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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내일도 승리' 한승리(전소민)와 나홍주(송원근)의 사랑을 통해 본 '연애 3단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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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내일도 승리' 한승리(전소민)와 나홍주(송원근)의 사랑을 통해 본 '연애 3단계론'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12.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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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내일도 승리’의 한승리(전소민 분)와 나홍주(송원근 분)의 사랑은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최종 목적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심리학에서는 ‘연애 단계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많다. 연애가 진전되는 과정을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어떤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들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버나드 머스타인의 ‘SVR(Stimulus-Value-Role) 이론’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이론은 연인 관계는 물론 친구를 사귀거나 잠재적인 파트너와 연결되는 과정을 분석한 3단계 이론이다.

‘내일도 승리’에서 한승리(전소민)와 나홍주(송원근)가 펼치고 있는 사랑도 3단계의 발전을 거치면서 보다 더 성숙해지고 완전해지는 느낌이다.

25일 아침에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내일도 승리’에서는 한승리의 사랑 고백에 나홍주가 매정하게 내치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부정할 수 없는 감정에 번민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나홍주는 자신의 고백에 대한 의외의 답변을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 한승리의 불가피한 처지와 감정을 이해하고 감싸주려는 안타까운 노력을 기울였다.

▲ '내일도 승리'에서 사랑의 단계를 밟아 가고 있는 한승리(전소민 분)와 나홍주(송원근 분) [사진= SBS '내일도 승리' 방송 화면 캡처]

나홍주(송원근)와 한승리(전소민)는 누군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공통적인 상흔(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나홍주는 대신해서 누명까지 쓰고 감옥에 다녀올 만큼 극진히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과 딸을 남겨둔 채 홀연히 떠나 의사 가운까지 벗어던진 과거를 지닌 남자이고, 한승리(전소민)는 공부하는데 물심양면에서 돕고 결혼까지 약속해 아이까지 임신했던 남자(차선우)로부터 버림받은 비련의 아픔을 지닌 여자다.

둘의 첫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한승리(전소민)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 차선우(최필립 분)가 출세를 위해 서동그룹 회장 딸 서재경(유호린)을 택하는 배신을 접하고 충격을 받아 유산을 하고 쓰러졌다. 이때 도와준 사람이 바로 나홍주(송원근)였다. 하지만 한승리가 그 기억과 나홍주를 일치시키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흘러야 했다. 그동안 한승리는 나홍주를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사기꾼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점차 진실을 알게 되고 한승리가 나홍주의 집에 살게 되면서 심리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 둘은 자연스레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끌린다. 서로의 눈빛과 얼굴 표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한승리가 회사에서 스파이 취급을 당해 곤욕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된 뒤 나홍주가 띄운 쪽지편지와 손편지는 둘의 심장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관동맥이 됐다.

“당신이 눈물 흘린 자리가 당신이 일어설 자리입니다. 힘내요. 그리고 기억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쪽지)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유는 말야. 곧 바뀔 걸 알기 때문이래. 기다리면 언젠간 파란 불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아니까. 한승리 힘들어도 조금만 찾아 곧 바뀔 거야. 지금보단 모든 게 훨씬 좋아 질 거야. 아, 되게 민망하네.” (손편지 일부분)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 치유해 주려 노력하지만 둘의 앞에 놓인 모든 장벽이 걷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승리의 마음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배신감’이란 트라우마의 후유증, 곧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최대 장벽이다.

25일 방송에서 나홍주(송원근)는 “나도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모른다. 하지만 네가 좋다. 바라는 것 없이 지금처럼 조금씩 알아가면 안될까”라며 몇일 밤을 뒤척이며 생각하고 정리했을 사랑의 마음을 고백했다. 이에 한승리(전소민)가 “당신 마음이 진짜든 가짜든 관심없다. 그런 감정 느낄 여유가 없다. 그쪽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의외로 단칼에 거부한다. 하지만 한승리(전소민)의 강한 부정은 오히려 강한 긍정으로 느껴졌다.

“저 두려워요. 다시 누굴 믿는다는 게 두려워요. 저는 다시는 사랑 같은 것 안할 거예요. 근데 할머니, 제 마음이 이상해요. 홍주 씨가 고백했을 때 가슴이 막 뛰었어요. 100m 달리기 10번쯤 한 것처럼. 이 감정은 뭘까요.”

