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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방불케 하는 뮤지컬 '원스' 연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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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방불케 하는 뮤지컬 '원스' 연습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1.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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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오는 12월3일 개막하는 국내 초연 뮤지컬 '원스'의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연습실엔 매일 아침 기이한 광경이 벌어진다. 국내외 스태프와 배우들은 1시간 가량 강도 높은 웜업(Warm up)에 참여한다. 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시컴퍼니의 또 다른 뮤지컬 '시카고'나 '아이다'도 30분 내외였던 것에 비해 긴 시간이다.

한현정 국내 협력안무는 "배우들이 악기들 든 채 춤을 춰야 하므로  등근육 등 몸에서 보이지 않는 곳의 근력이 필요하다"고 체력단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스민 리 협력 안무는 "'원스'는 발놀림이 많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동작이더라도 연주와 동시에 하기는 어렵다"고 작품의 난이도를 소개했다.

▲ 가이 역 윤도현(왼쪽)과 이창희가 솔로곡을 맞추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2006)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의 배경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길거리 기타리스트(가이)와 꽃을 파는 체코 이민자 여성(걸)가 음악을 통해 만나고 교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협력 연출인 데스 케네디는 "'원스'는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치유를 주고받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원스'의 연습은 앙상블과 주조연 배우가 분리되거나 배우들이 각각의 장면을 연습한 뒤 최종 런스루(Run Through)에서 붙여보는 여느 레플리카 공연과는 다르다. 모든 장면에서 전체 배우들이 함께해야만 한다. 모든 배우들이 항상 서로를 주시하고 작품의 각 장면을 철저하게 이해해야만 공연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원스' 무대엔 오케스트라도 지휘자도 없다. 배우들은 연기하지 않을 때에도 연주자로 무대 위를 떠나지 않는다. 배우들은 쉴 틈 없이 무대를 주시해야 하고, 서로의 작은 큐 사인에 반응해 연주와 노래를 시작해야만 한다. 가이 역을 맡은 가수 윤도현이 '직장 생활'이라고 표현했듯 모든 배우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웜업부터 모든 장면을 함께하는 풍경이 이채롭다.

▲ 걸 역 박지연(왼쪽)과 배우들이 악기를 연습하는 장면
▲ 작품 속 넘버 '골드'의 무브먼트를 맞추는 배우들

여주인공 걸을 비롯해 체코 이민자들이 등장하는 만큼 '에스테 시 야 포하'를 원어로 부른다. 주인공과 컴퍼니는 본 공연 직전마다 열리는 프리쇼(Pre-Show) 때 이 곡을 포함해 6곡 중 3곡씩을 돌려가며 부른다. 배우들에게 체코어 습득은 필수 과제다. 또 아일랜드 출신의 연출가로부터 아일랜드인의 정서, 문화, 역사를 배워 무대 위에 구현하고자 노력한다.

걸 역의 전미도와 박지연은 평범한 대사에도 다른 억양을 적용한다. 전미도는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연자분들처럼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시는 분들의 발음을 열심히 듣고 있다"면서 "외국 분들이 영어식 표기로 한국말을 하시듯 그런 부분들을 참조해서 특징을 잡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지연은 "체코에서 선생님이 오시기도 했다. 걸의 억양과 발음이 중요한 요소라 열심히 연구 중이다. 지(Z) 발음을 된소리로 발음하려고 하는 등 신경쓸 게 많다"고 말했다.

'원스'에는 많은 선생님이 존재한다. 모든 배우가 적게는 1개, 많게는 5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해야 하므로 악기 레슨은 필수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만돌린, 우크렐레, 아코디온, 기타, 카혼 등 베테랑 연주자들과 지난 5월부터 1대1 레슨을 진행했고, 지금도 레슨과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뮤지컬에도 삽입되는 영화 '원스'의 주제곡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는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다. '원스' OST는 미국 내에서 7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무려 6만장 이상이 팔렸을 만큼 가장 관심이 가는 넘버다.

▲ 전 배우들이 모여 진행하는 합주 연습

악기 가게에서 가이와 걸이 기타와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며 '폴링 슬로울리'를 부르는 장면의 울림은 영화 못지 않았다. 이창희가 멜로디를 읊조리고 전미도가 화음을 보태는, 노래로서 두 사람의 영혼이 섞이는 순간은 관능적이었다.

뮤지컬 '원스'는 오는 12월 3일부터 내년  3월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CJ토월극장은 관객들이 공연 전 음료를 마시고 연주를 즐기는 펍 형태의 무대에 최적이라는 평을 오리지널 제작진에게 받았다.

연극 '블랙워치'로 유명한 영국 연출가 존 티파니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으로 2011년 말 초연, 이듬해 뮤지컬·연극계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제66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해 8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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