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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우승후보 제외, '국민타자' 이승엽이 칼을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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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우승후보 제외, '국민타자' 이승엽이 칼을 가는 이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3.03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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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이름 전혀 없어,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강한 의지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우승후보에) 우리 팀 이름은 전혀 없었다.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이 칼을 갈고 있다. 5년 연속 정규리그 챔피언,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빛나는 최고 명문 삼성이 전문가들이 꼽은 우승후보군에서 거론되지 않자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이승엽은 3일 구단 인터뷰를 통해 스프링캠프를 결산하는 시간을 밝혔다.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해 어느덧 22번째 캠프를 마쳤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그는 7경기에서 타율 0.550(20타수 11안타) 3홈런 13타점, 2루타 5개로 맹활약했다.

▲ 이승엽은 삼성이 우승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스포츠Q DB]

그는 불방망이의 비결을 “연륜이 생겨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캠프에서 두 번째 휴식일 이후부터 코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훈련량을 약간 줄였다”며 “야구장에 나갈 때 지나치게 몸이 피곤하지 않도록 관리했더니 집중력이 생겨 경기에서 성적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48홈런 137타점을 쓸어 담은 야마이코 나바로는 일본으로, 26홈런 116타점을 기록한 박석민은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마무리 임창용도 팀을 떠났다. 두산 베어스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주면서 5년 만에 도전자 입장에서 시즌을 맞는 점도 차이다.

이승엽은 “우리는 4강 혹은 5강을 목표로 뛰는 팀이 아니다. 선수로서 고참으로서 최선을 다해 우승을 위해 뛰겠다”며 “어떤 뉴스를 보니 다른 두 팀이 우승후보로 많이 거론되는 것 같던데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지난 뒤 누가 몇 위에 있을 지를 지금은 알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선에서 비중이 늘어난 이승엽은 “중심타자 2명이 전력에서 제외돼 내가 힘을 내야 한다.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며 “감독님도 원하시는 부분이다. 내가 고참으로서 활력소가 돼야 한다. 작년(26개)보다 많이 치고 싶다. 책임감 있게 힘을 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진갑용이 현역에서 물러나며 이승엽은 삼성의 진짜 맏형이 됐다. 한일 양국에서 산전수전 모두 겪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후배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제2의 구자욱’이 절실한 삼성이라 이승엽의 노하우가 더욱 값지다.

이승엽은 젊은 선수들을 향해 “후회를 남기지 마라.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좋아하는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될 때 ‘그 때 더 열심히 할 걸' 후회가 밀려오게 된다”며 “나 역시 지금도 최선을 다하지 못 했던 후회되는 시절이 있다. 노력이 클수록 후회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1995년 2월, 갓 고교를 졸업한 이승엽은 허둥지둥대기 바빴다. “정신이 워낙 없어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계속 꾸중만 듣고 선배들 빨래 해주다 한두 개씩 분실해 혼도 났다”고 당시를 회상한 그는 “지금은 여유가 있다. 21년 전에는 선배들이 시키는 걸 따라했지만 지금은 알아서 관리를 할 수 있는 경륜이 쌓였다”고 웃었다.

이승엽은 “큰 부상 없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뛰게 된 것이 신기하다”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 선수로서 캠프를 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라고 재차 전의를 불태웠다.

삼성은 1948년 개장한 시민야구장을 떠나 메이저리그급 시설을 갖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안방을 옮겼다. 푸른 피가 흐르는 국민타자 이승엽은 새집 원년, 삼성을 정규리그 6연패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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