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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마침내 "정유미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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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마침내 "정유미 꽃이 피었습니다"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4.08.15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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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경우에 쓰는 용어다. 배우 정유미를 인터뷰한 지난 8일이 나에겐 그러했다.

그날따라 지하철은 코앞에서 야속하게 떠나가고 허겁지겁 집어 탄 택시는 교통 법규를 철두철미하게 지켜냈다. 야속하게도 흰머리가 지긋한 택시 기사님은 간절한 내 부탁을 듣지 못하셨는지 여유롭게 삼청동을 달렸다. 그럼에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렀다.

등허리가 흥건히 젖을 만큼 애를 썼지만 카페 2층을 올라갔을 땐 인터뷰 사진 촬영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앗! 기자님 오셨네요?" 홍보팀 직원이 반기며 재차 물었다. "바로 이어서 가능하시겠어요? 10분이면 가능하시죠?"

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렇지만 찍히는 사람도 짧은 순간에 호흡을 맞추며 집중하고 나면 꽤 피곤해진다. 이미 한차례 촬영을 마친 배우 정유미에게 양해를 구하자 그는 특유의 시원스런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그럼요~ 전 괜찮아요."

고마운 마음 반 조급한 마음 반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가 커튼을 소품으로 포즈를 취했지만 왠지 커튼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정유미의 첫 이미지는 세련미와 순박함이 적절히 섞여 있었기에 테이블 앞 의자로 장소를 이동했다.

 

핫팬츠 아래로 드러난 그의 다리가 렌즈 구석까지 가득 차도록 구도를 잡았다. 시원스런 그의 각선미가 상큼한 미소와 어우러져 세련미를 더했다.

 

이어진 계단에서의 촬영 때는 좀 더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며 때로는 시크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포즈를 취했다. 렌즈를 향한 눈빛은 거침이 없었다.

 

이끌리듯 셔터를 눌렀다. 좀 더 찍고 싶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켜야 할 만큼 매력적인 순간이었다.

 

그의 순박함이 보고 싶었다. 옥상으로 장소를 옮겼다. 좁은 계단을 올라 그날따라 파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이 보이자 배우 정유미는 "아~정말 좋네요" 라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만큼은 '일'을 잠시 내려놓고 늦은 오후의 바람 냄새와 나무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종일 실내에만 있었다는 그는 옥상에서 삼청동 거리를 내려다 보며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선물했다. 내 카메라가 바빠진 건 당연했다.

 

특히 사진을 점검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강렬하고 몽환적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티 테이블에서 마지막 컷을 찍기로 했다. 홍보팀이 시간이 다 됐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뭔가 부족한 2%를 위해 아랑곳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그때였다.

최기자 "유미씨 렌즈를 봐주세요."
정유미 "개인기 보여달라고요?"

다급한 마음에 발음이 어눌했는지 그가 렌즈를 바라봐 달라는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최기자 "네? 개인기 말고 렌즈요."
정유미 "아~저는 또 개인기 보여달라는 건 줄 알았어요."
최기자 "그래요 그럼 개인기 좀 보여주세요."

지나가던 고양이도 함께 웃을 만큼 옥상은 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순간 정유미 꽃이 피었다.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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