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1 01:04 (토)
[신스틸러 탐구](12) '그사세'부터 '운빨로맨스'까지, 나영희가 보여준 새로운 시대의 '어머니'들
상태바
[신스틸러 탐구](12) '그사세'부터 '운빨로맨스'까지, 나영희가 보여준 새로운 시대의 '어머니'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8.17 16:3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신스틸러(Scene stealer)는 말 그대로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주연 배우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연기력으로 장면을 압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극에 다채로운 매력을 더하는 그들은 이야기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윤활제'다. 스포츠Q는 연재 '신스틸러 탐구'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스틸러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 세계를 작품 속 장면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한국의 어머니상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배우는 김혜자다. 김혜자는 인자하고 헌신적인 어머니 상을 연기해오며 시대의 '어머니'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20세기까지의 어머니 상이 김혜자였다면 21세기에는 새로운 어머니 상이 필요하다. 나영희는 수많은 중년 배우들 중 가장 21세기에 어울리는 어머니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제안해왔다. 나영희는 친구 같으면서도 까탈스러워 때로는 귀찮은 현 시대의 엄마 캐릭터를 보여주며 드라마계의 새로운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 나영희가 출연한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사진 =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방송화면 캡처]

나영희는 1980년 MBC 1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온 나영희가 '신스틸러'로 각광받게 된 것은 노희경 작가의 대표작인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영희는 주인공 주준영(송혜교 분)의 속물적인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극중 나영희는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받은 여성으로 딸 송혜교와 친구같으면서도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애증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영희의 연기는 늘 헌신적이고 자애로웠던 기존의 어머니 캐릭터와는 다른, 자식들과 갈등을 빚고 마냥 어른스럽지만은 않은 새로운 어머니 상을 제시했다.

나영희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쌓아온 연기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후 MBC '내조의 여왕'에서 남편마저 쥐락펴락하는 '실세' 오영숙 역할을 맡아 감칠맛 나는 연기를 펼쳤다. 회사 안 부인들의 친목회 '평강회'를 운영하며 권력을 쥐고 있던 나영희는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얄미운 상류층 사모님을 연기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나영희는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도 겉과 속이 다른 방씨 집안의 둘째며느리 장양실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얄밉고 속물적인 나영희가 맡은 캐릭터는 다양한 작품에서 통용되며 나영희를 대표적인 '신스틸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나영희는 '별에서 온 그대'로 또 한번 '대박' 작품과 만나게 된다. 나영희는 극중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의 속물적인 어머니 양미연 역을 맡았다. 양미연은 젊은 시절 꿈이 배우였지만 자신의 꿈을 접고 딸 전지현이 알아주는 여배우가 되자 대리만족과 함께 금전적 사치를 누리는 인물이다. 나영희는 전지현 못지 않은 속물, 졸부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기존 나영희의 연기 이미지를 잘 살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한 '운빨로맨스' [사진 = SBS '별에서 온 그대'·MBC '운빨로맨스' 방송화면 캡처]

최근 작품에서 나영희는 한 차례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바로 MBC '운빨로맨스'의 양희애 역을 통해서다. 양희애는 주인공 제수호(류준열 분)의 어머니로 남편과 아들 사이의 갈등에 죄책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나영희는 천재인 아들을 망친 것은 부모라는 사실에 자책하고 이후 주인공 여자주인공 심보늬(황정음 분)와의 만남으로 아들과의 마음의 벽을 차츰허물어 간다.

나영희는 그동안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그러나 자식에게는 끔찍한 부정적인 현 시대의 어머니 역할을 맡아왔다. 과거 자애로운 어머니 상을 원했던 드라마와 영화계는 시대에 걸맞는 어머니 캐릭터를 원했고 나영희는 다수의 히트작 드라마에 출연하며 신스틸러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나영희는 앞서 말했듯 '운빨로맨스'를 통해 또 다시 새로운 어머니 캐릭터에 도전하기도 했다. 기존에 나영희가 연기한 속물적이고 자식에게 과욕을 부리는 어머니 캐릭터와 다른 자식을 망쳤다는 자책과 어른스럽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는 어머니인 양희애 캐릭터는 나영희에게 또 다른 연기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시대가 원하는 어머니 상은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나영희는 그에 발맞춰 스스로의 연기 스펙트럼을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운빨로맨스'에서 나영희가 새로운 어머니를 연기했다면 다음은 또 어떤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줄까? 현재 나영희는 SBS 새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에 출연을 확정지었다. 만나는 드라마마다 '대박'이었던 나영희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나영희 소개

1980년 MBC 1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2008년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2009년 MBC '내조의 여왕', 2012년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2012년 SBS '별에서 온 그대', 2013년 KBS 2TV '굿 닥터' 등 다수의 인기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2016년 MBC '운빨로맨스'가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