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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월드컵] 히딩크호 데자뷔? 최진철호 '닮은꼴 4강'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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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월드컵] 히딩크호 데자뷔? 최진철호 '닮은꼴 4강'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0.25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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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 부진하다가 대회서 100% 경기력, 죽음의 조에서 조 1위 생존…강한 체력 앞세운 전술도 비슷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현재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한국 축구대표팀을 보면 어딘가 많이 닮아 있다.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을 보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비슷하지만 13년 전 데자뷔같기도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4강으로 올려놨던 기분좋은 기억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한국-잉글랜드 3차전이 0-0으로 끝나면서 한국 축구는 기분좋은 기록을 하나 더 남겼다. FIFA 주관대회에서 한일 월드컵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2승 1무의 전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또 역대 처음으로 무실점으로 16강에 올라 26일 A,C,D조 3위 한 팀과 29일 8강을 다투게 된다.

사실 한국 U-17 대표팀의 이번 대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우선 '죽음의 조'에 편성된 것부터가 16강 진출 가능성을 어둡게 했다. '삼바축구' 브라질와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조 1, 2위를 다툴 것으로 봤다. 한국은 와일드카드로 16강에 나갈 수 있는 조 3위를 놓고 기니와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 최진철 U-17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한국시간) 칠레 코킴보에서 가진 훈련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위). U-17 대표팀 선수들이 칠레 코킴보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15 FIFA U-17 월드컵 B조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런 예상은 결코 과소평가가 아니었다. 지난달 열린 수원 컨티넨탈컵에서도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와 비기고 브라질에 완패했다. 당시 내준 실점이 5골이나 됐다. 수비가 계속 뚫린 것이 원인이었다. 공격은 공격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승우를 중심으로 한 공격은 상대 수비에 읽혀 위력이 없었다.

하지만 FIFA U-17 월드컵에서 뚜껑을 열자마자 공격과 수비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승우에게 밀어주는 공격이 아니라 유주안이나 박상혁 등 여러 선수들의 공격 옵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포백 수비는 중원의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늪축구'로 변신했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일 월드컵 1년 전에 벌어졌던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완패하는가 하면 체코와 평가전에서도 똑같은 점수로 져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다. 2002년 초에 열렸던 골드컵에서도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번 최진철호도 닮은꼴 행보였다.

한일 월드컵 대표팀과 현재 U-17 대표팀과 닮은 것은 짠물 수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은 터키와 3~4위전을 제외하고는 2골 이상을 내준 경기가 없었다. 미국, 이탈리아, 독일에만 한 골씩 내줬을 뿐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처럼 짠물 수비가 가능했던 것은 체력을 앞세운 전방위 압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일 월드컵에서는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코치가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어냈다. 현재 U-17 대표팀에는 베르하이옌 코치의 수제자였던 이재홍 코치가 있다. 베르하이옌 코치에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었듯 이재홍 코치는 '리틀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90분을 뛰어도 지치지 않는 U-17 대표팀은 후반에 더욱 힘을 냈다. 브라질이나 기니가 경기 내내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후반 막판 결승골을 넣은 쪽은 한국이었다. 특히 기니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만들어내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원맨팀이 아닌 원팀이라는 점도 같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대표팀은 특정 선수, 스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선후배의 벽을 허무는 등 23명의 선수가 하나로 똘똘 뭉치도록 했다. U-17 대표팀 역시 이승우 '원맨팀'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지금은 원팀으로 똘똘 뭉쳐있다.

이처럼 13년 전 히딩크호와 닮은 것은 역시 히딩크 감독과 동고동락했던 최진철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진철 감독은 현역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끌어낸 수비 주역이었다. U-17 대표팀의 목표 4강이 결코 허황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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