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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패션왕' 안재현 "난 모델이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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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패션왕' 안재현 "난 모델이자 배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1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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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만추의 정취가 흐드러진 감고당길, 정갈한 카페에서 모델 겸 배우 안재현(27)을 만났다. 연기자로 터닝한지 ‘고작 아니 벌써’ 1년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동생 윤재로 툭 튀어나와 ‘너희들은 포위됐다’, 케이블채널 예능프로 ‘엠카운트다운’ 진행, 영화 ‘패션왕’(11월6일 개봉)과 내년 3월 개봉될 중국 로맨스영화 ‘웨딩바이블’까지 활동반경이 꽤나 넓다.

 

◆ 인기웹툰 원작 영화 '패션왕'서 기안고 황태자 김원호 연기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패션왕’은 지방 고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우기명(주원)이 학교폭력을 피해 서울의 기안고로 전학온 뒤 ‘절대 간지’에 눈뜨며 당당한 청춘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만화적 상상력을 덧대 코믹하게 그려낸다. 안재현은 우기명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기안고 황태자 김원호 역을 맡았다. 외모, 스타일, 부와 인기를 모두 갖춘 완벽남이다.

“10대 공감 소재의 영화지만 다른 세대가 봐도 공감하거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빵셔틀을 당하는 기명이 왕따라는 사회적 약자를 표현했다면, 원호는 성적 지상주의, 물신주의로 치닫는 삭막한 가족관계의 희생자이자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10대 청소년이에요. 둘 다 상처 많은 학생인 거죠. 유쾌하게 관람하면 한없이 유쾌할 수 있지만 사회 구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가족영화라 중장년 관객들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만화적 요소는 관객을 당황시키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고요.”

특이하게 자신이 맡은 원호보다 주인공 기명을 먼저 생각했다. 가난한 자가 부자를 이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기명은 원호라는 견고한 사회를 깨부쉈다. 반전의 쾌감을 증폭하기 위해선 영화 초반에 기명은 불쌍해 보여야 하고, 이를 받쳐주기 위해 기명을 조금 더 차갑고 불편한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 주연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로 스스로 포지셔닝

“드라마 ‘너포위’ 때도 차승원 선배님을 비롯해 이승기, 고아라 등 주연 배우들의 매력이 무엇인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 지를 더 고민했어요. 강력계 신입형사 태일은 유들유들하면서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중간다리 역할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죠. 원호도 그랬어요. 기명이 성장할수록 관객의 통쾌함이 더 커지니까 나를 그 정도에 포지셔닝 하는데 주력한 거죠. 만약 원호가 주연이었으면 애절함이 더 그러졌겠죠.”

모델 시절에도 그랬다. 패션화보를 촬영할 때도 카메라 응시한 사진이 별로 없다. 자신의 얼굴보다 한 폭의 그림처럼 배경과 의상이 잘 살려지길 원했다. 카페 창밖 풍경을 응시하던 그는 “뭐하나 포인트 되는 건 없지만 너무 아름답잖아요”라며 “내 얼굴이 잘 나오는 것보다 이 옷을 얼마나 어울리게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듯”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원호 캐릭터에 옷을 하나씩 입혀나가면서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보탰다. 안재현 역시 학창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느라 혼자서 밥해먹고 스스로를 챙겨야 했다. 그래서 외로운 원호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의 자기방어 기제를 극대화해서 악역처럼 만들어갔다. 극중 기명 어머니의 “미안하다”, 원호 아버지의 “못난 놈”이란 대사에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음을 절감했다. 사랑하지만 못해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 '별그대' 후반부에 '패션왕' 겹치기 촬영…색깔 다른 고교생 연기