‘사랑’이란 건, 단지 말로 ‘아니다’라고 한다고 해서 모두 부정되는 게 아니다. 한승리가 치매에 걸린  나홍주의 외할머니(이주실 분)에게 털어놓은 말은 속일 수 없는 진심이었다. 한승리의 고백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리얼함’을 느끼게 했다.

▲ 사랑에는 번민이 따르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25일 방송된 '내일도 승리'에서 번민하는 한승리(전소민 분)와, 감정을 누르고 배려하는 나홍주(송원근 분). [사진= SBS '내일도 승리' 방송 화면 캡처]

누군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진심을 모를 리 없다. 또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그같은 아픈 사랑을 감싸주고 배려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잘못했어. 고백한 거. 내가 정신이 나갔었어. 내가 헛소리했다고 생각하고 무시해.”

이튿날, 나홍주(송원근)는 이처럼 속내와는 다른 말을 한승리(전소민)에게 애써 환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던진다. 사랑하는 여자가 더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깊은 마음의 표현이었다.

‘SVR 이론’의 첫 단계는 ‘자극’(Stimulus)이다. ‘자극 단계’에서는 사람들을 외모나 행동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판단한다. 그 속에서 자신과의 동질성을 느낀다. 같은 ‘부류’라는 의식을 받는다. 이때 상대에 대한 사회적 평판도 큰 자극이 된다. ‘끌림’의 단계다.

한승리와 나홍주는 초반에 오해도 있었지만 눈빛과 표정, 행동, 그리고 아픈 기억을 공유하는 남녀로서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받으며 상대에게 차츰 더 깊게 이끌려 왔다.

두 번째 단계는 ‘가치’(Value)다. ‘가치 단계’는 상대방과 양립할 수 있는 ‘가치’를 점검하는 단계다. 상대에 대한 여러 정보들은 둘의 잠재적인 우정과 로맨스의 깊이에 영향을 미친다. ‘가치’가 미래를 결정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한승리와 나홍주는 ‘가치관’이 닯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헌신하는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다. 따뜻한 이해심과 배려심이 마음의 기저를 이룬다. 사기꾼처럼 행동해온 나홍주의 마음도 한없이 순정적이다.

마지막은 ‘역할(Role)' 단계다. 함께 행동하면서 서로의 역할을 찾아나가는 단계다. ‘역할 분담’이다. 다양한 일들을 함께 겪으면서 상대와 자신이 할일을 하나둘씩 찾아 나간다. 하지만 이 단계를 거친후 반드시 행복이 오지는 않는다. 자신과 상대의 역할을 이해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애정이 더 견고해질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상대와의 부조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다.

한승리(전소민)와 나홍주(송원근)는 같은 듯 다른 역할을 한다. 둘은 서로의 아픔을 밀고 당긴다. 한승리가 위기에 처하면 나홍주가 지켜주고, 나홍주가 궁지에 몰리면 한승리가 껴안는다. 틱틱거리면서도 한 사람이 리드하면 상대가 따라가고, 한쪽이 고집이나 어리광을 피우면 다른 쪽이 눈 감고 받아주기도 한다.

3단계 과정을 충실하게 거친 ‘사랑’이라면 ‘결혼’과 '행복한 가정'이라는 최종 목적지도 멀지 않았을 터다. 한승리와 나홍주의 사랑도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긴 하지만 넘지 못할 산은 없어 보인다.

흔히 아침 드라마는 ‘막장’이라는 혹평을 듣곤 한다. ‘내일도 승리’의 스토리 구조도 전형적인 막장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하지만 어느 부류의 드라마든지 진정한 사랑의 울림이 주는 감동은 가슴을 '찌릿'하게 만든다. 사랑의 감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인류 공통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도 승리’의 한승리(전소민)와 나홍주(송원근)가 만들어 가는 러브 스토리도 '연애 3단계'의 숙성 과정을 거치며 또 다른 감동을 엮어내고 있다. '막장'의 서사 구조 속에서도 '사랑' 만큼은 뚝배기같은 여운을 진하게 담아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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