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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어서옵SHOW' 첫 방송, 뭘 팔겠다는 것인지 뭘 하겠다는 것인지 '대략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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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어서옵SHOW' 첫 방송, 뭘 팔겠다는 것인지 뭘 하겠다는 것인지 '대략난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5.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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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흔히 하는 모방 관련 조롱이 있다. '숟가락 얹기'다. 타 방송사의 신선한 예능 프로그램이 잘 되면 비슷한 포맷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비꼬는 말이다.

6일 KBS는 인터넷 생중계와 TV 방송 프로그램의 결합이라는 시도를 선보인 '어서옵SHOW'를 첫 방송했다. 인터넷 생중계로 먼저 방송을 진행한 후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TV에서 내보낸다는 콘셉트는 사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을 연상시켰다.

물론 '마리텔'과 '어서옵SHOW'가 완벽하게 똑같은 것은 아니다. '마리텔'이 아프리카TV의 1인 VJ 시스템을 차용해 시청자 수로 승부를 겨루는 시스템이라면, '어서옵SHOW'는 인터넷을 통해 스타의 재능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기부한다는 '스타 재능기부 홈쇼핑'을 채택하고 있다.

▲ 6일 첫 방송된 KBS '어서옵쇼(어서옵SHOW)'는 인터넷 생중계와 TV 방송 프로그램의 결합이라는 형식을 띠었다. [사진=KBS 2TV '어서옵쇼(어서옵SHOW)' 방송화면 캡처]

6일 첫 방송된 '어서옵SHOW'에 대한 평가는 "세상에서 내가 본 가장 재미없는 예능"이라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단문으로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 세 명의 쇼 호스트 이서진, 노홍철, 김종국은 서로 서먹한 기운을 전혀 감추지 못했고, 편집과 제목은 재미를 제대로 살려주지 못했다.

이는 편집과 자막으로 없는 재미도 살려준다는 MBC '무한도전'이나 '마리텔'과 비교하면 더욱 명백해진다. '무한도전'에서 큰 재미의 일익을 담당했던 노홍철의 수다는 '무한도전'처럼 핀포인트를 짚어주는 자막이 없으니 그저 어수선한 소음처럼 작동했고, '어서옵SHOW'의 편집은 이전 프로그램인 '나를 돌아봐'가 자리 잡지 못했던 초반부의 편집을 떠올렸다. 망한 생방송도 되살린다는 '마리텔'의 편집과 견줘 보면 시청 포인트를 살리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6일 첫 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핵심인 인터넷 생중계 부분을 모두 다음 주로 미룬 채, 이서진과 김종국, 노홍철이 '생방요정'으로 등장한 아이오아이(I.O.I)의 김세정과 함께 성공기원 고사를 지냈다. 이어 재능을 기부할 스타로 축구선수 안정환, 국악소녀 송소희, 한국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만든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를 소개하며 시작했고, 소개가 끝나자 이들은 세 팀으로 쪼개져 '스타 재능검증'이라는 주제 아래 1990년대 예능에서 할 법한 미션들을 수행했다.

'어서옵SHOW'의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재미를 떠나 명색이 '홈쇼핑'인데 대체 무엇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준비과정이야 있었겠지만, 그저 방송에 출연하라니 출연하고 재능 검증을 하라니 대본 대로 재능을 검증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핸드폰을 주면서 홈쇼핑 테스트를 한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서진에게 "차라리 이서진씨가 연기 재능을 팔고, 제가 호스트를 맡는 것이 낫겠다"는 안정환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던 이유다.

▲ KBS '어서옵쇼(어서옵SHOW)' [사진=KBS 2TV '어서옵쇼(어서옵SHOW)' 방송화면 캡처]

'어서옵SHOW'는 마지막에 생방요정 김세정을 응원하러 온 아이오아이(I.O.I) 멤버들의 'Pick Me' 무대로 인터넷 생중계의 막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서 노홍철은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판매한다며 어설픈 상황극을 펼쳐 같은 호스트들 사이에서도 "지금 쟤 뭐하는 거야?"라는 한탄(?)을 자아냈다.

이서진이나 노홍철, 김종국 모두 각자 자기 스타일의 예능감이 있지만, '홈쇼핑'이라는 제약은 이들의 예능감이 펼쳐질 여지를 상당 부분 제한해 버린다. 그렇다고 세일즈의 기본 포인트인 무엇을 어떻게 누구에게 판매해야 할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예능만 한다고 해서 '홈쇼핑'을 표방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만무하다.

'어서옵SHOW'는 인터넷 생중계를 시작하는 시점에 모든 조명이 나가서 어두운 화면만 송출되는 대형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솔직히 첫 인터넷 생방송이기에 있을 수 있던 기술적 문제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첫 방송을 지켜보며 이 장면이 '어서옵SHOW'의 미래를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지워버릴 수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모방을 통해 원작보다 낳은 걸작품을 탄생시킨 예도 꽤 많다. 트렌드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타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들의 흐름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모방에 그치거나 모방을 토대로 한 창조의 수준이 떨어질 때일 것이다.

타 방송사의 포맷을 빌려왔다는 의혹 속에서도 원조에 필적하는 인기를 누리며 성공을 거두는 프로그램들의 사례는 꽤 많다. 하지만 그것을 되풀이하거나 당연시하면 안 될 것이다. 포맷을 아무리 잘 빌려와서 바꿔도 결국 그것을 맛깔나게 살려주는 센스가 없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어서옵SHOW'의 첫 방송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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