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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통합 4연패' 우리은행, '위+우리' 천하통일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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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통합 4연패' 우리은행, '위+우리' 천하통일의 비결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3.20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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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모르는 위성우 농구, 득점 15걸 내 4명 포진 '토털 공격', 젊은 선수 발굴로 다음 시즌도 청신호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적수가 없다. ‘최강’ 춘천 우리은행이 여자프로농구(WKBL) 통합 4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20일 경기도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KEB하나은행과 2015~2016 KDB생명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69-51로 이겨 5전 3승제의 챔프전을 3연승으로 가볍게 마감했다.

정규리그 최단기간(28경기) 우승, 승률 8할(28승 7패). 그야말로 퍼펙트 우승이다. 챔피언결정전 통산 8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보유했던 인천 신한은행마저 넘고 명실상부한 WKBL 최고 명문 구단으로 거듭났다.

우리은행의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타협을 모르는 남자, 감독 위성우 

4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기 전 4년을 돌아보자. 우리은행은 2008~2009 시즌부터 4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팀이었다. 특히 ‘왕조’ 시대를 열어젖히기 직전인 2011~2012 시즌에는 7승 33패를 당했다. 승률 17.5%, 다른 팀들의 승수 쌓기 제물이었다.

신한은행 코치로서 7차례 정상에 올랐던 그는 우리은행 사령탑 부임 첫 해인 2012~2013 시즌 혹독한 조련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더 무서운 건 매년 진화한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매년 우승 세리머니로 위 감독을 밟는 것은 한계를 시험한 감독에 대한 애교 섞인 ‘분풀이’다.

챔프 1차전 승리 직후 위성우 감독은 "우리는 기억력이 안 좋다"며 "이긴 경기는 바로 그날 밤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라고 말했다. 2연승 후에는 “이런 식으로 농구를 하면 안 된다”고 선수단을 다그쳤고 3차전 직전에는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냉혈한’ 위성우 감독이 지휘하는 한 선수들은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정규리그를 마치고는 박혜진을 붙잡고 집중 지도했다. 결과는 박혜진의 챔프전 MVP 수상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선수단은 우승 8부능선을 넘었음에도 마치 궁지에 몰린 팀처럼 싸웠다.

위 감독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연습 과정부터 스스로 부족한 것을 느낀다. 뭔가가 되고 있어도 자꾸 안 되는 것 같아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선수들을 힘들게 한다”며 “우승을 한 이후에는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5연패를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 토털 공격, 스트릭렌 5득점에도 이기는 농구 

우리은행에 ‘몰빵’ 농구는 없다. 4연패를 결정한 3차전 기록을 살펴보자. 이승아가 3점슛 3개를 포함해 15점을 기록했고 박혜진이 14점 7리바운드, 양지희 8점 10리바운드, 임영희 11점 8리바운드를 각각 기록했다. 누구 하나를 에이스라 꼽기 힘들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8.34점을 기록, 득점 1위에 오른 쉐키나 스트릭렌은 3차전을 벤치에서 시작했고 결국 5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런 점은 우리은행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다. 득점 15위 내에 4명(스트릭렌, 임영희, 양지희, 박혜진)이 포진한 우리은행은 경기를 이기는 여러 해법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존 프레스와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고른 득점 분포. 이는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의 선수단 장악력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위 감독은 “항상 틀을 맞춰놓고 외국인, 국내 선수를 이끌어가려고 한다”며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도 있는 룰을 깨면 안된다고 주문하고 이를 잘 따라와 준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나머지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이 적잖이 발생한다. 매년 외국인 선수가 바뀌는 WKBL 제도 속에서도 우리은행은 구단의 철저한 원칙 고수, 빼어난 국내 선수들의 기량으로 조화로운 팀 운영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이은혜(왼쪽)와 김단비의 성장은 우리은행이 다음 시즌에도 극강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다. [사진=WKBL 제공]

◆ 이은혜-김단비의 발견, 우리은행의 밝은 미래 

우리은행의 상승세는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는데 이견이 없다.

임영희와 양지희가 30대이지만 변치 않는 체력과 기량을 과시했고 박혜진과 이승아 또한 리그 최정상급 수준임을 확인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저 그런 백업 수준이었던 이은혜와 김단비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지난해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이은혜는 팀내 체력 수위를 다투는 성실함으로 무장, 주전 못지 않은 식스맨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시즌 중간 이승아의 부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울 정도로 존재감을 보여줘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궂은일을 도맡아 한 김단비도 양지희의 백업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위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양지희의 나이가 서른둘이라 전성기를 오래 누릴 수 없는 만큼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성장이 반갑기만 하다. 토종 멤버의 가용폭이 더 넓어진 이상 우리은행의 초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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