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김나미, 4년 전 불운 딛고 44년만의 영광 속으로 다이빙
상태바
김나미, 4년 전 불운 딛고 44년만의 영광 속으로 다이빙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1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여자 다이빙 개인전 44년만의 아시안게임 메달, 광저우 대회 손가락 골절 기권 좌절 딛고 부활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4년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부상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불운의 다이버'가 인천에서 화려하게 입수했다.

이와 함께 한국 수영 여자 다이빙 개인전 사상 44년만에 메달이 나왔다.

김나미(20·경북체육회 독도스포츠단다이빙팀)는 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합계 269.85점을 받아 시팅마오(308.45점), 왕한(287.40점·이상 중국)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메달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김수지(16·울산 무거고)도 262.70점으로 김나미에 이어 4위에 올라 미래 가능성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김나미의 메달은 다이빙 여자종목 개인전에서 44년만에 나온 메달이다.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김영채가 10m 플랫폼 은메달을 딴 이후 한국 여성 다이버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단체전까지 합치면 2002년 부산 대회 싱크로나이즈 3m 스프링보드 이후 12년만에 나온 귀한 기록이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나미가 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차지한 동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특히 김나미에게 이번 동메달은 더욱 특별했다. 부상으로 스스로 경기를 포기,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던 4년전 기억을 힐링하는 메달을 따냈기에 그 가치가 더했다.

◆ 여고 1년생의 부상투혼, 끝내 버텼지만

2010년 11월에 열렸던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다이빙 여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했던 김나미는 이예림(23·대전시체육회)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지막 훈련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 3회전 반 돌아내리기라는 난도 높은 연기를 하다가 손가락이 꺾였다. 오른손 손등 약지 골절이었다. 그래도 김나미는 끝까지 뛰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당시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동메달을 기대했던 종목이었고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서울체고 3년 선배의 경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돌아와서 수술하기로 하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섰지만 통증은 상상 이상이었다. 입수할 때마다 오른손등 위로 전해지는 수압과 체중에 손가락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았다.

1차 시기에서 받았던 점수는 42.00이었다. 전체 5위에 해당하는,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손등이 퉁퉁 부어올랐다. 이예림도 김나미의 손등을 보고 함께 울었다.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나미가 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여고 1년생에 불과했던 김나미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년 뒤 런던 올림픽이 있고 4년 뒤 인천 아시안게임에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에서 허무하게 끝났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고 눈물을 쏟았다.

◆ 44년만에 여자 다이빙 개인전 메달 대기록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스스로 경기를 포기하자 주위에서 격려와 위로가 이어졌다. 박태환(25·인천시청)도 처음으로 출전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실격을 당해 눈물을 흘렸지만 대스타가 되지 않았느냐며 말을 걸어왔다. 부기가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지면서 마음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광저우의 아픔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다시 4년을 준비했다.

김나미는 선수층이 얇은 한국 여자 다이빙에서 국내 1인자다. 2009년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싱크로나이즈 1m, 3m 2관왕과 함께 고등학교 진학 후 출전하기 시작한 전국체육대회에서 메달을 꾸준히 획득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나미가 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3위를 확정지은 뒤 후배 김수지의 축하를 받고 있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실업팀에 들어가 첫 출전한 전국체육대회에서는 1m 스프링보드와 3m 스프링보드 2관왕에 오르는 등 꾸준히 성적을 향상시켜왔다.

그리고 다시 그에게 아시안게임이라는 기회가 왔다. 더이상 4년전의 아픔을 겪지 않겠다는 각오만 있었을 뿐 그에게 포기와 눈물 같은 것은 없었다.

김나미는 경기가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이렇게 동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며 "손가락 골절 부상 때문에 포기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정말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배 김수지의 축하를 받은 그는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시상대에 섰다. 4년전 아픔을 깨끗하게 치유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도 예전 박태환이 그랬던 것처럼 과거의 아픔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 추억으로 가슴에 남길 수 있게 됐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나미가 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 시상식에서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