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8 16:48 (수)
[캐릭터Q] '좋은 사람' 강성미,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희대의 악녀탄생?
상태바
[캐릭터Q] '좋은 사람' 강성미,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희대의 악녀탄생?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5.17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한국의 드라마, 그 중에서도 특히 오전 시간대에 집에 있는 중장년층과 주부 시청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일일 아침드라마에는 몇 가지 필수적인 공식이 있다.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못된 '악녀'나 '악인'이 등장해야 하고, '출생의 비밀'과 같은 적절한 반전도 있어야하며, 결정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펼쳐져야 한다.

'내일도 승리'의 후속으로 지난 5월 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새 일일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극본 은주영·연출 김흥동)은 이런 아침드라마의 공식을 초반부터 매우 뚜렷하게 보여준다.

'좋은 사람'이라는 제목부터 이미 우희진이 연기한 '윤정원'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해주고 있고, 우희진을 괴롭히는 악녀 차경주(강성미 분)가 등장하고, '출생의 비밀'은 아예 '입양'이라는 소재를 통해 초반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 보다 눈길이 가는 이유는 악녀 '차경주'를 연기한 강성미의 독특한 악녀 캐릭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막장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사실 '악녀' 캐릭터에는 어느정도 지켜야할 상도덕이 있다.

▲ MBC '좋은 사람' [사진 = MBC '좋은 사람' 방송화면 캡처]

'좋은 사람'의 전작인 '이브의 사랑'의 강세나(김민경 분)나 '내일도 승리'의 차선우(최필립 분)의 경우처럼 대개는 성공을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이에 대해 가난하거나 어린시절의 설움과 같은 최소한의 '면죄부'는 주어지기 마련이다. 아니면 '내일도 승리'의 서재경(유호린 분)이나 '천상의 약속'의 장세진(박하나 분)처럼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돌진하는 '악녀' 캐릭터라던지 말이다.

'좋은 사람'에서 강성미가 연기하는 '차경주'에게는 그런 최소한의 면죄부조차 주어질 거리가 없다. '차경주'는 굳이 분류를 하자면 위의 두 가지 악녀 중 후자에 가깝다. 대영그룹 차만구 전무(남경읍 분)의 딸로 부족함없이 자라왔고, 그렇기에 자신이 반한 남자에게 맹목적으로 돌진한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강성미가 좋아한다는 그 남자가 이제 막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 아내와 헤어지고 나에게 오라고 강요한다. '천상의 약속'에서 박하나도 강태준(서준영 분)에게 오래 사귄 연인 이나연(이유리 분)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뺏었다고 하지만, 이건 아예 아내가 있고 심지어 신혼부부인데도 갈라놓으려고 한다.

게다가 강성미가 빼앗으려는 그 남자 이영훈(서진우 분)은 강성미에게 조금도 마음이 없는데도 강성미는 서진우의 어머니인 박미선(박정수 분)까지 돈의 힘으로 포섭해 강제로 자신에게로 오게 하려고 한다. 아니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심지어 강성미가 빼앗으려는 남자 서진우의 아내는 강성미가 "언니 언니"하면서 절친하게 지내는 윤정원(우희진 분)이다.

강성미는 우희진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착한 친구이자 동생 노릇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데 유부남이다. 근데 그 남자도 이미 아내에게 마음이 돌아섰다"며 연애상담까지 한다. 드라마 제목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그저 순진하고 '좋은 사람'인 우희진은 둘도 없이 아끼는 동생 강성미의 사랑을 또 바보처럼 응원하고 지지해주기까지 한다. 강성미가 좋아한다는 남자가 자기 남편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하고 말이다.

17일 방송된 '좋은 사람' 11회에서 강성미의 악독함은 더욱 진보하기 시작한다. 강성미는 서진우가 자신을 좋아해주기는커녕 "다시 한 번 더 이러면 각오해라"며 화까지 내자 아예 우희진을 철저히 파멸시켜버리려고 한다. 강성미는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승진을 미끼로 보험설계사인 우희진에게 보험상담을 받게 하며 성추행 누명을 씌워서 고소까지 해버린다.

최근 '막장드라마'의 트렌드는 악녀라고 해도 어느 정도 동정의 여지를 주어서 면죄부를 쥐어주고, 주인공은 옛날 드라마처럼 무조건 악녀에게 당하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악녀에게 대항도 하며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사람'은 이 시점에서 자기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니 유부남이든 신혼이든 상관없이 빼앗으려고 하는, 심지어는 자신과 친자매처럼 절친한 언니의 남편을 빼앗으려는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악녀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아무리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이렇게 악으로 똘똘 뭉친 악녀 캐릭터는 참으로 보기 힘들지 않나?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