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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14] '화장' 임권택 감독 "칸 아쉽고, 김호정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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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14] '화장' 임권택 감독 "칸 아쉽고, 김호정 고맙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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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 용원중기자] 거장 임권택(78)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국내 취재진에 첫 공개됐다.

5일 오후 해운대 영화의전당 월석아트홀에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화장'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노감독은 "남자의 혼란스러운 의식의 추이를 따라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내가 아주 잘 찍어보고 싶었던 것은 뇌종양으로 점차 생명이 사라져 가는 아내를 둔 남편이 매력적인 부하 직원에게 사랑의 마음을 동시에 느끼는 혼란스러움이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명료하게, 영화적으로 표현해내야 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짧고 남성적인 문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데 대해 임 감독은 "김훈 선생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안 되는 것을 하고자 애쓰면서 찍은 영화"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자신의 대표작들인 '천년학' '취화선' '씨받이' '춘향뎐'과 같은 사극이나 '서편제' '길소뜸' '태백산맥' '장군의 아들' 등 시대극을 통해 주로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던 것과 달리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번 '화장'에는 한 인간의 욕망과 고독, 슬픔이 오롯이 담겼다.

이에 대해 "지금껏 구축했던 어떤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내 나이 정도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판단했다. 살아온 세월만큼 세상과 삶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화장'에서 부부로 열연한 안성기와 김호정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오상무(안성기)가 병세가 깊어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 진경(김호정)을 화장실에서 씻겨주는 대목이다. 남편은 그런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만, 아내는 치부를 보여준 수치스러움과 미안함으로 남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여배우 김호정은 참담한 상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자 전라의 성기노출을 마다하지 않으며 열연했다.

"원래는 상반신만 찍으려고 했다. 관객이 감정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전신을 찍으면 이 상황의 리얼리티를 관객에게 아주 농도 짙게 전해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호정씨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습니다. 촬영해보니 정말 좋았다. 이 컷이 관객을 크게 설득하고 있다고 본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호정씨에게 고맙다."

임권택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화장'이 두 번째 편집본이라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화장'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영화제 출품 기한을 맞추고자 평소 스타일과 다르게 빠르게 촬영했으며 편집 기간도 단축했다.

▲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는 임권택 감독
▲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화장' 야외 무대인사에 나선 안성기 김규리 김호정 임권택 감독(왼쪽부터)

“영화 촬영하는 동안에 아프질 않는데 한달 정도 아팠다. 영화를 칸영화제에 출품했는데 관심 밖으로 밀려나가면서 난처해졌다. 영화제에 보낸 게 너무 졸속이었다. 떨어지는 작품을 기한 안에 내고 본선에 들면 다시 작업해서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통하지 않았다.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다시 한 번 편집해보자고 해서 받아들였는데 꽤 정돈됐고, 산뜻하게 나왔다.”

103번째 영화 연출 계획에 대한 질문에 임 감독은 "흥행도 안 되는 감독이 작품을 많이 찍을 수 있겠나. 쉬엄쉬엄 할 생각"이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앞서 '화장'은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33회 벤쿠버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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