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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연적(戀敵) 박보검에게 미움보다 사랑을 건네려는 류준열의 애틋한 마음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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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연적(戀敵) 박보검에게 미움보다 사랑을 건네려는 류준열의 애틋한 마음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2.1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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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흔하디 흔한 이야기. 사랑이냐 우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은 가슴에 솟구치는 자신의 뜨거운 사랑보다, 친구의 사랑을 응원해 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일까?

12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12회에서는 덕선(혜리 분)을 짝사랑하는 정환(류준열 분)이 덕선에 대한 택(박보검 분)의 마음을 알게된 후, 택을 위해 덕선을 포기하려는 모습이 그려졌다.

류준열의 짝사랑은 참으로 애틋하고 서글프다. 류준열은 경주 수학여행 이후 혜리를 여자로 바라보게 되고 짝사랑하지만, 혜리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기보다 묵묵히 옆에서 혜리를 지켜보며 혜리의 마음에 함부로 다가서지 못한다.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류준열이 처음 혜리를 좋아했을 때 혜리는 류준열이 아닌 선우(고경표 분)를 바라보고 있었고, 고경표가 보라(류혜영 분)를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진 후 류준열은 다시 혜리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절친인 택(박보검 분)이 혜리에 대한 마음을 밝히자 류준열은 박보검을 위해 혜리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이 박보검을 위해 이런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혜리와 박보검의 사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혜리는 류준열이 소개팅을 가지 말라고 하는 대목에서 류준열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자신을 계속 피하기만 하는 류준열의 모습에 실망한다. 그 사이 박보검은 조용히 혜리에게 다가서며 그가 바둑을 두는 기풍처럼 천천히 차근차근 한 수씩 집을 지어가며 혜리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욱 재미난 점은 '응답하라 1988'에서 이런 류준열의 마음을 가장 먼저 이해해주는 것은 혜리도 박보검도 아닌 바로 류혜영이라는 것이다. 류혜영이 류준열의 마음을 알아서 이해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김선영의 일로 속을 태우는 남자친구 고경표에게 들려준 조언이 기가 막힐 정도로 류준열의 지금 마음을 설명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고경표는 '응답하라 1988' 12회에서 어머니 김선영과 박보검의 아버지 최무성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눈치챈다. 원래 같은 고향 출신인 김선영과 최무성은 최무성이 김선영의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김선영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최무성의 병간호를 맡은 것을 계기로 급격하게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속이 안 좋아 야간자율학습을 안 하고 조퇴한 고경표는 김선영과 최무성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서 이들의 관계를 의심하고, 다음날 다시 조퇴를 하고 일찍 집에 왔다가 김선영이 아들인 자신에게 비밀로 하고 목욕탕 청소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이 사실을 알게 된 고경표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고, 여자친구인 류혜영에게 "좋은 옷 좋은 신발 안 신어도 되요. 애들 하는 거 안 해도 되니까 엄마 일만 안 했으면 좋겠어. 왜 나도 모르는 걸 아저씨가 알아요? 아들도 모르는 걸 왜 택이 아빠가 아시냐구요? 내가 됐다는데 왜 그러시냐구요. 저 아무 것도 필요없다는데, 그냥 지금처럼 지내면 되잖아요"라고 울분을 터트린다.

이 말에 류혜영은 스무살이 넘은 성인다운 모습으로 고경표를 위로한다. 류혜영은 "됐고, 가서 어머니 어깨나 주물러 드려"라며, "넌 엄마 고생하는거 싫지? 그게 마음도 편하고? 엄마는 너 나이키 운동화 하나 못 사주는게 싫은거야. 넌 니 생각만 하고 엄마 생각은 안 해? 네 마음만 편하면 다냐고? 이 철딱서니 없는 놈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주고싶은 넉넉함이 아니라, 꼭 줄 수밖에 없는 절실함인거야"라고 말하고 이 말에 고경표는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연스럽게 어머니 김선영을 대한다.

그리고 류혜영의 다음 말은 고경표가 아닌 류준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류준열은 박보검의 방에 갔다가 혼자 바둑 기보를 연구하다 그대로 벽에 기대어 잠든 박보검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류준열은 박보검을 쳐다보다가 조용히 바둑판을 치워주고 이불을 깔아 지친 박보검을 누워서 잠들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에 얹혀진 류혜영의 말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널 끝없이 괴롭게 만든대도, 그래서 그 사람을 끝없이 미워하고 싶어진대도 결국 그 사람을 절대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였다. 류준열에게 박보검은 혜리를 두고 싸우는 사랑의 연적(戀敵)이지만, 동시에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뗄 수 없는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류준열은 박보검이 자신이 짝사랑하는 혜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를 미워하는 대신, 그를 미워하지 못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자신의 사랑보다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택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것도 혜리가 고경표를 좋아한다고 할 때에 이어 두 번이나 말이다.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류준열의 이런 애틋한 마음은 지금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류준열의 인기비결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류준열이 연기한 '정환'은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로 얼핏 비호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가족과 친구들을 챙기는 따뜻함은 물론 짝사랑하는 혜리를 향한 순정으로 여심을 사정없이 뒤흔든다.

이것은 사실 배우 류준열의 매력이라기보다는 '응답하라 1988'의 캐릭터 '정환'의 매력이라고 보는 편이 더 맞는 설명일 것이다. 하지만 무심한 듯 자상하고 자상한 듯 무심한 정환의 캐릭터와 류준열의 연기가 여심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절호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 또한 틀림없는 일이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 12회는 이런 류준열의 매력을 별다른 대사 한 마디 없이 감성적으로 잘 보여준 회차였다.

tvN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쌍팔년도(1988년) 서울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으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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