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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닥공'에 '닥수' 더한 완전체 결정판, 전북현대 정상신화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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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닥공'에 '닥수' 더한 완전체 결정판, 전북현대 정상신화 시즌3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8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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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최다 득점에 최소 실점,3년만에 K리그 클래식 우승…개막 직전 '1강'으로 꼽힌 이유 증명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가 다시 한번 우승 축포를 쏘아올렸다.

전북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27분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선제 결승골과 후반 4분 레오나르도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승기의 추가골, 후반 41분 이상협의 쐐기골로 제주를 3-0으로 꺾었다.

34라운드까지 승점 71을 기록하며 2위 수원 삼성(승점 61)에 승점 10 앞섰던 전북은 승점 74를 기록함으로써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세번째 별을 달았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3년만에 거둔 K리그 우승이다.

전북과 승점차가 13이 된 수원은 35라운드인 FC 서울과 슈퍼매치부터 38라운드까지 4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전북의 승점 74를 넘어설 수 없다.

▲ 전북 현대 선수단이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3-0으로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관중석 앞에서 우승 기념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전북의 우승 축포는 레오나르도에서 시작됐다. 레오나르도는 아크 정면 35m 지점에서 통렬한 오른발 슛으로 제주의 골망을 거세게 흔들렸다. 제주의 수비벽이 없는 공간을 공략한 것이었다.

전북의 우승에 쐐기를 박는 이승기의 골은 레오나르도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슬쩍 올려준 로빙 패스를 그대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이상협은 김기희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 패스를 문전으로 달려들면서 슬라이딩 슛으로 우승을 자축하는 쐐기포를 작렬했다.

◆ 철옹성이 된 전주성, 최소 실점팀으로 재탄생하다

전북은 잘 알려져있듯이 '닥공(닥치고 공격)'의 팀이다. 전북은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정규리그 28경기에서 59골을 넣으며 경기당 평균 2골이 넘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또 2011년에도 30경기에서 67골을 기록하며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북의 닥공은 그야말로 다른 팀들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전북의 수비는 다른 팀에 비해 인상적이지 못했다. 물론 실점이 많은 것은 아니었기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격력이 워낙 좋다보니 수비력이 상대적으로 가려진 부분도 없지 않다. 그래도 전북을 두고 수비도 강한 팀이라고는 평가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 김남일(왼쪽에서 두번째)이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치열한 볼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최강희 감독도 "수비에서 뚫리면 공격으로 만회하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수비에서 약간 문제가 있더라도 공격으로 뚫어내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었고 이 때문에 '닥공'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전북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소 실점까지 차지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북은 최다 득점은 물론이고 최소 실점까지 달성했다.

최강희 감독은 '닥공'에 '닥치고 수비(닥수)'까지 이식시켰다. 강한 창과 탄탄한 방패를 동시에 구축했다. 최강희 감독의 실리축구는 K리그 클래식을 지배했다.

전북은 35라운드까지 치르면서 57골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2골이 넘는 득점력은 약간 떨어졌다. 하지만 실점이 20골에 불과하다. 아직 35라운드 일정을 보내지 않은 서울의 실점이 25골이다. 그만큼 '전주성'이 철옹성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전북은 클린시트(무실점 경기)가 35경기 가운데 22경기나 된다. 올 시즌 포항과 4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진 것을 제외하고는 1, 2골 정도를 내준 것이 전부다. 강한 창과 탄탄한 방패를 동시에 갖춘 것이다.

전북의 진정한 강력함은 최근 7연승을 거두는 과정에 있었다. 지난달 1일 제주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 35라운드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7경기에서 승점 21을 쌓으면서 2위권과 승점차가 더욱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북의 독주에는 단연 수비력이 있었다.

▲ 레오나르도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 그래도 닥공은 영원하다, 한교원·이승기·레오나르도·카이오 맹활약

현재 전북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역시 이동국이다.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이동국은 13골을 넣었다. 하지만 이동국만 득점력을 발휘했다면 전북은 결코 강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전북의 최고 강점은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득점을 한다는데 있다.

