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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비밀은 없다' 그동안 손예진이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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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비밀은 없다' 그동안 손예진이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6.2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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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거듭되는 반전과 기묘한 분위기. '비밀은 없다'의 스타일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미쓰 홍당무'로 평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이경미 감독의 마이너한 스타일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호불호는 갈릴지 모르지만, 특색 강한 이야기와 스타일, 손예진의 광기어린 연기는 분명 강렬하다. 

23일 개봉한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어머니 연홍(손예진 분)이 갑자기 실종된 딸 민진(신지훈 분)을 찾아나서며 시작된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남편 종찬(김주혁 분)은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 준비로 바빠, 연홍 혼자의 고독한 싸움이 된다.

딸의 행적을 뒤쫓아가며, 이야기는 확장되지만 연홍은 넓은 벌판 위 홀로 서 있는 듯 외로워진다. 연홍은 다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지역에서 홀로 서울말씨를 쓰는 이방인(전라도 출신임이 밝혀지며 한바탕 곤욕을 치른다)이고,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고 느낀다. 연홍은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악에 받쳐 되뇌인다. 

▲ '비밀은 없다' 김주혁, 손예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딸을 잃어버린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연홍과 종찬은 힘을 모으기보다 균열이 생기며 갈등한다. 사랑스럽고 믿음직했던 남편 종찬은 선거 준비에 매달리고, 연홍에게 숨기는 비밀도 생긴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뿐 아니라, 연홍은 딸에 대한 배신감과 충격도 받는다. 사라진 딸에 대해 알아갈수록, 이전엔 몰랐던 정보들이 쏟아진다. 

점차 미스터리의 실마리는 풀리지만, 비밀 해소로 시원해지는 대신 영화의 분위기는 더욱 기묘해진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중요한 열쇠는 민진과 절친하다는 친구 미옥(김소희 분)이다. 연홍은 미옥을 끝까지 몰아붙이고 의심한다. 

대부분의 한국 스릴러 영화가 후반부에 하나의 큰 반전을 넣는 것에 비교해, '비밀은 없다'엔 자잘한 반전이 여럿 들어가 있다. 관객으로서는 다소 피곤할만큼 복잡한 전개지만 그 스타일은 독특하다. 뿐만 아니라 이경미 감독은 의도적인 사운드와 편집의 변형으로 낯선 영화 화법을 적용해 관객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손예진은 최근 작품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낯선 캐릭터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극단으로 치닫는 손예진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딸을 잃었다는 어머니로서, 믿었던 사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이 더해진 인물을 표현한다. 연홍이 자해하고, 더이상 믿을 상대가 아닌 남편의 뺨을 세 대 연속 때리고 욕을 퍼붓는 장면에선 손예진의 감정 연기가 절정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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