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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속터지는 '착한캐릭터' 안방극장 속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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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속터지는 '착한캐릭터' 안방극장 속 사회학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09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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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지상파 3사는 속이 답답할 만큼 착한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드라마들을 내세워 안방극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답답한 착한 캐릭터가 극의 중심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드라마에 따른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어떤 드라마는 인기를 끌고 있고 또 어떤 드라마는 시청률에 고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람이 착하다고 다 똑같이 착한 것이 아니 듯 드라마 속에서도 사회처럼 무엇인가 법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 KBS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 [사진=KBS 제공]

지금은 '지상파 3사 착한 캐릭터 열전'

지상파 3사 별로 대표적인 착한 캐릭터로는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의 백연희(장서희), SBS 월화드라마 '유혹'의 나홍주(박하선),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김미영(장나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모두 눈물 많고 착하다'는 기본 베이스를 가진 비슷한 캐릭터들이다. 단지 자신들에게 놓인 극 중 상황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들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우선 '뻐꾸기 둥지'의 경우 15%대의 시청률(같은 시간대 1위)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오후 7시 대 시작하는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높은 시청률 수치다.

반대로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유혹'의 경우는 각각 10% 초반과 한 자릿수 시청률에 그치며 치고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통치 못한 성적들이다. 오후 메인 타임 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라는 어드밴티지를 가지고도 이들 착한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 백연희가 착하지만 남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은 그녀의 복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극시키고 있다. [사진=KBS 2TV '뻐꾸기 둥지' 방송 캡처]

인기에 웃고 우는 착한 캐릭터 이유는?

기본 베이스는 착한 캐릭터임에도 드라마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슷해 보이지만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따로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드라마 속 착한 캐릭터들이 놓인 상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뻐꾸기 둥지'의 백연희의 경우 3개 드라마 착한 캐릭터 중 가장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복수의 가능성도 높은 캐릭터다. 그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장애와 동시에 남편의 불륜을 겪고 있고  그 불륜 대상이 그녀의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부모에게도 학대를 당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할 분위기디. 하지만 백연희는 집안 배경이나 학벌 등 그가 가지고 있는 배경이 일반적인 캐릭터들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에 있다.

이 점은 향후 백연희의 복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착한 캐릭터 백연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극이 막장이든 아니든 백연희라는 복수의 힘을 가진 착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자극하는데 유효한 케이스가 되고 있다.

▲ SBS '유혹' 제작발표회 현장 박하선. [사진=스포츠Q DB]

반면 '유혹'의 나홍주에 대한 시청자들의 자세는 다르다. 나홍주가 처한 상황도 '뻐꾸기 둥지'와 비교해 강도만 약할 뿐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 남편이 돈을 받는 조건으로 재벌 여사장과 공개적으로 바람을 피우다 진짜 사랑에 빠져 버린다. 나홍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임에도 눈물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나홍주의 행동에서 그 어떤 분노나 기대감 따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극 중 나홍주는 철저하게 수동적인 인물이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다. 잘나가는 집안의 딸도 아니다. 능력도 돈도 없는 인물로 복수라는 행동 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시청자들은 이런 나홍주의 캐릭터를  보면서 답답함만을 느낄 뿐이다. 시청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대감'이라는 측면에서 나홍주라는 착한 캐릭터는 사실상 실패한 인물이다.

▲ [사진=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 캡처]

마지막으로 '운널사'의 김미영의 경우는 이들과는 다른 성격의 착한 캐릭터다.

그동안 김미영은 너무 착하기만 한 여자라는 이유로 사귀는 남성마다 그녀를 가지고 놀다시피 하는 아픔을 겪어왔다. 하지만 우연을 넘은 신비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김미영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재벌남이 남편으로 자리하게 됐다. 하지만 워낙 배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주변의 시선과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그녀에 대한 공격들은 '행복'을 찾는데 어렵게 만든다. 그렇지만 김미영은 어느 누구에게도 한탄 한 번 못한다. 답답함의 연속이다.

시청자들은 김미영을 바라보면서 고단함을 느끼고 있다. 이미 식상해져 버린 전형적인 착한 신데렐라 캐릭터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굳이 이렇게 웃기지도 못하는 착한 캐릭터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등장하는 착한 캐릭터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웃음 코드를 가진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김미영은 웃음기도 부족하고 답답한 착한 여자일뿐 그 어떤 극 중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유혹의 나홍주와 같이 남자에 의지하는 매우 수동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 백연희가 착하지만 남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은 그녀의 복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극시키고 있다. [사진=KBS 2TV '뻐꾸기 둥지' 방송 캡처]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착한 캐릭터는 살아있는 '그들'

이들 캐릭터들에 대한 시청자의 호불호 경향을 통해 오늘날 시청자들이 바라는 착한 캐릭터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각박하고 고독한 현대사회 속에서 시청자들은 마냥 착하기만하고 수동적이기만한 착한 캐릭터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착하지만 주변의 불합리한 공격이나 사건이 터졌을 때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살아있는 착한 캐릭터'를 원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수십년 전 미치도록 당하기만 하던, 혹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복수를 해오던 바보같은 착한 캐릭터는 이제 시청자들에게 더이상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 CJ 드라마 이모 PD는 "착한 캐릭터 드라마의 변신은 시대에 따른 필연이고 실제 시청률 추이에서도 그냥 맹목적으로 선한 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인기를 못 얻고 있다"며 "확실히 빠르게 변화히는 사회 속에서 착한 캐릭터 역시도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착하지만 무조건 당하지 않는 힘을 가진 캐릭터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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