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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쿠어스필드의 복귀전, 첫 불운 넘어서는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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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쿠어스필드의 복귀전, 첫 불운 넘어서는 가능성은?
  • 정성규 기자
  • 승인 2017.04.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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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성규 기자] '몬스터 피처' 류현진이 다시 대한민국의 주말 아침을 열었다. 부상과 재활로 2년 간의 길고 긴 시련을 이겨낸 뒤 건강하게 돌아왔다.

274일 만에 미국 메이저리그(MLB) 마운드를 밟은 류현진으로서는 부담백배의 복귀전. 그것도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해발 1600m 고지의 쿠어스 필드에서 77개의 공을 뿌리고 내려왔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시즌 첫 등판 투구수를 80개 이하로 조절하는 일련의 배려 속에 내려진 5회 강판 결정이었다. 내일의 건강한 승리를 위한 절제라는 점에서 류현진에게는 어쩌면 무리하지 않은 복귀전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류현진은 견고했지만 타선이 침묵해 패전을 떠안아야 했다”고 평했다.

2013, 2014년 연속 14승을 따낼 때처럼 다저스 동료들의 수비 불안이 가시지 않아 큰 도움을 받지 못해 얼굴을 찡그릴 때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란 속에서도 예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아직 100%의 몸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고 다양한 구질과 코너워크 조절을 실전에서 점검하는 데에 의미를 둔다면 '절반의 성공'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패스트볼 구속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5회까지 투구를 이어가며 부상 후유증 우려를 씻어낸 것도 타선 침묵과 수비 불안으로 떠안은 불운의 시즌 첫 패와 바꾼 성과다.

◆ 냉탕과 온탕을 오간 복귀전

1회 첫 타자 찰리 블랙몬을 헛스윙으로 아웃을 잡아내나 했으나 포수 야스마니 그랜드가 볼을 놓치는 바람에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그랜달은 바로 강한 어깨로 블랙몬의 2루 도루를 여유있게 끊어내 류현진에게 빚을 갚았다. 이후 시프트 등으로 3연속 안타를 내주며 첫 실점했으나 마크 네이놀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첫 이닝을 마무리했다.

2회 류현진은 첫 타자 스티븐 카둘로의 타구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키케 에르난데스가 실책으로 아웃 카운트를 날렸다. 타이밍 늦게 달려나오면서도 투핸드 캐치 자세를 잡는 바람에 균형이 무너져 공을 놓치고 말았다.

류현진은 상대 투수 카일 프리랜드의 희생번트 타구를 바로 잡아 2루로 막바로 던졌으나 원 바운드된 송구를 에르난데스가 태그아웃 자세로 잡으려다 놓치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다. 이때 류현진은 보기 드물게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는 게 중계화면에 잡혔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고 블랙몬에게 낙차 큰 커브로 1루 땅볼을 유도해 불을 껐다. 1루수 스캇 반슬라이크는 바로 베이스를 찍은 뒤 홈으로 송구, 첫 더블플레이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3회 들어 혼란은 잦아들었다. 류현진이 직접 해결했다. DJ 르메이유에 이어 1회 2루타를 허용했던 놀란 아레나도를 루킹 삼진으로 두 번이나 돌려세우며 안정을 찾은 것이다. 첫 삼자범퇴로 다이아몬드에 안정이 찾아오면서 반슬라이크의 2루타로 4회초 1-1 동점을 만들어냈다.

4회도 삼자범퇴. 트레버 스토리를 스탱딩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마크 레이놀즈,  카둘로를 각각 유격수, 2루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류현진의 복귀전 기록. [사진=LA다저스 트위터 캡처]

운명의 5회. 지난해 홈런 1개에 그친 8번 타자 더스킨 가노를 맞아 류현진의 시속 89.4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는 바람에 좌측 폴대를 맞히는 홈런을 얻어맞았다. 투수 프리랜드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7구 승부 끝에 블랙몬에게 첫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이후 르메이유의 3루 땅볼 때 2루에서 아웃된 블랙몬이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2루수 로간 포사이드 오른 발목을 손으로 쳐 송구 방해를 했다는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챌린지가 받아들여져 더블플레이로 위기를 넘겼다. 한숨은 돌렸지만 카를로스 곤잘레스의 약한 땅볼 타구가 내야안타로 이어지자 류현진은 로스 스트리플링에게 공을 넘겨줬다. 4⅔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뿌리며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복귀전이다.