‘별그대’의 윤재나 ‘패션왕’의 기명 모두 고교생이다. 특히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겹쳐서 촬영됐다. 동안인 덕에 교복 입은 안재현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이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다. 사춘기 특유의 좌충우돌, 반항적인 윤재와 싸늘한 원호는 다르지만 안재현의 시크한 분위기는 관통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에피소드는 불과 10년 전에 겪었던 상황이라 어려움이 없죠. ‘패션왕’에서처럼 학생들이 명품 패딩을 사고 싶어하는 마음도 잘 알고요.(웃음) 학생 역할을 맡으면 촬영장 분위기가 밝아져요. 젊은 배우들끼리 좋은 에너지를 내면서 유쾌해지죠. 그러다보면 장면의 오글거림이나 코믹함에 휘둘리지 않은 채 연기를 하게 되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별그대’와 겹쳐서 힘들긴 했지만 배움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시간과의 싸움이라 압박이 큰 드라마는 순발력을 키워줬고, 한 장면에 대한 감정을 길게 끌어갈 수 있는 영화는 호흡과 디테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무엇보다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의 배우, 인지도 없는 신인임에도 강렬한 캐릭터를 주고 한 식구로 보듬어준 감독, 배급사 그리고 배우들에게까지 너무 감사했다.

 

◆ 동갑내기 김수현 주원과 연기하며 영감, 자극얻어

“김수현, 주원씨 모두 저와 동갑내기예요. 그들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고 궁금했는데 만족스럽죠. 수현은 눈빛이 굉장히 매력적이라 눈으로 모든 걸 얘기해요. 연기 폭이 넓은 주원은 부드러움 속에 열정이 흐르고요. 하루 24시간 내내 연기 생각만 하더라고요. 두 친구 덕에 많은 자극을 얻게 돼요.”

‘패션왕’에서 기명과 원호는 최고의 모델을 고르는 ‘패션킹’ 대회에 출전한다. 극중 눈길을 붙드는 다양한 의상이 등장하고, 워킹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모델 출신이라 어드벤티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노”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원호가 프로모델이 아니고 단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 오히려 연기 측면으로 많이 다가갔어요. 대신 스태프와 패션 관련 회의는 많이 했죠. 의상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해서 영화에 등장하는 원호의 의상 가운데 절반은 제 옷이에요. 그만큼 저도 열정을 보였죠.”

 

◆ '기대되는 배우' 위해 매순간 충실하고파

모델이 되기 전까지는 너무나 평범하게 다녔다. 모델링은 막연하게 키(186cm)가 크니까 잡지에 나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점점 패션계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면서부터 직업에 대한 열정이 생겼고 “모델로써 끝을 봐야겠구나”란 욕심을 품게 됐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보자’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매진한 결과 목표를 이뤘을 시점에 연기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모델과 배우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영어와 수학처럼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모델이 개인 작업이라면 연기는 철저한 협업이고, 참여하는 기간의 차이도 있고요. 아무래도 오래 일해 와서인지 현장이 편한 건 모델이지만 연기에서 오는 만족감은 1년 벼농사를 한 기분이에요. 모델은 수확한 쌀로 밥을 짓는 느낌? 제겐 둘 다 필요한 영역이에요.”

요즘 그가 세운 목표는 “오늘에 충실하자”다. 매 순간이 중요하고, 그 순간들이 배우 안재현을 만들어줄 거라고 여겨서다. 멀리 내다봐서는 ‘기대되는 배우’가 꿈이다. 대중은 자신에게 시크한 매력을 원하지만 그런 모습 외에도 자상함과 부드러움, 홍콩배우 주성치의 망가짐과 코믹함을 몽땅 드러내고프다.

“늘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대 이상의 작품을 만나게 돼서 ‘폐 끼치면 안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여러 모로 부족하니까 급한 마음에 망친 경우도 많았고요. 이젠 릴렉스하면서 일하려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서 ‘간지’에 대한 생각도 새롭게 품게 됐어요. 간지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원호 주위에 사람이 한명도 안 남은 반면 기명 주위엔 많듯이.”

 

[취재후기] 모델인 그가 주는 패션 팁은? 댄디한 긴팔 남방에 데님팬츠다. 어디를 가든 어울리는 복장을 선호한다는 그의 효율적인 스타일링 법이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란 말이 있듯이 보편적이면서 깔끔한 패션을 그 역시 좋아한다. “레이어링을 잘 하면 멋진 패션이 되지만 자신이 없다면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입는 게 좋아요. 새하얀 게 제일 예쁜 것처럼 오히려 심심한 게 더 낫죠.”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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