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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박보검 사고 소식이 보여준 '쌍문동 곰' 최무성의 부정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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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박보검 사고 소식이 보여준 '쌍문동 곰' 최무성의 부정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2.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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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동네에 도둑이 나타나도, 사람이 칼에 찔려 죽었다는 뉴스에도 눈썹 한 올 움직이지 않아 '쌍문동 곰'이라고 불리던 최무성이, 아들 박보검의 사고 소식에 급격한 감정변화를 선보이며 애끓는 부정(父情)을 선보였다.

18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13회에서는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의 아버지 최무성이 아들 최택(박보검 분)의 사고 소식에 놀라는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응답하라 1988' 13회에서 최무성은 쌍문동 골목길에 도둑이 나타났다는 고함소리가 들리고 동네 주민들이 손에 제각기 도둑을 때려잡을 물건을 가지고 달려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김선영의 집에서 수도를 고치고 손에 공구상자를 든 채 태연하게 걸어나온다. 동네 주민들은 그리고 감정변화가 전혀 없는 최무성을 '쌍문동 곰'이라고 부르며 킥킥 웃음을 터트린다.

▲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최무성의 곰같은 성격은 앞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최무성은 아들 박보검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바둑대회에서 '기적의 5연승'으로 승리를 거뒀을 때도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동네 주민들에게 "경기 끝났어요"라고 무심히 말하고, 선우(고경표 분)의 어머니인 김선영을 좋아하면서도 그 마음을 일절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집안에서도 마치 절간인 것처럼 아무런 대화도 없는 아버지 최무성과 아들 박보검의 관계는 이미 '응답하라 1988' 내내 선보인 모습이기도 하다.

심지어 최무성은 아들 박보검의 사고 소식에도 정말 곰처럼 아무런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김선영의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최무성은 TV에서 일본 후지쯔배 출전 차 출국한 아들 박보검이 탄 비행기가 일본 공항에 불시착하는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속보를 보게 되고,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무덤덤하게 집으로 돌아와 아들이 출국 전에 남겨준 쪽지를 보고 일본 호텔에 전화를 한다.

그리고 박보검은 다행히도 비행기 사고에 휘말린 것이 아니었다. 박보검은 호텔에서 자신이 비행기 사고에 휘말렸다는 일본 뉴스속보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아버지가 걱정할테니 전화를 해보라는 사범 송영재의 말에 "방금 전에 통화했는데, 우리 아버지 아무렇지도 않으시던데요? 원래 왠만해선 흥분 안 하시는 분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송영재는 놀라서 박보검을 쳐다보며 한 마디를 한다. "지금 장난해? 아버님, 그렇게 흥분하신 모습 처음 봐. 나 고막 나가는 줄 알았어."

실제 사건의 정황은 이랬다. 최무성은 아들 박보검이 남겨준 쪽지를 보고 일본 호텔에 전화를 해보려고 하지만 쪽지가 물에 젖어 번호를 확인할 수 없게 되자, 박보검이 수첩을 놔둔 책상서랍을 열려고 한다. 책상서랍에는 자물쇠가 굳게 걸려 있었고 최무성은 아들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괴력을 발휘해 맨손으로 자물쇠를 뜯어버렸다.

자물쇠를 뜯고 수첩을 꺼낸 최무성은 고경표에게 수첩을 건네며 "내가 손이 떨려서 전화를 못 걸겠다"고 대신 일본에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하고, 바둑사범 송영재가 전화를 받자 전화를 뺏어서 "택이 지금 어딨어? 택이 지금 호텔 방에 있어요? 호텔 방에 있죠?"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박보검이 호텔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 안심하며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그리고 다시 마음을 가라앉힌 최무성은 다시 전화를 걸어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박보검과 통화를 하게 되고, 사고 이야기는 일절 안 하고 "거기 비 많이 온다며? 컨디션 조절 잘 하고, 밥 잘 챙겨 먹고, 아침에 우산 잘 챙기고"라고 지극히 일상적인 당부만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최무성은 전화를 끊고 자신이 고경표와 김선영에게 보여준 급격한 감정변화에 머쓱해 하고, 박보검은 고경표에게 뒤늦게 전화로 최무성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뭉클함에 침대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평소에는 걸걸하게 욕도 잘 하지만, 술에 취해 들어오면 잠든 자식들을 바라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 덕선(혜리 분)의 아버지 성동일이나, 아버지보다는 친근한 친구처럼 아들들에게 다가서는 정환(류준열 분)의 아버지 김성균,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항상 아들 박보검을 아끼고 사랑하는 조용한 아버지 최무성까지. '응답하라 1988'의 아버지들은 각자 표현방법은 달라도 자식들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보여준다.

1980년대에도 변함없이 큰 인기를 모으던 초코파이의 광고는 '정(情)'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마음 속에 있다는 걸"이라고 노래한다. 그 말처럼 최무성은 단 한 번도 아들 박보검에게 "사랑한다 아들아"라는 낯 간지러운 말을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아들 박보검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것을 '응답하라 1988' 13회에서 보여줬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굳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단 둘이 묵묵히 식사를 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들 부자의 사이에는 수백마디 말보다 값진 1초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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