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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23) 양학선은 빠져도 '양1'로, 김한솔 한국체조 '도마의 품격'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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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23) 양학선은 빠져도 '양1'로, 김한솔 한국체조 '도마의 품격' 지킨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8.05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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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기계체조> 유망주 김한솔 도마-마루운동 출전, 고난도 기술로 메달 도전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도마의 신’ 양학선은 없다.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뒤 기적을 기다렸지만 끝내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딴 ‘양1’ 기술을 들고 생애 첫 올림피아드에 야심차게 도전하는 기대주가 있다. 마루와 도마가 주 종목인 김한솔(20‧한국체대)이다.

한국 기계체조 유망주 김한솔이 자신의 이름을 알린 무대는 2014년 10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세계선수권대회다. 당시 그는 마루운동 결승에서 5위를 차지,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 안마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한국 기계체조의 기대주 김한솔. [사진=스포츠Q DB]

아울러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와 마루운동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 각각 8위와 6위에 올랐다.

국제대회 입상 경험이 없지만 김한솔은 도마에서 난이도가 높은 양1로 승부수를 던진다. 다른 기술보다 정확도가 높지 않아 위험 부담이 따르지만 부족한 점을 마지막까지 보완해 ‘에이스’ 양학선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각오다.

◆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양1', 완성도 높일 수 있나

양1은 양학선이 2012 런던 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썼던 기술이다. 기술명은 짧지만 양1을 실제로 구사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최고난도 7.4인 양1은 도마를 앞으로 짚고 3바퀴를 비트는 고급 기술이다. 양학선도 피나는 훈련을 거친 끝에 양1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을 만큼 쉽게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김한솔은 반복 훈련을 통해 양1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힘써왔다. 리우 출정 전 성공률이 70%까지 도달했는데, 실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면 메달권 진입도 바라볼 수 있다는 평가다.

<데이터 출처=국제체조연맹>

마루운동에서도 기술 난이도를 높였다. 리종성(북한)의 이름을 딴 난도 점수 17.5짜리 기술에 도전한다. 마루에서 최고 G난도인 이 동작의 완성도를 높일 경우, 마루운동 최강자인 시라이 겐조(일본‧17.6점)를 바짝 추격할 수 있다.

김한솔은 기량 향상을 위해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 도약부터 착지까지 세밀하게 분석하며 결전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 에이스 빠진 한국 기계체조, 베테랑 유원철에 기대 건다

윤창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기계체조대표팀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 남자 5명, 여자 1명 등 총 6명을 내보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결선 7위에 오르며 7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1~5위를 차지한 이상욱(전북도청)과 박민수(한양대), 유원철(경남체육회), 신동현(국군체육부대), 김한솔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반면 리우행 단체전 티켓을 따지 못한 여자 대표팀은 국가별로 배정된 출전권 1장을 놓고 열린 선발전에서 이고임(인천체고)이 뽑혔다. 하지만 리우에서 적응훈련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한 이고임이 대표팀에서 하차해 귀국했고 이은주(강원체고)가 대체 자원으로 투입됐다.

▲ 대표팀 맞형 유원철은 "올림픽에 다시 나가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스포츠Q DB]

리우 올림픽 기계체조에는 남녀 종목별과 개인종합, 단체종합 등에 모두 금메달 14개가 걸려 있다. 종목별로 남자는 도마와 마루운동, 안마, 링, 평행봉, 철봉 등 6개 종목, 여자는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도마 등 4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올림픽 2연패가 유력했던 양학선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 당일 컨디션과 심판 채점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내심 메달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대표팀 맏형 유원철이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는 남다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평행봉 은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부상 때문에 4년 뒤 런던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그 길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올해 선발전을 통해 대표팀에 복귀한 유원철은 리우에서 그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그는 “4년 전 런던 대회에 나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며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원철의 주 종목은 평행봉.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난이도 점수 7.000으로 연기를 펼쳐 합계 15.375점을 획득, 14위를 차지했다. 4년 공백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림픽을 앞두고 연착륙했다고 볼 수 있다.

유원철은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Q] 아시나요?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기계체조가 가장 강했던 종목을

1960년 올림픽에 데뷔한 한국 기계체조는 2012년 양학선이 남자 도마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낼 때까지 은, 동메달 4개씩을 수확했다. 11차례 올림피아드 매트에서 거둔 9개의 메달은 모두 남자부, 그것도 4개 종목에 몰려 있다. 남자 8개, 여자 6개 세부종목 중에서 쏠림현상이 컸던 한국 체조다.

그중 남자 태극 공중제비가 가장 높게 도약했던 종목은 도마(뜀틀)다. 금 1, 은 1, 동메달 2개로 한국 메달의 절반 가까이 책임졌다. 1964년, 1968년, 1984년 3회 연속 남자 개인 6개 종목 중에서 가장 낮은 순위(69위-공동 92위-공동 40위)로 처졌던 도마는 1988년 박종훈이 한국 체조 첫 메달(동)을 따내면서 일약 효자종목으로 부상했다.

