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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리뷰] 소년수와 함께하는 6부작 다큐, 사회적 과제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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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리뷰] 소년수와 함께하는 6부작 다큐, 사회적 과제에 질문을 던진다
  • 유필립 기자
  • 승인 2014.07.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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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정도전’ 후속으로 6일부터 6부작 KBS 청소년 기획 '세상의 끝의 집‘ 방송

지난 날 주로 단순 절도에 그쳤던 청소년 범죄가 진화하는 양상이다. 10대가 저질렀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흉악해졌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일부 10대들의 범죄를 감안해 볼 때 ‘겁 없는 철부지 10대’라고 넘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날로 휴악해지고 급증하는 10대 청소년 범죄

 KBS는 대하사극 '정도전' 후속으로 6부작 청소년 기획 다큐멘터리 '세상의 끝의 집'을 방송한다. [사진=KBS 제공]

10대 청소년의 4대 강력범죄자(살인·강간·방화·강도)는 2007년 2113명, 2008년 2322명, 2009년 2786명, 2010년 3428명, 2011년 3205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를 유지하는 현행 소년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의 흉악범을 방관·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대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극명히 갈린다. 청소년은 ‘선도’해야 할 대상인 만큼 인성교육을 통해 흉악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범죄에 대한 내성을 쌓게 하는 온정주의적 시각을 재고할 시기가 왔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식의 주장이 힘을 얻듯 청소년 범죄를 성인 범죄 다루듯 할 수는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벌이는 범죄이다. 무엇보다 청소년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있다. 그래서 교정 노력과 처벌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는 ‘투 트랙’ 형태의 접근이 요구된다.

◆ ‘세상 끝의 집’, 소년교도소와 소년수들의 24시간 생생히 담았다

'세상의 끝의 집'에는 배우 정찬과 가수 이지훈이 멘토로 참여해 소년수들과 함께했다. [사진=KBS 제공]

KBS 1TV는 대하사극 '정도전' 후속으로 김천소년교도소를 다룬 6부작 KBS청소년 기획 '세상 끝의 집'을 6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9시40분부터 50분간 방송할 예정이다.

‘세상 끝의 집’은 소년교도소와 그 안의 소년수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높은 담장으로 막힌 ‘세상 끝’, 제목 그대로 ‘세상 끝’에 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 유일의 소년교도소인 김천소년교도소에는 평균 나이 18세의 소년 수형자 220여 명이 수용돼 있다. 교복 대신 푸른 수의를 걸친 아이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의 죄로 인해 깊은 낙인을 새긴 청춘들이 묵묵히 형기를 채우고 있다.

제작진은 법무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이곳을 지난해부터 오랜 기간 밀착취재 했고 그 결과 소년수들의 24시간이 생생하게 프로그램에 담겼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도소의 일상이 그대로 전파를 타는 것은 국내 방송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배우 정찬과 가수 이지훈은 멘토 역할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소년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때로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때로는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기획과 연출을 담당한 김동일 PD는 “소년수들이 비록 죄를 지었지만 언젠가는 우리 이웃으로 돌아올 아이들이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교화에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결국 상처 입은 가정과 그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 제 1부는 소년장기수와 할머니의 애절한 사연

6일 밤 방송될 '세상의 끝의 집' 제1부에서는 중증 치매에 접어든 할머니와 수인의 몸인 손자의 눈물어린 사연이 안방을 찾아간다. [사진=KBS 제공]

6일 방송될 1부에서는 김천소년교도소의 전반적인 소개와 아울러 ‘중증 치매에 접어든 할머니와 수인의 몸인 손자’, 두 사람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파를 탄다.

13년 형을 살고 있는 한 소년 장기수. 그는 공범의 협박에 못 이겨 엄청난 죄를 저지른 소년수다. 그에게 남은 것은 깊은 회한과 홀로 남은 팔순의 할머니에 대한 걱정뿐이다. 소년이 형을 마치고 퇴소하면 외로움과 가난 그리고 치매에 시달리는 할머니가 살아있기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천소년교도소는 대한민국 유일의 소년교도소이다. 소년원이 아니라 소년교도소다. 소년원이 비행이나 단순 범죄로 인해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을 수용하고 교화하는 시설이라면 소년교도소는 징역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소년범들이 형을 사는 곳이다.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처벌이 내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역형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가 중하다는 뜻이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죄질이 가장 나쁜 1등부터 200등까지 소년수가 모이는 곳입니다”

“담장 안과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김천소년교도소 교도관의 말은 이곳의 막막하고 절박한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 정찬,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한번 일이 벌어지고 나면...”

'세상의 끝의 집'은 소년수들이 왜 세상과 격리되면서 살아야 하는지, 그 배경을 캐 묻고 사회에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사진=KBS 제공]

배우 정찬과 가수 이지훈은 제작진과 함께 ‘세상 끝의 집’에서 울고 웃었다.

이들은 지난 겨울 한 철을 꼬박 교도소에서 보내며 세상의 겨울보다 가혹한 겨울을 소년수들과 함께했다.

같은 밥을 먹고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연예인이라는 신분으로 그곳에 들어갔지만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야단치는 사이에 친한 형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소년수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둘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뿐이었다.

◆ 소년수들이 들려주는 죄와 벌의 이야기, 그 뿌리엔 ‘가족’이 있다

 “이곳 아이들의 70%는 결손 가정 출신이고 그 중 절반 이상이 7세 이전에 결손을 경험합니다.” (전 김천소년교도소 소장)

자살한 아빠, 집을 나간 엄마, 자신을 키우다 병든 할머니...

소년수들이 들려주는 죄와 벌의 이야기. 그 뿌리에는 항상 가족이 있다. 물론 모든 결손 가정 출신의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범죄의 시작이 대부분 슬픈 가족사에서 출발한다는 점에 다큐멘터리는 주목한다. 김천소년교도소 소년수의 대부분은 편부, 편모이거나 고아 혹은 가족이 있지만 돌봐주지 않는 경우다.

◆ 평범함을 꿈꾸는 아이들, 사회는 그들을 품을 준비가 돼 있나

점차 흉악해지는 소년 범죄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선도’해야 할 대상으로 한층 더 깊이 다가가야 할까, 온정주의를 벌여야할 때가 온 것일까? [사진=KBS 제공]

“운이 좋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이는 저처럼 안 만들고... 운이 좋으면 저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고아원 출신 소년수)

잘생긴 외모, 좋은 성적, 예쁜 여자 친구, 언제나 든든한 가족 그리고 꿈을 향한 열정과 노력... 세상 속에 살고 있는 평범한 소년들이 꿈꾸는 모습이다.

하지만 김천소년교도소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을 과거,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가족 그리고 전과자로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두운 과거도, 불안한 미래도 극복해야 한다.

그들이 사회 속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도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살 수 있어야 하고, 남들처럼 ‘부끄러움 없이 추구할 수 있는 행복’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세상 끝’에 가게 된 이유가 단지 그들에게만 책임이 있을까? 세상 한 가운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할까? ‘

‘세상 끝의 집’은 우리에게 그 무겁지만 꼭 해결해야 할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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