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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Q] '기억'의 주인공 이성민...완벽하지 않아 가장 완전해진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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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Q] '기억'의 주인공 이성민...완벽하지 않아 가장 완전해진 주인공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3.19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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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주인공은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가는 선봉 역할을 맡는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주연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드라마 '기억'에서의 이성민은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도 주인공에 어울리는 캐릭터다.

드라마 '기억'이 첫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찬사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박태석(이성민 분)이 가진 캐릭터성이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사실 극중 이성민은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처럼 타고난 미남인 것도, 엄청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의 말과 행동에 동조할 수 없지만 그의 고민과 실수에는 공감할 수 있다.

▲ 이성민은 tvN 새 금토 드라마 '기억' 첫회부터 주인공 박태석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사진= CJ E&M 제공]

'시그널'의 후속작으로 18일 방영된 tvN 드라마 '기억'의 첫 방송에서 이성민은 권력과 돈에 아첨하는 기회주의적 인물로 등장했다. 이렇듯 이성민은 보통의 한국 드라마라면 결코 주연이 될 수 없는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이성민은 여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절대적 선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 악역 또한 아니다. 그는 착함과 악함이라는 이분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민은 권력에 굴복해 선의를 가진 등장인물을 협박하면서도 과거에 사고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실의에 빠진다. 또한 그는 실수로 전처인 나은선(박진희 분)의 집에 찾아갔을 때 박진희의 앞에서는 위악적인 말과 태도를 보이지만 뒤돌아서서는 스스로의 행동을 자책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선악의 회색지대에 걸쳐 있는 이성민에게 단편적이지 않은 복잡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결국 시청자들은 그의 비겁함을 비난하면서도 그가 가진 과거의 아픔에 연민하며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이성민이란 등장인물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캐릭터성을 한층 더해주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앞서 말했듯 이성민은 애초에 완벽하지 않은, 헛점과 얼룩이 많은 인간이다. 의도치 않게 실수를 하고 무엇인가를 잊어버리는 알츠하이머의 증상은 완벽하지 않아 실수를 하고 상처를 받는 이성민과 닮아 있다.

이성민의 클라이언트인 신영진(이기우 분)은 의료사고를 낸 의사를 질책하는 정진(준호 분)에게 "정변호사님은 완벽한 인간인가 봐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죠. 실수가 없는 인간은 인간적이지 않잖아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이기우의 대사처럼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고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삶의 작은 실수들이 조금씩 쌓여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면 어떨까? 그리스 비극의 대가, 소포클레스의 대표작인 '오이디푸스 왕'의 주인공인 오이디푸스는 강인한 전사이자 최고의 영웅이지만 젊은 시절 저지른 실수로 명예와 재산 모든 것을 잃고 두 눈이 멀어버린 채로 국가에서 쫓겨난다.

오이디푸스처럼 이성민 역시 변호사로서 돈과 명예를 가졌다. 그러나 그가 가진 현재의 지위는 그의 기회주의적인 처세술과 타인의 희생으로 얻게 된 것이다. 그가 성공하기 위해 저질러 온 실수와 비겁함은 알츠하이머란 괴물이 되어서 순식간에 그를 덮쳤다.

그러나 이성민에게 닥쳐온 비극이 권선징악적 메시지가 아닌 연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또한 완벽하게 선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첫 시작과 마지막에 나오는 '인생의 불행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것도 조용히.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라는 내레이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에게 어느날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을까?'란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모든 사람이 가진 근원적 공포를 이성민이란 캐릭터에 투영함으로써 드라마 '기억'은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드라마 '기억'은 이제 막 첫 스타트를 끊었다. 아직 전망을 예측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이성민이란 입체적인 캐릭터 하나만으로 이 드라마는 수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이성민이라는 주인공이 어떻게 드라마를 이끌어 나갈지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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