4년 뒤 유옥렬이 다시 동메달을 따내더니 1996년 애틀랜타에서 여홍철이 첫 은메달로 레벨을 끌어올렸다. 그 뒤 3연속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하다가 런던에서 양학선이 ‘도마의 신’으로 불리며 금빛 착지를 이뤄냈다.

평행봉은 은메달만 2개를 수확했다. 이주형이 1996년 이 종목 처음으로 8명이 겨루는 결승(7위)에 오른 뒤 4년 만에 은메달로 꽃을 피웠다. 2008년엔 양태영(7위)과 함께 결승에 오른 유원철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철봉에선 이주형이 1996년 결승 진출(8위)에 이어 2000년 동메달을 획득, 한국 체조에서 유일한 멀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김지훈이 도전했으나 결승서 8위에 머물렀다.

나머지 개인 3개 종목은 결승 도전사였다. 안마에서 2000년 이장형이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에게 0.025점 뒤진 4위로 아깝게 동메달을 놓친 뒤 2008년 김지훈이 도전했지만 결승서 6위에 그쳤다.

마루운동에서는 유옥렬이 1992년 도마 동메달에 이어 추가 메달 도전에 나섰지만 공동 은메달리스트에게 0.012점차로 뒤져 4위로 포디엄에 서지 못했다. 이 종목에선 유옥렬만이 유일한 결승 진출자다.

링은 결승에도 한 번 오르지 못한 취약 종목. 2008년 평행봉 은메달리스트 유원철이 링에 올랐으나 예선서 11위를 기록한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6개 종목의 최강자를 가리는 남자 개인종합에서는 2004년 김대은이 은메달, 양태영이 동메달을 따내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함께 오른 게 최대 수확이다.

하지만 양태영은 오심으로 금메달을 도둑맞아 고개를 떨궈야 했다. 주종목 평행봉에서 스타트 점수 10점짜리 연기를 펼쳤지만 심판진에서 이를 9.9점으로 매기는 바람에 0.1점을 손해봤다. 반면 미국 폴 햄은 엉덩방아를 찧는 큰 실수를 범하고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금메달을 차지, 논란을 불렀다. 국제체조연맹이 오심은 인정했지만 번복은 없었고 양태영의 제소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햄과 양태영은 0.023점차로 시상대 자리가 갈렸다.

남자 단체종합에서는 2004년 개인종목 입상자는 없었지만 김대은, 양태영이 고르게 활약하며 선전했다. 루마니아에 불과 0.537점차로 동메달을 내주고 역대 최고 4위 성적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여자부에선 개최국 자격으로 멤버를 구성할 수 있었던 1988년에만 단체종합에 나서 12개팀 중에서 10위를 차지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 출전이다. 또 서울 올림픽 여자 마루운동에서 공동 27위를 기록한 게 여자 개인종목별 최고 순위이고 여자 개인종합에서도 그 해 박지숙이 결승에 진출해 받은 21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동안 한국 체조는 이주형 여홍철 등 6명이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 게 최다 출전기록이지만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매트에 나서는 유원철처럼 공백을 거쳐 복귀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32세 유원철은 또 2000년 여홍철이 세운 역대 한국체조 최고령 출전기록(29세 112일)을 경신하는 투혼의 연기를 펼치게 된다.

■ 역대 올림픽 기계체조, 한국 출전선수 최고성적 (금 1, 은 4, 동 4)

- 1960 로마 (남 1 + 여 1) = 남,녀 개인종합 88위

- 1964 도쿄 (남 6 + 여 3) = 남 안마 공동 11위

- 1968 멕시코시티 (남 1) = 남 안마 24위

- 1984 LA (남 6 + 여 2) = 남 철봉 공동 12위

- 1988 서울 (남 3 + 6명) = 동메달 남 도마 박종훈 *여 개인종합 역대 최고 21위

- 1992 바르셀로나 (남 6 + 여 2) = 동메달 남 도마 유옥렬 *남 마루운동 역대 최고 4위

- 1996 애틀랜타 (남 7 + 여 1) = 은메달 남 도마 여홍철

- 2000 시드니 (남 6 + 여 1) = 은메달 남 평행봉 이주형 / 동메달 남 철봉 이주형 *남 안마 역대 최고 4위

- 2004 아테네 (남 6 + 여 1) = 은메달 남 개인종합 김대은 / 동메달 남 개인종합 양태영 *남 단체종합 역대 최고 4위

- 2008 베이징 (남 6 + 여 1) = 은메달 남 평행봉 유원철 *남 링 역대 최고 11위(예선)

- 2012 런던 (남 4 + 여 1) = 금메달 남 도마 양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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