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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잘 먹는 소녀들' 패배한 쪽이 오히려 승자 같은 이상한 걸그룹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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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잘 먹는 소녀들' 패배한 쪽이 오히려 승자 같은 이상한 걸그룹 먹방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30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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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평소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지독한 다이어트를 하는 걸그룹 멤버들에게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게 해준다면 어떨까? 걸그룹과 먹방이라는 얼핏 전혀 안 어울려 보이는 두 가지 조합을 엮어낸 JTBC '잘 먹는 소녀들'이 드디어 첫 방송됐다.

29일 첫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잘 먹는 소녀들'은 트와이스 쯔위와 다현, 레드벨벳 슬기, 오마이걸 지호, 에이핑크 남주, 구구단 강미나, 시크릿 전효성, 나인뮤지스 경리 등 여덟 명의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 토너먼트제로 먹방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

'잘 먹는 소녀들'은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먹방과 아이돌 예능을 하나로 결합시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신개념 예능이 될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단순히 '아이돌+먹방' 뿐 아니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인터넷 생중계의 포맷까지 더해서 흥미를 유발했다.

먹방과 아이돌, 그리고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세 가지 조합을 섞은 '프리미엄 뷔페'를 지향한 '잘 먹는 소녀들'은 막상 지난 15일 네이버 V앱에서 진행된 인터넷 생중계로 뚜껑을 열자 먹방도, 아이돌 예능도, 인터넷 생방송의 묘미도 전혀 살려내지 못하는 뒤죽박죽 잡탕밥의 모습을 보였다.

▲ 1라운드에서 대결을 펼친 트와이스 다현과 에이핑크 남주, 트와이스 쯔위와 레드벨벳 슬기, 오마이걸 지호와 구구단 강미나 [사진 = JTBC '잘 먹는 소녀들' 방송화면 캡처]

한국에서 유행하는 먹방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다. 김준현, 문세윤 등 대식가 개그맨들이 출연해 압도적인 먹방을 보여주는 '맛있는 녀석들'이나 전국 각지의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백종원의 3대천왕', 아니면 젊은 20대 여성의 취향에 맞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테이스티 로드'처럼 먹방을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군침이 돌게하는 맛깔난 음식의 제공은 기본이다.

하지만 '잘 먹는 소녀들'의 음식은 걸그룹 멤버들이 먹고 싶어한 음식이라고 하지만 솔직하게 기대 이하였다. 짜장면과 탕수육, 치킨, 닭발, 장어덮밥, 족발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지만 음식의 퀄리티는 TV 먹방에서 볼 수 있는 '맛집'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고, 심지어 트와이스 다현이 먹은 짜장면의 경우 만들어진지 시간이 지나치게 경과되어 짜장면이 불어있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먹방 대결이라고 한다면 동일한 메뉴를 두고 먼저 먹는다거나 아니면 많이 먹기 대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잘 먹는 소녀들'은 대결을 펼치는 두 참가자가 각기 다른 메뉴를 자유롭게 먹으며 제한시간 10분 동안 다 먹는다거나 할 필요없이 그저 먹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먹으면 된다. 그리고 판정 역시 방청객들과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보는 네티즌 투표로 결정된다. 즉, 먹방이라고 하지만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먹방이라는 희한한 포맷을 내세운 것이다.

게다가 '잘 먹는 소녀들'은 인터넷 생중계를 하면서 8강 토너먼트부터 결승전까지 장시간을 제대로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진행하는 패기를 선보였고, 걸그룹 멤버들의 먹방 역시 아무런 예능적인 요소 없이 그저 먹기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잠깐잠깐 먹으면서 애교를 부리거나 맛을 어필하는 정도의 소박한 리액션이 전부이니 예능적인 요소가 나오기도 힘들고 말이다.

오죽하면 15일 '잘 먹는 소녀들'의 인터넷 중계 당시 네티즌들은 "맛있게 먹고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잘 먹는 소녀들'의 진정한 승자는 1라운드 3대결로 펼쳐진 오마이걸 지호와의 대결에서 닭다리와 닭날개 등 맛있는 부위를 적당히 먹고 1라운드에서 탈락한 강미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잘 먹는 소녀들'이 장기적인 포맷으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먹방을 선보여야 한다. 같은 메뉴로 빨리 먹기나 많이 먹기 대결을 하든지 누가 봐도 명백하게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대결구도를 갖추는 편이 차라리 공정하고, 메뉴 역시 지금처럼 어설픈 배달음식이 아닌 제대로 된 음식으로 승부를 겨루는 편이 유리하다.

그리고 인터넷 생중계에 연연하는 것 역시 패착이 될 확률이 높다. 먹방의 특성 상 한 번 음식을 섭취하면 충분히 음식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잘 먹는 소녀들'은 전문 푸드파이터도 아니고 오히려 일반인보다 소식을 하는 걸그룹 멤버들에게 쉬지 않고 결승전까지 최대 세 번의 먹방을 진행하게 하는 무모한 도전을 선보인다. 이것은 단순히 먹방의 재미나 공정성 문제가 아니라 자칫하면 출연자들의 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잘 먹는 소녀들'은 15일 진행된 인터넷 생중계에서도 재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29일 방송된 본방송 역시 인터넷 생중계의 화면에서 벗어남이 거의 없는 단조로운 구성으로 빈축을 샀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인터넷 생중계로 네티즌과 소통을 하고 토요일 본방송에서는 자막과 편집, CG로 인터넷 생중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재미를 선사하지만, '잘 먹는 소녀들'은 인터넷 생중계에서는 소통이 없고 TV 방송에서는 인터넷 생중계와 동일한 모습을 답습하며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 이럴 바에는 과감하게 인터넷 생중계를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

'잘 먹는 소녀들'은 29일 방송에서는 1라운드 네 번의 대결 중 세 번의 대결 만을 선보였다. 2회에서는 시크릿 전효성과 나인뮤지스 경리의 1라운드 마지막 대결과 함께 2라운드와 결승전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2회까지는 지금의 포맷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해도, 과연 '잘 먹는 소녀들'이 3회부터는 지금까지 지적된 문제점들을 고쳐서 혁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여타의 수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일회성의 프로그램으로 잊혀지게 될까? 제작진은 지금쯤 '잘 먹는 소녀들'의 향후 전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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