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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남' 슈틸리케 감독,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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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남' 슈틸리케 감독,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14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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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유머에 인간미, 파격 라인업에 신선함 느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축구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사로잡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끈 ‘국민적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딕 아드보카트, 요하네스 본프레레, 움베트투 코엘류 등 많은 외국인 사령탑이 거쳐갔다. 그러나 아무도 축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히지는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선장에 힘을 실어줘야만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시점. 인간적인 매력을 보유한데다 명장의 향기가 느껴지는 슈틸리케 감독을 보며 팬들은 절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어떻게 팬심을 사로잡았을까.

▲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 때 선수들 개개인에게 구체적인 주문을 한다.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그를 이루기 위한 단기 플랜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감동’을 강조하는 사령탑, 진솔한 인간미가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감동’을 강조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진솔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는 파라과이전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팬들의 가슴에 와닿는 경기를 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경기는 단순히 TV로만 중계되는 것이 아니라며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0일 천안에서 벌어진 자신의 한국 사령탑 데뷔전인 파라과이와의 A매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입장할 때 그는 벤치에 앉아있지 않았다. 선수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 선임 배경으로 “그를 만나 받은 인상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것"이었며 “자신의 흠일지도 모르는 경험을 솔직하게 말해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인간적인 면, 진솔한 면에 선수들, 팬들이 마음을 열고 있다.

◆ ‘명의의 향기’, 확실한 미션 제시 

▲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천안에서 열린 파라과이전에서 애국가가 나오자 코칭스태프와 어깨동무를 하는 적극성을 보여줬다. [사진=스포츠Q DB]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공격을 잘하면 경기에서 승리하지만 수비를 잘하면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수비가 중요하다"며 "파라과이전 목표는 무실점 경기“라고 선언했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흘에 걸쳐 동안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었고 무실점 2-0 완승으로 약속을 지켰다. 전반에는 파라과이의 슛을 단 1개로 묶었다. 선수들은 사령탑의 마음을 읽고 이를 철저히 이행했다.

이번엔 점유율 축구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을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에서 “파라과이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후반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며 공을 뺏기는 것”이었다며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보다 수비적으로 나가면서 볼 점유율을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 소유시간을 높여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구상을 한 그는 선수들을 3인 1조로 세우고 빠른 원터치 패스를 주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마다 확실한 미션을 제시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확실한 미션 제시, 믿음을 주는 세부 플랜에 팬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 또 파격카드? '언론은 알 수 없는' 오리무중 베스트 11 

▲ 파라과이전에서 기성용이 교체아웃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따뜻하게 격려했다. [사진=스포츠Q DB]

파라과이전 선발 명단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조영철(카타르SC), 김민우(사간 도스), 남태희(레퀴야) 등 새로운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골문은 ‘월드컵 스타’ 김승규(울산 현대) 가 아닌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이번에도 실험은 이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또 새로운 실험을 할 것이다. 어떤 선수를 어떤 자리에 기용하든지 승리할 자신이 있다”며 “베스트 11에 대한 구상은 다 되어 있지만 언론을 통해서 아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먼저 공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오던 선수들만 나오던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바뀌었다. 이름값이 아니라 당일 컨디션과 최근의 폼을 고려해 선수를 기용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방침에 팬들이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 취재진을 웃게 하는 유머 감각, "치매 아니다"

▲ 그는 인터뷰 때마다 취재진들을 웃게 만들었다. 13일 기자회견에서는 "치매 걸린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진=스포츠Q DB]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냉정한 사람같지만 그는 취재진을 미소 짓게 하는 재주가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파라과이전 공격진 구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혹시 파라과이 대표팀에서 일하는가. 전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이 의심스럽다"고 재차 물었다. 물론 가벼운 미소와 함께였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서도 그는 재치를 발휘했다. 훈련할 때마다 종이를 들고 나가는 이유에 대해 묻자 “계획한 훈련대로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치매’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냉철함에 위트까지 겸비한 외국인 감독. 팬들은 이런 수장을 바랐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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