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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 부임 전·후의 두산 베어스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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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 부임 전·후의 두산 베어스 변화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5.05.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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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2000년대 전통의 명문 구단으로 자리 잡은 두산 베어스는 김경문 감독경질 이후 시즌 종료 시마다 감독을 교체하는 내홍을 겪어야 했다.

특히 2013년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진욱 감독 경질은 많은 야구 팬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더욱 의아했던 이유는 김진욱 감독 후임이 한국어 구사가 거의 힘들고 사령탑과는 거리가 먼 야구 인생을 걸어온 송일수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걱정 속에 출범한 송일수의 두산은 2014시즌 초부터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그나마 야수 쪽은 오랜 기간 팜 시스템을 통해 길러져 나온 선수들 덕분에 리그에서 중간 이상을 기록했지만 투수 쪽은 쉽게 복구가 힘들 정도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 김태형 감독은 취임과 함께 전통적인 두산 야구의 부활을 다짐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선발 부분에서는 유희관과 니퍼트 정도가 제 몫을 했을 뿐 다른 선수들의 활약은 미비했고, 특히 이전 시즌에서 선발진의 가장 큰 축을 차지했던 노경은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최악의 부진을 맛봐야만 했다. 결국 두산 베어스는 전 시즌 한국 시리즈 준우승 팀에서 리그 6위로 떨어지며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해 당연히 송일수 감독이 경질되고 그 자리를 김태형 신임 감독이 이어받게 되었다. 김 감독은 부임 초기 가장 베어스 다운 야구를 지도할 수 있는 DNA를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체적으로 무너진 팀의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하는 미션에 직면했다.

김태형 감독의 초기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전 시즌부터 큰 문젯거리였던 노장 김동주를 방출시켜 은퇴 수순을 밟게 했고, LG 트윈스의 전설인 이상훈 당시 고양원더스 코치를 영입해 투수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와 더불어 니퍼트와 마야 재계약에 성공하며 투수진 안정화를 꾀했고, 타자 용병으로 루츠를 영입하며 투타의 밸런스 회복에 성공하는 듯 했다.

김태형 감독은 가장 두산 다운 스타일로 공격적인 야구를 선언하며, 실제로 시범경기부터 번트를 자제하고 예전 육상부라는 별칭을 가졌던 팀처럼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수 부분에서는 니퍼트, 마야, 유희관의 스리 펀치를 앞세우고 승리조 중심에 함덕주를, 마무리에 윤명준을 낙점하며 2014 시즌 무너졌던 투수진 재건을 꾀했다.

그렇다면 과연 2014 시즌 송일수 감독의 두산과 2015 시즌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어떤 차이가 있고 과연 과거보다 발전했을까? 현재까지 드러난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시즌 데이터는 KBO 홈페이지 www.koreabaseball.com에서 발췌).

▲ 2014시즌 송일수 감독의 부임은 여러 면에서 의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는 의외성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진= 스포츠Q DB]

일단 가장 중요한 팀 순위를 살펴 보자. 전체 순위가 아닌 시즌 초의 순위를 살펴보면, 2014 시즌은 4위에서 6위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소위 잘나가던 시절 시즌 초부터 상위권에 랭크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올시즌 두산은 지난 시즌과 달리 초반부터 상위권에 랭크되며 5월 20일 현재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김태형의 두산은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투타 양 측의 기록을 비교해 보자. 먼저 2014 시즌 두산의 주요 타자 기록을 보면, 전체적으로 고른 타격 실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용병 칸투가 좋은 활약을 했고 홍성흔이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주었으며, 민병헌, 김현수, 오재원 등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펼치며 최소한 타격에 대해서는 타 팀들에 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SAC로 표기되는 희생 번트의 숫자이다.

일단 현재까지 2015 시즌 두산의 주요 타자 기록을 보면,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에 잘했던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칸투의 후임으로 입단한 용병 루츠가 최악의 기록을 남긴 채 퇴단한 것이 흠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주목할 점이 전체적으로 희생번트의 숫자가 지난 시즌보다 줄고 있다는 점이다.

부임 초기 공격적인 야구를 지향한다고 밝혔던 김태형 감독의 의중이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잘 전달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투수 부분을 비교해 보자. 먼저 2014 시즌 두산 투수들의 기록을 보면, 전체적으로 부진한 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노경은이 9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재우, 임태훈 등이 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고, 용병 불스테드도 좋지 못한 성적을 보여 투수진 전체가 무너진 느낌을 줬다. 그리고 마무리 이용찬을 비롯해 이현승, 윤명준, 정재훈 등 중간 투수진의 힘이 많이 떨어졌었다.

▲ 김태형 감독은 베어스의 안방마님과 코치로서 오랫동안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이런 점이 앞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사진= 스포츠Q DB]

이와 달리 2015 시즌 두산 투수들의 성적을 보면,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유희관, 니퍼트의 원투펀치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김강률, 이현호 등이 중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마무리로 낙점된 윤명준이 군입대로 빠진 이용찬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부진했던 노경은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 시즌과 올시즌 모두 전체적으로 두산 투수진은 선수 혹사라는 점에서는 자유롭지만 불펜진이 리그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차 투수진 전체가 안정화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여러 측면을 놓고 봤을 때 2014 송일수의 두산보다 2015 김태형의 두산이 더 강해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팬들의 바람대로 현미경 같은 스몰볼보다는 빅볼에 가까운 야구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투수진 전체에 긴장효과를 불어넣음으로써 지난 시즌보다 괜찮아졌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난 시즌 LG가 강력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4강에 진출했고, 두산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과연 올시즌 두산의 선전이 시즌 중반을 넘어 종반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팬들의 의견이 절대적일 수는 없지만 납득할 수 없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나 상대 데이터를 무시하는 야수 기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김태형 감독이 답을 내려야 할 듯하다. 그래야 송일수 감독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tiger77@tig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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