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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피리부는 사나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질극, 약자에게 잔인한 한국 사회의 모습 드라마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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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피리부는 사나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질극, 약자에게 잔인한 한국 사회의 모습 드라마로 보여줬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4.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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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드라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 이른바 픽션(fiction)이다. 즉 허구의 이야기를 작가가 만들어 영상화시켜 브라운관을 통해 내보내는 게 TV 드라마다. 하지만 픽션일지라도 드라마는 때로는 현실의 단면을 옮겨 보여주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현실의 이야기에 가까운 드라마에 더 몰입하기 때문이다.

4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의 '피리부는 사나이' 역시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 냈다. 이날 방송에는 임금체불과 인권착취를 당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인질로 삼는 사건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위기 협상팀은 현장에 출동,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연을 알아내고 그들과 협상을 하려고 노력했다.

▲ 4일 방송된 tvN '피리부는 사나이'에서는 공장을 불법점거한 외국인 노동자들과 협상을 하려는 위기협상팀의 모습을 그렸다. [사진 =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착취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면서 강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 노동자인 샨샨은 공장장에게 성추행까지 당했지만 불법 체류자란 이유만으로 사법적 처벌을 가해자에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법 조차도 그들의 편이 아닌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화기와 중장비를 들고 인질극을 펼치게 됐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체불된 임금의 지급과 다른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였다. 또한 자신들이 당한 착취를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해 주길 원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맞춰 TNN의 앵커인 윤희성(유준상 분)은 사건 현장을 찾게 됐다. 그러나 자신의 치부를 보도한다는 것에 반발한 공장장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몸싸움 과정에서 임신한 샨샨이 부상을 입는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공장장에게 노동자들은 분노했고 진전되었던 협상은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은 잡혀 있던 여직원을 인질로 삼고 더 나아가 앵커인 유준상의 목숨을 위협한다. 절규에 찬 노동자들이 극한 상황에 몰려 폭력을 휘두르며 외치는 말은 그들이 처한 극단적 상황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그들은 "이놈의 나라는 썩었다. 가진 자들은 법으로 보호하고 우리 같이 없는 자들은 개처럼 부려먹고 버린다.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자를 죽이겠다"라고 언론을 향해 말했다.

▲ 경찰-위기협상팀을 상징하는 캐릭터 주성찬(신하균 분)(위), 언론을 상징하는 캐릭터 윤희성(유준상 분)(아래) [사진 =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이 같은 노동자들의 모습은 선택지 없이 극도의 상황에 몰린 약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폭력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처음에 위기협상팀, 즉 경찰을 믿고자 했지만 작중 주성찬(신하균 분)은 샨샨이 임신한 것을 알았음에도 협상 현장에 몰아넣고 그녀의 임신 사실을 이용해 감정적으로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려고 했다. 그는 단순히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상을 할 뿐 진정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조건을 들어 줄 생각은 없었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외국인 노동자 착취문제를 언론은 눈감아 왔다. 드라마 속 유준상이 협상 장소에 나타난 것은 공명정대한 언론으로서의 책임 때문이 아니라 특종을 잡을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경찰과 언론마저 약자인 이들을 외면했을 때 이들이 선택한 것은 대화가 아닌 폭력이었다.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러한 사건을 드라마 내에 삽입해 현실의 약자들이 어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한국 사회에서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심지어 너무 많기에 더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따라서 드라마 속 외국인 노동자의 "이 나라는 썩었다"라는 말은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궁지에 몰린 약자들에게 폭력이라는 수단을 제공하는 '범죄 컨설턴트'다. 드라마 내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법과 경찰, 그리고 언론이 만든 괴물인 피리부는 사나이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결국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괴물을 낳은 것은 약자에게 잔인했던 우리 사회가 아닐까.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드라마라는 형식을 통해 약자에게 비정한 우리 사회에 매서운 경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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