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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현재만 있는 한화 이글스 마운드, 미래는 돈으로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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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현재만 있는 한화 이글스 마운드, 미래는 돈으로 살 수 없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2.1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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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길-최영환 연속 유출…유망주 팜 줄었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현재만 있다. 당장 내년 시즌에는 올해보다 나은 성적을 낼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대한 계산이 서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 마운드의 이야기다.

조금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만 봐서는 한화 마운드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돈으로 즉시 전력감 투수들을 영입했지만 이것이 꼭 성적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한화는 이번 시즌 뼈저리게 느꼈다.

▲ 한화가 방출한 최영환을 롯데가 영입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한화는 이번에도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의 ‘큰 손’이 됐다. 정우람(4년 총액 84억원)과 심수창(4년 총액 13억원)을 영입하며 뒷문 보강에 나섰다. 두 선수 모두 30대. 정우람은 내년 31살, 심수창은 36살이 된다. 즉시 전력감 자원들을 사왔지만 안 그래도 높은 한화 마운드의 평균연령을 더 올렸다.

더 뼈아픈 건 그 다음이다. 한화는 심수창의 보상선수로 박한길(21)을 롯데에 내줬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4라운드 44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완 파이어볼러 박한길은 전임 김응용 감독이 크게 관심을 보였던 투수다. 2013년 11월 마무리캠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해 재활에 전념했던 그는 올해는 퓨처스리그 19경기에 나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6.72를 기록했다.

박한길은 김성근 감독에게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2015시즌 초반부터 “우리 2군에 시속 150㎞를 던지는 재미있는 투수가 있다”고 박한길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후반기부터 1군 마운드에 오른 박한길은 10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56에 그쳤지만 김범수와 함께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로 팬들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한화는 보호선수 20명 명단에서 박한길을 제외시켰고 예전부터 그의 투구를 눈여겨 본 롯데가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부상 전력이 있어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한화는 허를 찔렸다.

▲ 우완 파이어볼러 박한길은 김성근 감독도 유심히 지켜봤던 투수였다. [사진=스포츠Q DB]

여기에 한화는 자신들이 방출한 최영환(23)을 롯데가 영입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올 시즌엔 팔꿈치 부상 여파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2014시즌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주로 불펜으로 뛰며 50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7.10을 기록했다. 한화 못지않게 주전 불펜들의 노쇠화가 보이는 롯데로선 군침이 돌 수 있는 카드였다. 신고선수보단 정식선수로 뛰길 원한 최영환은 롯데행을 택했다.

이와 반대로 한화는 두산에서 방출당한 노장 투수 이재우(35)와 계약을 맺었다. 역시 즉시 전력감이지만 마운드의 리빌딩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영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화는 많은 돈을 들여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물론 이 선수들이 내년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켜 팀의 순위 상승을 이끌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베테랑 투수들에게 가려 1군 실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할 유망주들이 더디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를 돈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팀의 미래마저 살 수는 없다. 한화는 팀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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