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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일본 반값도 안되는 포스팅 상한선, 구단-선수간 갈등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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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일본 반값도 안되는 포스팅 상한선, 구단-선수간 갈등 부른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3.18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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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 KBO에 포스팅 시스템 개선 요청…또 다른 문제 나올 수 있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창구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 상한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MLB의 문제를 넘어서 국내 프로구단과 빅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선수 간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KBO에 따르면 최근 MLB 사무국은 KBO에 포스팅 시스템 개선을 요청했다. 내용인 즉, 포스팅을 통해 그동안 최고 응찰액을 제시한 구단에 단독 협상권을 주던 방식이 아닌, 상한선을 800만 달러(93억 원)로 규정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최고 금액을 제시한 복수 구단이 해당 선수와 협상을 벌이도록 하자는 것. 기존 포스팅 시스템이 구단에 유리했다면, 상한선을 둘 경우 선수에게 유리할 수 있다.

포스팅 금액이 높을 경우, 선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박병호(미네소타)의 사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박병호는 아시아 야수 출신 중 2번째로 높은 1285만 달러의 포스팅 응찰액을 기록했지만 실제 몸값은 4년 12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포스팅 금액에 상한선이 없었기에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미네소타가 독점 협상권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빅마켓이 아닌 미네소타는 이미 많은 포스팅 금액을 지출했기에 박병호에게 높은 연봉을 책정할 수 없었다.

이와 반대로 포스팅 금액에 상한선이 생기면 구단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두산과 시범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빅리그로) 가는 선수는 일본에서도 통할 선수다. 우리도 (일본과 같이) 2000만 달러라면 괜찮겠지만 왜 800만 달러란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A급 선수는 어느 리그에 가든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포스팅 상한선의 40%라는 수치는 KBO리그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

이어 “리그의 자존심이라는 것도 있는데 포스팅 금액에 상한선이 생기면, 안 가면 된다. A급 선수들의 수준은 비슷하다. 리그 전체의 수준은 제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일본의 예를 들며 “누가 오타니 같은 투수를 2000만 달러에 보내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본 프로야구(NPB)의 경우를 보면, 처음에는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다가 몇몇 선수들이 포스팅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할 당시 응찰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2013년 12월 상호 협상을 맺어 포스팅 금액 상한선을 2000만 달러로 조정했다. 애초 NPB 구단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MLB의 의도대로 상한선이 생겼다.

포스팅 상한선이 한국 선수에게도 적용되면 포스팅 응찰액에 비해 다소 적은 연봉을 받은 박병호의 사례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로 인해 KBO리그 구단과 선수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선 일생일대의 기회에 많은 돈을 거머쥐고 싶겠지만 전력 공백이 생기는 구단은 헐값에 에이스 자원을 넘길 수 없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KBO 관계자는 “MLB 사무국에서 상한선을 두자고 제안했다”면서도 “아직 결정난 것이 없고 향후 양측이 논의해 결정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바뀔 여지가 있는 사안인 만큼, KBO의 기민한 행정력이 요구된다. 빅리그 진출이라는 ‘경사’ 앞에 구단과 선수가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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