으로 동기를 부여할까. 그의 답변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지난해 12승 3무 1패의 좋은 성적을 지휘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해답을 갖고 있다.

◆ 이정협-이청용-박주호-김진수를 향한 메시지

“소속팀의 주전이 아닌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어떻게 보답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위기의 멤버가 많다. 이정협(울산 현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 등이 시원치 않다. 지난 14일 명단 발표 현장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솔직히 말해 이정협과 박주호, 김진수 등은 포함되면 안 되는 선수들이다. 경기력 측면만 본다면 이청용도 배제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각자 소속팀들이 리그에서 모두 30경기 이상씩을 치른 가운데 이청용과 김진수는 15경기씩, 박주호는 11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최근 흐름은 더 좋지 않다. 이청용은 6경기 연속, 김진수는 8경기 연속, 박주호는 12경기 연속으로 결장했다. 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임대된 이정협의 경우 K리그 개막 2경기에서 침묵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잘 안다. 그는 “지면 끝인 벼랑 끝 승부인 시점이라도 같은 멤버를 소집했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봐도 무방하다. K리그가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 만일 K리그가 진행 중이었다면 참고할 선수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비록 지금은 부진하지만 지난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이기에 불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정협, 이청용, 박주호, 김진수는 이번 두 경기에 모든 것을 건 것처럼 뛸 것이 분명하다.

▲ [안산=스포츠Q 이상민 기자] 6전 전승으로 최종예선 진출을 이미 확정한 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 있어 열심히 뛸 동기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 무서운 언론플레이 "무실점 기록, 미디어가 적극 써달라"

“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보도해 달라. 선수들이 무실점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경기당 0.2실점으로 FIFA 가맹 209개국 중 최소 실점률 1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9월 3일 라오스전부터 11월 17일 라오스전까지는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중이며 지난해 8월 동아시안컵 북한전 0-0 무승부를 시작으로 11월 라오스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재진이 이 부분을 언급하자마자 “적극적으로 보도해 달라”며 “기록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하겠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상황을 보면 카타르와 우리만이 전승, 일본과 우리만이 무실점 중이다. 전승과 무실점을 동시에 기록 중인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이렇게 좋은 기록들은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카타르는 6승, 27득점 2실점으로 C조 1위, 일본은 5승 1무, 17득점 무실점으로 E조 1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한국은 6승, 23득점 무실점으로 G조 선두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다르다”라는 점을 알려 선수단이 대기록을 이어갈 수 있게끔 언론을 활용하는 치밀함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이번 레바논전에서 실점하지 않을 경우 1970년 이후 46년 만에 8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게 된다. 역대 공동 1위. 오는 27일 벌어지는 태국전에서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다면 9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역대 단독 1위 기록을 쓴다.

▲ [안산=스포츠Q 이상민 기자] 슈틸리케 감독은 무실점 기록을 선수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미디어가 적극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은 물론 안산 시민이 와 스타디움을 가득 채워 에너지를 불어넣기를 희망했다.

◆ 안산 시민 성원 호소, 대표팀 향한 에너지 유도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대학, 여자 등 연령대, 지역, 성별을 막론하고 현장 곳곳을 누비기로 유명하다. 인터뷰에선 농담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사랑을 독차지하는 가장 결정적인 한방은 바로 '팬 사랑'이다. 팬과 함께라면 연탄도 나르고 맥주도 마시는 그는 이번엔 ‘안산 시민’을 콕 집어 언급하며 성원을 호소했다.

그는 “안산은 내가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 때 방문한 곳이다. 경기장이 꽉 들어차 축구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번 경기가 안산에서 열려 공부를 좀 했다. 안산무궁화축구단(경찰청)이 연고지를 이동하면 내년에 시민구단이 생긴다고 들었다. (올스타전의) 그런 열기라면 안산에 생길 팀은 반드시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주 목요일 많은 팬들이 와주셔서 함께 해달라. 안산의 축구사랑이 뜨겁다는 것을 확인해주면 창단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신생팀이 지속적으로 생겨야 한다. 대표팀의 성공이 팀이 생기는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산 시민이 한국 축구를 이끄는 사령탑의 간절한 메시지를 듣고도 스타디움을 찾지 않을 수 있을까. 3만5000명의 뜨거운 관중 앞에서 태극전사들이 느슨해질 수 있을까.

발생할 만한 모든 문제를 철저히 대비해 놓은 슈틸리케의 철저함. 목요일 밤, 축구 축제가 열릴 안산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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