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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공한증의 역설' 이겨도 불안한 한국, 져도 뿌듯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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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공한증의 역설' 이겨도 불안한 한국, 져도 뿌듯한 중국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9.01 2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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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훙보 감독 "선수들이 월드컵 최종예선전 치르는데 한국전이 도움될 것" 자평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이제 공한증은 더이상 얘기하지 말자.3골을 잃고도 중국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중국 축구로선 미래와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국으로서는 이제 공한증 운운하며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볼 때가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3-2로 이겨 승점 3을 따내긴 했지만 많은 숙제를 남겼다.

▲ 지동원(왼쪽)과 정즈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강한 몸싸뭉을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패배를 기록했지만 소중한 자산을 얻어갔다. "경기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가오훙보 감독의 경기 전날 기자회견 발언은 일단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한 번도 최종예선까지 오른 적이 없었다. 극동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과 함께 주름잡는다는 중국 축구의 위상은 추락했다.

바꿔 말하면 중국 축구는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그 경험만 축적된다면 경기력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이번 한국과 중국의 경기는 중국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 3골 잃은 뒤 선수들이 2골 따라가는 집념, 환하게 웃은 중국 감독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국이 3골을 잃은 뒤 2골을 따라갔다는 점이다. 이후에도 중국은 끝까지 한국을 몰아붙이며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애썼다. 중국은 후반 슛은 오히려 한국보다 하나 많은 8개를 때리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가오 감독은 "한국의 경험이 중국을 앞선 경기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90분 동안 보여준 기술, 전술, 투지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며 "다음 경기가 이란전이다. 중국이 이런 큰 경기 경험이 적은데 한국전이 이란전을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연속 3실점할 때 고스란히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반 20분에는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프리킥 상황에서 허둥대다가 정즈의 자책골이 됐고 후반 17분과 19분에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손흥민의 왼쪽 돌파에 어쩔 줄 모르다가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에게 연속골을 내줬다.

▲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뒤엉키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도 전반에 5개의 슛을 기록할 정도로 역습을 폈지만 정확한 슛이 나오지 않아 기회를 놓쳤다. 이런 점이 한국과 중국의 차이였다.

그러나 중국이 2골을 따라가는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이 3골을 넣은 것에 도취된 것도 있었지만 유하이의 왼발 슛이 한국의 골망을 흔든 뒤 하오준민이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 프리킥으로 재차 골문을 열면서 순식간에 1골차로 따라갔다. 한국이 불과 3분 사이에 2골을 기록한 것처럼 중국도 후반 29분과 32분, 3분 사이에 2골을 몰아치며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런 점은 앞으로 중국에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3골을 넣고도 2골을 따라가는, 포기않는 경기력은 향후 한국을 만날 때도 주눅들지 않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다음 경기에서 한국에 승리한다면 이날 경기가 공한증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가오 감독은 "2골을 넣은 것은 자신감에 큰 도움이 됐지만 패배는 아쉽다. 그래도 최근 10여년 사이에 중국 선수들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시간을 달라"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발 '황사'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중국의 순커((왼쪽)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후반 19분 유하이의 만회골이 나오자 공을 들고 바쁘게 하프라인으로 뛰어가고 있다.

◆ 예선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끊긴 한국, 수비 조직력 재점검 필요

반면 한국은 예선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 중국에 의해 끊겼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레바논, 쿠웨이트, 미얀마, 라오스를 맞아 27골을 넣고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당당하게 8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종예선에 올라온 팀들은 하나같이 강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동안 무실점에 도취됐던 수비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는 계기가 됐다.

슈틸리케 감독도 "2골을 내준 것은 아쉽지만 무실점의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앞으로 무실점보다 승점 3을 쌓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점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져 실수가 나왔다. 아직 선수들의 경기력이 정상으로 올라온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풀백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오재석(감바 오사카)은 자신의 원래 위치인 오른쪽 풀백이 아닌 왼쪽 풀백으로 변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전반 20분 선제골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파울을 이끌어내는 활발한 오버래핑이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책도 나왔다.

반면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다소 아쉬웠다. 아직까지 오른쪽 풀백이라는 자리에 100% 충족시키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반에는 무리하게 공을 몰고 가다가 상대 선수에게 공을 뺏겨 위기를 자초했고 후반 27분 실점 상황에서 경고를 받기도 했다.

▲ 이청용이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후반 18분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또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도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한 것도 숙제다. 공격이 물흐르듯 흘러가지 못했다는 것은 쓸데없는 패스가 많거나 밀집 공간으로 무리하게 공을 넣다가 잘리는 경우다. 전반에는 이런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볼 점유율만 보면 7-3 정도로 우리가 앞섰지만 횡패스가 자주 나오면서 공격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상대 밀집 수비로 공간이 많이 나오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좁은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넣다가 상대에 역습을 내줬다.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년의 대장정에서 이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그래도 승점 3을 따낸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어느 경기에서 문제점이 패배의 빌미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3-0이 아닌 3-2 승리가 선수들에게 각성 계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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