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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Q] '우리집' 윤가은 감독의 특별한 촬영 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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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Q] '우리집' 윤가은 감독의 특별한 촬영 수칙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8.0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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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어린 친구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자, 제작진 내에 그런 원칙을 세웠어요"(윤가은 감독)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윤가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우리집'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전작인 '우리들'에 이어서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윤가은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때의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 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우리집' 언론 시사회 기자간담회에는 윤가은 감독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들이 모두 출연했다. '우리집'은 주요 인물들이 어린이인 영화다. 그렇기에 이날 ‘우리집’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 역시 어린이 배우였다. 

'우리집'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었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프레스 킷의 '촬영 수칙' 때문. 윤가은 감독이 스태프들과 고민하며 작성한 '촬영 수칙'은 어린이 배우와 함께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여덟 가지가 담겨 있다.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 [사진 = 스포츠Q DB]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 [사진 = 스포츠Q DB]

 

이런 원칙을 세우게 된 이유에 대해 윤가은 감독은 "첫 영화 '우리들' 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었다. 어린이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제작사 대표님과 이런 저런 상의 끝에 놓친 점들을 잊어버리기 않기 위해 수칙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린이 배우와 작업을 하는 것은 성인 배우와의 작업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윤가은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은 성인 배우보다 속도가 느리기 마련이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맞춰야 한다. 어린이 배우들을 소외하지 않고 영화 중심에 두고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우리집'의 주연인 주예림, 김나연, 김시아 배우 [사진 = 스포츠Q DB]
'우리집'의 주연인 주예림, 김나연, 김시아 배우 [사진 = 스포츠Q DB]

 

윤가은 감독이 중점을 둔 것은 어린이 배우와의 소통이다. 윤가은 감독은 "어린 친구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자고 스태프들끼리 원칙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가은 감독은 시나리오가 없이 상황극으로 배우들에게 연기 디렉팅을 하는 방식으로 어린이 배우들을 배려하며 작품의 사실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전작 '우리들'에서도 초등학생 여자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윤가은 감독의 '촬영 수칙'에는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 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라는 항목이 있다. 윤가은 감독의 남다른 영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촬영장 내에서 어린이 배우들에 대한 보호는 최근 충무로의 화두로 떠올랐다. 어린이 배우들을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하지 않게 하기 위한 어른들의 고민이다. 윤가은 감독의 촬영 수칙은 어린이 배우와 작업하는 현장에 새로운 기준을 정해주며 영화 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하 '우리집' 제작진의 촬영 수칙>

1. <우리집> 현장은 어린이와 성인이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을 제 1원칙으로 합니다. 어린이 배우들을 프로 배우로서 존중하여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이자 삶의 주체로서 바라봐주세요. 항상 어린이 배우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시고,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동료이자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세요.

2. 어린이 배우들과 신체 접촉을 할 때는 주의해주세요.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행위 등의 가벼운 접촉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혹시 진행상 필요한 부분들(의상과 헤어 정리, 와이어리스 마이크 착용 등)이 있을 때에도 어린이 배우들 본인 혹은 보호자와 스태프에게 미리 공지하고 사전에 동의를 구해주시기 바랍니다.

3. 어린이 배우들 앞에서는 전반적인 언어 사용과 행동을 신경 써주세요.
자신도 모르게 쓸 수 있는 욕설과 음담패설 등을 자제해주시는 것은 물론, 어린이들의 외모나 신체를 어른의 잣대로 평가하는 단어는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키가 작다 같은 부정적인 표현들뿐만 아니라 얼굴이 부었다, 뾰루지가 났다 같은 묘사들조차 어린이 배우들에게는 큰 영향을 줍니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신체에 대해 고민하더라도 괜찮다고,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좋다고 가볍게 넘겨주세요.

4. 어린이 배우들이 촬영장에서(대기 시간과 셋업 시간 포함)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린이들의 경우 종종 프로 배우로 인식되지 않아 성인 스태프들이 되려 잡담을 유도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 본인들도 배우로서 촬영을 준비하고 집중해야 할 때를 놓쳐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런 때는 가볍게 주의를 주시고 정신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대화를 피해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5. 어린이 배우들이 하루 10시간 정도의 촬영 시간만큼은 오직 촬영 자체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촬영 중에는 보호자로서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배우들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사담은 최대한 촬영장 밖에서 나눠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 때에도 물론 대화 내용은 꼭 점검해주세요.

6. 어린이 배우들의 건강 문제에 늘 신경 써주세요. 무더운 여름이라 특히 어린이들의 체력과 건강이 염려됩니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언제든 감독과 피디, 연출제작부, 혹은 보호자 등께 반드시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어린이들이라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에 눈치를 많이 보고 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생리현상이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7. 어린이 배우들의 안전 문제를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특히 외부 촬영이나 이동 시 정신없을 때 어린이 배우들이 스태프나 보호자 없이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어린이들이 혼자 있는 일이 없어야 하며, 항상 스태프나 보호자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외부인들의 접근, 각 스태프들과의 사적인 관계 또한 각별히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8.어린이들은 항상 성인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 순간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주 작은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어린이들에게 아주 훌륭하거나 아주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멋진 거울이 되어주세요. 존중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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