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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공인한 오뚝이 윤규진 '중무리' 투혼, 올해는 예고편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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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공인한 오뚝이 윤규진 '중무리' 투혼, 올해는 예고편일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03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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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제정 '재기선수상' 수상 "받을 상 아닌데 받아 부끄러워, 목표는 우승 방어율 낮출 것"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받을 상이 아닌 것 같은데...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야구 선후배와 동료들은 잘 알고 있었다. 3년의 공백을 깨고 건강하게 돌아와 싱싱한 공을 뿌려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2014년 선수들이 꼽은 최고의 부활 주인공은 윤규진(30·한화)이었다.

윤규진은 2일 서울 강남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제정 제2회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시상식에서 재기선수상을 수상했다. 30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받은 그는 “선수들이 주는 상이라 영광스럽다”는 짧은 수상 소감을 남기고 쑥스러운 듯 빠르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윤규진이 2일 2014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재기선수상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우완 윤규진의 올해 성적은 7승2패 9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36. 그리 빼어난 기록은 아니었지만 동료들은 최하위 한화에서 고군분투한 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윤규진 역시 “상을 받을 기록은 아닌 것 같다”며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널뛰기 성적, 필승조로 컴백한 윤규진 

대전고를 졸업하고 2003년 2차 2라운드 13순위로 고향팀에 입단한 윤규진은 데뷔 2년차인 2004년부터 2년간 각각 28경기, 53경기에 나서 84.2이닝, 67.1이닝을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화팬들은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려대는 젊은 투수의 등장에 열광했다.

2008년에도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던 그는 어깨 부상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9 시즌 평균자책점 7.26을 기록하고 만다. 2010년에는 47경기에 나서 58.2이닝을 던져 1승2패 4홀드를 기록, 붙박이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후 군입대를 계획했던 그는 구단의 요청 아래 1년을 더 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리 통증이 윤규진의 발목을 잡았다. 한대화 감독은 그를 승리의 징검다리를 놔줄 믿을맨으로 여겼지만 돌아온 것은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17경기 출전 1승1패 평균자책점 8.53. 윤규진의 추락과 함께 한화 역시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며 암흑기를 시작했다.

2011 시즌을 마친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두 시즌을 쉬었다. 2년은 과거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용덕 코치(현 단장 보좌관)로부터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지는 법을 전수받았고 ‘롤모델’ 정민철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재기를 꿈꿨다.

그렇게 윤규진은 다시 한화의 핵심 투수로 컴백했다. 안영명, 박정진과 함께 ‘안정진 트리오’를 구축해 불안한 한화 마운드를 이끌었다. 독수리 마운드는 2009년부터 6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에 그치며 고전했지만 윤규진만큼은 달랐다.

72이닝은 순수한 불펜 투수로서는 전유수(SK), 차우찬(삼성), 한현희(넥센)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이닝이었다. 등판한 43경기 중 16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던져 중간계투와 마무리의 합성어인 ‘중무리’란 별명도 얻었다.

윤규진은 “이번해는 남다른 시즌이다. 3년을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복귀는 성공적으로 한 것 같다”면서 “동료들이 직접 뽑는 뜻깊은 상까지 받아 의미가 있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 김성근 감독과 함께, 프로라면 우승 

“프로라면 우승을 꿈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도 늘 그렇게 강조하십니다.”

김성근 감독의 부임은 한화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한화에 팽배했던 패배의식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본래도 까만 윤규진의 얼굴은 더욱 까매보였다. 그는 재기상 수상 후 마무리캠프가 힘들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짓궂은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규진에게 다음 시즌 목표를 물었다. 망설임 없이 ‘우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3년 연속 최하위,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으로서는 무리한 목표일지 모른다. 하지만 윤규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우리가 비록 최하위권에서 수년간 머무른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프로라면 4강 진출이 목표다 또는 5위, 6위 같은 순위를 논하기보다는 무조건 우승을 목표로 달려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윤규진(왼쪽)이 박진만으로부터 재기선수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한화에서 고군분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윤규진은 “김 감독님으로부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도를 받은 적은 없지만 별 말씀 하지 않으셔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 움직인다”면서 “기량이 올라온 선수들이 눈에 보인다. 체력은 말할 것도 없다”고 달라진 한화의 현상태를 설명했다.

2014년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6.28, 6회 이후 역전패는 16경기로 늘 말썽이었다. 강력한 마무리 후보 중 한 명인 윤규진은 “4점대의 방어율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내년 시즌에는 많이 내려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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