◆ 류현진 복귀전, 성과와 과제

지난 시즌 단 한 경기에 나와  4⅔이닝 6실점에 그치며 시즌을 마감해야 했던 류현진으로서는 얼마나 길게 던지며 구속을 회복하느냐가 이번 복귀전에서 입증해보일 과제였다. 올 시즌 시범경기 4경기 14이닝에서 평균자책점 2.57로 호투하며 쏘아올린 부활 신호탄을 MLB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확신투로 바꿔줘야 했다.

일단 길게 던질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 확인됐다. 네 차례 시범경기에서 2이닝(투구수 26개), 3이닝(53개), 4이닝(41개), 5이닝(77개)으로 늘린 류현진은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 필드에서 5회 한 타자를 남길 때까지 77개의 공을 던졌다.

당초 로버츠 감독이 "80~90개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지만 5회 들어 투구수가 21개로 늘어나자 가이드라인 80개를 넘지 않게 자제했다. 개막전에 나선 7이닝 2실점하면서 84개를 던진 에이스 크레이턴 커쇼를 제외하곤 마에다 겐다(75개), 리치 힐(75개)도 5이닝만 던지게 했던 로버츠 감독은 5선발 류현진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93마일(150㎞). 패스트볼은 평균 90마일을 유지했다. 체력소모가 많아진 5회에는 89마일대로 떨어졌다. 90마일을 웃돌았던 전성기 때만큼의 구속은 아니지만 첫 등판에서 이 정도라면 합격점으로 볼 수 있다. 빈공과 에러가 이어지는 악재에도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52개를 스트라이크로 꽂는 등 공격적으로 피칭하려는 류현진다운 면모를 보여준 것도 성과다.

예전처럼 수비 난조로 다이아몬드가 어수선해졌을 때 투구수가 늘어나는 면이 다시 보였다. 불안한 수비로 병살 기회를 날려 투구수가 증가하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 특히 3년 전처럼 1,2회 등 초반에 소모전이 많아지는 징크스를 벗지 못한 것은 과제로 남았다. 

◆ 역대 쿠어스 필드 한국투수과 견줘보면

박찬호는 선발 9번을 포함해 통산 18차례 등판해 5승2패 평균자책점 6.06에 머물렀다. 첫 3차례 선발에서 부진한 뒤 나머지는 안정세를 찾았다. 그만큼 쿠어스 필드가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2005년 시즌 중 워싱턴에서 콜로라도로 이적한 김선우가 9월25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01개의 공을 뿌리며 3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 쿠어스 필드 역대 13호 완봉승을 거둔 게 역대 한국투수 최고의 성적. 이적 첫 시즌 쿠어스 필드 등판에서 3승 평균자책점 3.06으로 주가를 올린 김선우이지만 이듬해에는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1.21로 부진에 빠져 시즌 중반 신시내티로 옮겨가야 했다. 11경기 3승 평균자책점 5.35로 마침표를 찍었다.

2005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 콜로라도에서 활약했던 김병현은 쿠어스 필드에서 선발 29경기를 포함해 48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4.75(선발시 4.51)였다. 통산 두 차례 쿠어스 필드 마운드에 오른 서재응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2014년 6월 7일 쿠어스 필드 첫 등판에서 6이닝 8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쿠어스 필드에서 승리를 따낸 네 번째 한국인 투수가 됐다.

2년 10개월 만에 쿠어스 필드를 다시 찾은 류현진은 비록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지 못해 같은 2실점에도 아쉬운 1-2패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무엇보다 '투수들의 무덤'에서 건강하게 돌아왔다는 걸 입증한 자신감이 큰 수확이다. 평균자책점 3.86으로 시즌 스타트를 끊은 류현진의 쿠어스 필드 첫 패가 결코 실패가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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