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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 리뷰] '히말라야' 감동을 앞서는 신파, 신파를 앞서는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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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 리뷰] '히말라야' 감동을 앞서는 신파, 신파를 앞서는 실화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2.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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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해운대',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고, '댄싱퀸'과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연출한 김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히말라야'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유명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에베레스트 등반 후 하산하던 과정에서 조난을 당한 후배 산악인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결성한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산악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극한의 추위와 인간의 손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8000m급 고봉이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장르지만, '히말라야'는 여기에 후배 산악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결성된 '휴먼 원정대'의 이야기로 한층 진한 감동을 더해낸다.

▲ 영화 '히말라야'

다만 '히말라야'는 이 과정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신파'를 영화에 대거 삽입한다. '히말라야'는 극적인 감동을 위해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박무택 대원(정우 분)의 만남을 극적으로 포장해내며, 실제 사고 당시 엄홍길 대장은 아직도 팔팔한 현역 산악인이었지만 극적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번 은퇴 후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산에 도전한다는 '휴먼 스토리'를 억지로 만들어낸다.

이미 '해운대'나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신화를 달성한 윤제균 감독이 '신파'로 관객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것에 능했고 '히말라야'는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아 제작단계에서부터 그의 영향이 강했다는 것에서 이미 영화를 보기 전 부터 예견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히말라야'의 신파는 상당히 강하다. 

하산 도중 낙상하는 후배를 구하려다 설맹(雪盲)이 되고 만 박무택이 죽음을 각오하고 후배를 먼저 보내는 장면이나, 박정복(김인권 분)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눈보라를 뚫고 박무택을 구하러 가는 장면, 그리고 박무택의 아내인 최수영(정유미 분)이 베이스캠프에서 엄홍길 대장에게 시신을 두고 오라고 눈물로 말하는 장면이나, 엄홍길 대장이 '휴먼 원정대'를 조직하기 위해 전 대원들을 찾아다니는 장면들은 강렬한 신파가 가미되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사실 윤제균 감독의 신파는 그동안 상당한 호불호의 논란을 낳았던 요소였다. 관객들은 윤제균 감독의 신파에 눈물을 흘리며 쌍천만 흥행이라는 결과로 보답을 했지만, 작품성보다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코드를 우선하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들이 그동안 흥행에 비례해 상당히 박한 평가를 받아온 이유도 영화의 완성도와 더불어 신파적인 요소가 너무 부각된 점이 컸다.

그런 면에서 '히말라야'는 윤제균 감독이 그동안 제작과 연출을 맡은 영화들에서 비교적 장점만을 취하고 단점은 많이 보완한다. 신파의 힘은 여전하지만, 이 신파는 강렬한 '실화'의 이야기 속에 묻혀져 다른 윤제균 감독의 작품들에 비해 상당히 희박하게 느껴진다. 정유미가 베이스캠프에서 우는 모습과 같은 부분처럼 실화가 아닌 영화적 재미를 위해 더해진 부분들이 오버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강렬한 실화가 이를 덮어낸다.

▲ 영화 '히말라야'

또한 '댄싱퀸'과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비교적 깔끔한 연출을 선보인 이석훈 감독의 연출도 신파를 신파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이석훈 감독은 영화에서 캐릭터를 이용해 능수능란하게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영화가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흐르지 않도록 적당하게 흐름을 잘 조율해낸다. 

여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을 것 같은 8000m 고봉 등반장면이나 눈사태에 파묻히는 엄홍길 대장을 1인칭 POV 카메라로 잡아내는 연출도 시작부터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며, 칸첸중가 정상 공격 도중 맞이하는 히말라야의 일출도 조명과 CG를 이용한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선사한다. 100억대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지만 100억이라는 제작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율적이고 밀도 높은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감정적으로 관객을 울리고, 시각적으로 관객을 감탄시킨다. 그래서 '히말라야'는 윤제균 감독의 손길을 거쳤던 영화 중 가장 깔끔하고 영리한 상업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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