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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Q] '원티드' 외눈박이 나라에 간 두눈박이 전효성, 그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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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Q] '원티드' 외눈박이 나라에 간 두눈박이 전효성, 그녀의 선택은?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7.01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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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두 눈이 멀쩡한 원숭이가 가게 됐다. 눈이 멀쩡한 두눈박이 원숭이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외눈박이 원숭이들을 이상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외눈박이 원숭이들은 눈이 모두 멀쩡한 원숭이야말로 비정상이라며 따돌렸다. 결국 두 눈이 멀쩡한 원숭이는 스스로 한 눈을 찔러 애꾸를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외눈박이 원숭이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아들을 납치당하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범인이 시키는 대로 생방송을 시작하는 대한민국 톱스타 정혜인(김아중 분)의 이야기를 그린 SBS 드라마스페셜 '원티드'(극본 한지완·연출 박용순)는 위의 '외눈박이 원숭이와 두눈박이 원숭이' 동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원티드'에서 김아중은 아들이 납치당하자 아들을 되찾기 위해 범인이 시키는 대로 생방송 리얼리티쇼를 만들려고 하고, 흥행지상주의자인 PD 신동욱(엄태웅 분), 작가 연우신(박효주 분)과 함께 '정혜인의 원티드'를 만들게 된다.

현실에 존재하기 힘든 극단적인 상황을 그려내는 만큼 '원티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 역시 정상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청률과 개인적 성공만을 위해 내달리는 '집단광기'가 인간성을 점점 더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아들이 납치당했다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결국 범인이 시키는 대로 생방송 리얼리티쇼를 진행하면서 아들을 찾으려는 어머니 김아중의 마음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들이 납치당한 상황에서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 송정호(박해준 분)나 아이를 찾는 것보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엄태웅, 이 납치사건을 취재해 영향력 있는 기자로 거듭나려는 스타라이프 기자 장진웅(이승준 분) 등 '정혜인의 원티드'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행동은 좋게 말하면 공감부족이고, 심하게 말하면 감정이 결여된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 SBS '원티드'에서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중계할 수 있다는 집단광기가 퍼져나가는 가운데 조연출 박보연(전효성 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비정상과 광기가 지배한 상황을 헤쳐나가려고 한다 [사진 = SBS '원티드' 방송화면 캡처]

이렇게 납치사건과 이를 미끼로 한 전무후무한 생방송 리얼리티쇼의 전개라는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바로 '정혜인의 원티드'의 조연출을 맡고 있는 박보연(전효성 분)이다. 방송PD를 꿈꿨지만 스펙이 부족해 공중파 방송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UCN에 들어오게 된 전효성은 PD가 되겠다는 꿈에 의욕적으로 나서지만, '정혜인의 원티드'를 둘러싼 추악한 현실에 좌절한다.

이미 '정혜인의 원티드'에 참여하면서 주변을 둘러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갈등하던 전효성의 인내는 30일 방송된 '원티드' 4회에서 결국 폭발한다. 김아중의 아들을 납치한 범인에게서 이메일로 보내온 영상에 등장한 살인장면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엄태웅은 영상에 등장한 시체를 보고도 "저런 화면 정도는 연출 가능해. 안 죽였을 수도 있어. 그냥 관심 끌고 자기 뜻대로 방송 끌고 가려고"라며 살인을 부정한다.

그런 엄태웅의 태도에 UCN 드라마국 국장이자 '정혜인의 원티드'의 책임 프로듀서인 최준구(이문식 분)는 "진짜 죽은 거라면? 또 죽일 거라면?"이라고 물으며 당장 방송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지만, 김아중은 "그렇다면 더더욱 이 방송을 해야 해요. 우리 현우가 죽어요. 그냥 납치범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죽이는 범인이 우리 현우랑 같이 있다고요"라며 방송의 강행을 촉구한다.

전효성은 결국 이 상황을 더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회의실을 뛰쳐나가 계단에 가서 눈물을 흘린다. 전효성은 박효주에게 "저 그만둘래요. 못 하겠어요. 작가님은 괜찮아요?"라고 말하지만, 박효주는 담담하게 "못하겠으면 그만둬야지. 이건 일이니까. 난 돈 받은 만큼 일하고, 많이 받은 만큼 잘해. 이 방송은 돈을 아주 많이 주고, 난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고"라고 말한다.

이어 박효주는 전효성의 치부를 파고든다. 박효주는 "넌 이 방송 왜 시작했는데? 내가 맞춰 볼까? 그 스펙으로는 받아주는 방송이 없으니까 기회를 잡으려고"라며 전효성을 당황하게 만든다. 말문이 막힌 전효성은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이래요?"라고 물었지만, 박효주는 다시 "끝까지 해내는 것. 그게 책임지는 거야"라며 기묘한 광기로 얼룩진 비정상을 드러낸다.

'원티드'의 극중 생방송 리얼리티쇼인 '정혜인의 원티드'에 관여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김아중의 아들을 구하는 것보다 이 기회에 시청률을 올리고 성공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들로 움직인다. 이 괴물들 속에서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조연출 전효성은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할지 고민하고 갈등한다.

외눈박이 원숭이들의 나라에서는 두 눈을 달고 있는 두눈박이 원숭이가 오히려 비정상이다. 분명 누가 생각해도 두 눈이 멀쩡한 두눈박이 원숭이가 정상이지만, 그것은 외눈박이 원숭이들의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논리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전효성에게도 적용된다. 인륜을 무시하는 결정이 서슴치 않고 일어나는 이 치열한 생방송 리얼리티쇼에서 전효성은 지극히 상식적인 범위의 사고를 하지만, 모두가 시청률의 광기에 미쳐 돌아가는 방송국 안에서 전효성의 정상적인 사고방식은 비정상으로 치부된다. 두눈박이 원숭이가 외눈박이 원숭이들과의 공존을 위해 자신의 눈을 돌로 찍어 애꾸를 만들었듯이, 전효성 역시 이 광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같은 선택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효성은 자신의 눈을 돌로 찍는 대신 그녀만의 방식으로 정면돌파를 하려고 한다. 엄태웅은 해킹을 할 줄 아는 전효성에게 범인이 두 번째 미션으로 지정한 소아과 의사 하동민(손종학 분)의 이메일과 핸드폰 통화내역을 해킹해 달라고 지시한다.

이 지시에 전효성은 "할 수는 있지만 전 화이트 해커라 그런 것은 안 한지 오래 됐다"며 엄태웅의 지시대로 해킹을 하지 않고 "못하겠어요. 대신 제가 꼭 어떻게든 찾아올게요"라며 직접 발로 뛰는 방법을 택한다. 두눈박이 전효성이 외눈박이들의 비정상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집단광기가 전염되고 있는 '원티드'에서 과연 전효성은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정상'을,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전효성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는 김아중의 아들을 납치한 범인이 누구인지, 그가 이런 사건을 왜 저지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원티드'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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