이 가운데 올 시즌 전북에 합류한 한교원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다. 전반기를 2위로 마쳤던 전북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신형민의 합류와 함께 힘을 얻기 시작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를 달리면서 21골을 폭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교원이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5골 6도움을 기록한 이동국과 함께 전북의 공격력을 이끌었다.

한교원은 전북에서 이동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10골을 넣었다.

외국인 선수 카이오가 8골, 레오나르도가 6골을 넣었고 이승기 역시 5골로 그 뒤를 받쳤다. 어떤 선수든 골을 넣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 전북의 닥공은 역시 살아 있었다.

▲ 전북 현대 이승기(오른쪽에서 두번째)가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후반 두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여기에 적지 않은 선수들이 도움을 올린 것도 주목할만하다.

레오나르도는 35라운드 제주전에서 9번째 도움을 올리면서 카타르 리그로 떠난 이명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수가 많아 아직 도움 2위이긴 하지만 남은 3경기에서 도움 하나만 추가하면 어시스트 1위에 오르게 된다.

여기에 이승기도 8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2위권에 위치해 있다. 이동국도 6개의 어시스트를 올리며 올 시즌 19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재성, 한교원도 3개씩 도움을 올렸다.

◆ 중앙에서 확실히 잡아준 노장 김남일과 신형민

전북이 공격과 수비에서 확실하게 강해진 것에는 김남일을 빼고 얘기할 수 없다. 김남일은 부상 때문에 한동안 출전하지 못했지만 월드컵 휴식기 이후 부상에서 완쾌된 뒤 중앙에서 전북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특히 김남일은 단순히 수비만 잘하는 미드필더에서 골도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남일은 올시즌 김동찬, 정혁 등과 함께 2골을 넣었다.

김남일은 지난 9월 14일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으로 골을 넣으면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김남일은 3763일만에 골을 넣었고 전북은 이 골로 선두를 탈환했다. 그리고 전북은 줄곧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독주했다.

김남일은 수원과 33라운드 경기에서도 자신의 두번째 골을 넣었다.

24라운드부터 35라운드까지 전북은 9승 3무로 12경기 연속 무패를 질주했다. 12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고작 3골이었고 득점은 17골을 넣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김남일이 있었다.

▲ 최강희 전북 감독(왼쪽)과 김남일이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3-0으로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또 신형민 역시 김남일과 함께 중원을 지배했다. 신형민의 영입은 올시즌 전북의 '신의 한수'라고 불릴 정도다.

최강희 감독은 "축구에는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있는데 김남일과 신형민이 중원을 확실하게 지배해주면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김남일과 신형민이라는 두 개의 진공청소기가 있으니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강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 완전체의 결정판, 전북의 더블 스쿼드

전북은 올시즌을 준비하면서 '폭풍 영입'에 나섰다. K리그 클래식의 선수 영입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전북은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김남일을 비롯해 한교원과 이상협, 김인성, 이승렬 등이 합류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신형민이 들어왔다.

전북이 시즌 개막 직전 대부분 감독으로부터 '1강'으로 꼽혔던 것도 대규모 영입을 통해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 전북 현대 선수단이 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3-0으로 승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관중석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완전체로 거듭난 전북의 다음 시즌 목표는 단연 아시아 정상 정복이다. 전북은 '닥공'을 앞세워 2009년부터 올해까지 여섯 시즌 동안 세 차례나 우승하긴 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2011년 결승까지 올라 정상을 노렸지만 알 사드의 더티 플레이에 울었다. 또 이후에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약진에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그러나 닥공과 탄탄한 수비까지 갖추면서 전북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이동국과 김남일 등 노장이 적지 않지만 이승기 등 어린 선수들도 많기 때문에 전북의 2015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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