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17:12 (목)
'부부 총잡이 아내' 정미라-나윤경의 금빛 총성, '남편들, 들었나요'
상태바
'부부 총잡이 아내' 정미라-나윤경의 금빛 총성, '남편들, 들었나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9.24 2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병길은 갑상선암 극복에 도움, 황경수는 닷새 후 동반 메달 도전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확실한 메달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진종오와 김장미가 개인전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음에도 한국 사격은 끄덕없이 순항중이다. 사흘간의 일정을 남겨둔 현재 목표로 했던 금메달 6개는 이미 달성했다.

24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는 나윤경(32·우리은행), 정미라(27·화성시청), 음빛나(23·국군체육부대)로 구성된 한국이 1855.5점을 쏴 1854.1점을 기록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사’ 음빛나가 언니들 정미라(618.5점), 나윤경(616.4점)을 금메달로 이끌었다. 620.6점을 기록한 그는 개인전 동메달까지 거머쥐는 영광을 누린데다 시상대에서 늠름하게 거수경례를 하며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총잡이 부부'의 아내들, 정미라와 나윤경이 없었더라면 금메달 소식은 없었다. 이들은 사격선수 남편의 든든한 지원 속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이젠 남편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정미라는 지난 22일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낸데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조직위원회 인터뷰를 통해 “함께해준 동료들이 떠올랐다”며 “기대하지 않았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 더없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미라에게 이번 메달은 유독 값지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다시는 총을 쏘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 정미라는 2012년 갑상선암 선고를 받았지만 남편 추병길의 도움으로 시련을 딛고 일어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그해 11월. 정미라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이때 현재의 남편이 된 추병길(34·화성시청)이 늘 함께 했다. 역시 사격선수인 추병길은 하루도 빠짐없이 정미라를 다독이며 아내가 사대에 복귀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었다. 둘은 지난해 7월 화촉을 밝혔다.

아쉽게도 추병길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져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오지 못했다. 소속팀 전지훈련 참가를 위해 이날 대회 현장에도 응원 오지 못했다. 하지만 정미라는 멀리서 자신을 응원하고 있을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발 한발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오는 26일 같은 장소에서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해 2관왕에 도전한다.

▲ 정미라-추병길 커플. 추병길은 갑상선암 선고를 받고 힘겨워하던 여자친구의 곁을 지켰고 지난해 7월 평생의 동반자로 가약을 맺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나윤경과 황정수는 동갑내기 부부다. 나윤경은 소총, 황정수는 스키트 국가대표다. 두 사람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선 것은 2010년 10월 백년가약을 맺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황정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시며 부인과 큰 대회를 함께 치르지 못했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에서 2회 연속 3자세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던 나윤경은 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노골드의 한을 푸는데 성공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세 번째 출전만에 은이 아닌 금메달을 따내 감격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대하지 못한 우승에 울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남편 차례다. 아내의 기를 받은 황정수는 오는 29, 30일 경기 화성종합사격장에서 열리는 스키트 종목에 나서 사상 첫 부부 동반 메달에 도전한다.

▲ 아내 나윤경(아래)의 금메달 기운을 받은 황정수는 오는 29일 스키트 종목에 나서 동반 메달에 도전한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