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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도 멋진 노박 조코비치 "정현 톱10 자질" '신사의 품격' [2018 호주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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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도 멋진 노박 조코비치 "정현 톱10 자질" '신사의 품격' [2018 호주오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8.01.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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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패자도 ‘품격’이 있다. 정현(22·한국체대)에 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의 퇴장은 아름다웠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으나 14위로 밀려난 노박 조코비치는 22일(한국시간) 랭킹 58위 정현과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회전(16강)에서 0-3(6-7<4-7> 5-7 6-7<3-7>)으로 완패했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 정현과 이야기하는 사진과 더불어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계속해서 분발하라. 호주오픈을 가져라”는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 조코비치(왼쪽)가 정현의 승리를 축하하며 가슴을 툭툭 두드리고 있다. [사진=조코비치 트위터 캡처]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입어 지난해 슬럼프에 빠졌던 조코비치다. 이날도 1세트가 끝나고 메디컬 타임을 요청, 오른팔을 강하게 압박하는 토시를 착용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불편한 몸인 게 티가 났다. 주로 정현이 랠리가 길어질 때마다 포인트를 가져갔다. 발걸음이 무거우니 고비를 넘지 못했다. 더블폴트도 남발했다. 앵글 샷은 라인을 자주 벗어났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32강전 5세트에서 뜻대로 되지 않자 라켓을 내리치고 발로 밟아버린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는 달랐다.

호주오픈 메인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운 1만5000여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조코비치의 퇴장을 지켜봤다. 감사 제스처를 취한 그는 짐을 챙겨 쓸쓸히 코트를 빠져 나갔다.

기자회견에서도 조코비치는 신사다웠다. 조코비치의 첫 마디는 “정현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정말 놀라웠다”며 “예전보다 크게 성장했다. 승리할 자격이 충분하다”였다.
 

그러면서 “어려운 공을 받아도 샷을 날린다. 벽같이 느껴졌다”며 “2년 전과 견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랐다. 장점이 많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극찬했다.

승리 직후 정현은 온코트 인터뷰에서 영어로 조코비치를 아이돌 즉, 우상이라고 표현했다. 날카로운 앵글 샷의 비결로 “어렸을 적 노박 조코비치를 보고 따라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나와 정현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정현은 톱10에 들어갈 자질을 지녔다”며 “열심히 하더라. 얼마나 성장할지는 그에게 달렸다.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조코비치는 불과 2년 전까지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앤디 머레이(영국)와 세계 테니스를 4등분했다. 메이저대회(US오픈,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우승만 6회에 달한다.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게 익숙할 터. 그럼에도 노박 조코비치는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이고 승자를 치켜세웠다. 정현 덕분에 희열을 느낀 한국 팬들은 조코비치의 품격까지 덤으로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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