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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토끼와 거북이의 대결, '슬로스타터' 보우덴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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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분석] 토끼와 거북이의 대결, '슬로스타터' 보우덴이 이겼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5.17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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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덴, 초반 투구수 열세 딛고 지크에 판정승

[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거북이' 마이클 보우덴(두산 베어스)이 '토끼' 지크 스프루일(KIA 타이거즈)에 판정승을 거뒀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맞대결. 이날 경기에서 양 팀 선발투수의 투구는 흡사 토끼와 거북이의 대결과 같았다. 초반 기세는 지크가 돋보였지만 2회 큰 위기를 겪고도 우직하게 던진 보우덴이 최후의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보우덴은 시즌 6승(1패)째를, 지크는 5패(4승)째를 기록했다.

두 투수의 초반 승부는 투구수에서 크게 엇갈렸다. 지크는 2회까지 16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보우덴은 2회에만 51구를 던지는 등 2이닝 동안 무려 65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만 봤을 때 보우덴이 5이닝 이상 던지기가 힘들어보였다.

▲ [잠실=스포츠Q 이상민 기자] 보우덴(위)이 17일 지크와 선발 맞대결에서 중반 이후 호투를 펼치며 판정승을 거뒀다.

투구 내용에서도 초반에는 지크가 앞섰다.

속구 위주로 빠른 승부를 펼쳐 두산 타자들을 쉽게 돌려세울 수 있었다. 두산 타자들은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지크의 속구를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이날 지크는 탈삼진이 1개도 없었지만 볼넷 역시 하나도 없었다.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았다는 뜻. 이날 해설을 맡은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지크는 거의 빠른공으로 승부한다. 변화구는 한 타자에 한 개꼴"이라며 "시속 150㎞에 육박하는 속구로 승부를 본다. 공끝이 살아있어 조금 낮게 들어오는 빠른공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보우덴은 2회 1점만을 내주며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상대 타자들이 공을 커트하자 화를 표출하는 등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실점하는 과정에서 수비 실책이 겹쳐 쉽게 무너지는 듯 보였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커브의 비율이 높다. 종종 스플리터도 던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승부는 보우덴의 승리였다.

3회 2사까지 잘 막은 지크가 김재환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맞은 게 컸다. 여기서 적잖은 정신적 충격을 입은 지크는 타선이 두 바퀴 돈 시점인 5회부터 두산 타자들에게 정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상대 타자들이 지크의 공에 적응해 나간 것. 5회 1사 후 오재원에게 2루타, 허경민에게 내야 안타를 맞은 뒤 김재호에게 쉽게 1타점 희생플라이를 헌납했다. 6회에도 민병헌, 김재환,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추가 1실점했다.

이와 달리 보우덴은 4회 무사 1루에서 백용환의 희생번트를 맨손으로 잡아 1-6-3 병살타로 연결시키는 등 6회까지 연속 안타를 맞지 않았다. 비록 7회 2루타와 안타를 연달아 맞으며 1실점하기는 했지만 두 번째 투수 정재훈이 잘 막으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지킬 수 있었다.

이닝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보우덴과 지크의 선발 맞대결. 이날 두 투수의 대결은 초반에 밀려도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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