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명불허전이었다. 비록 전성기를 조금 지났지만 여전히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과거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가빈 슈미트(31‧캐나다)의 이야기다.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그가 다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그는 “미래는 모른다”며 삼성화재 유턴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28일 대전 삼성화재와 도레이 애로우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시즈오카현 미시마시의 도레이 체육관.

삼성화재와 12년 간 교류전을 치르는 도레이 팀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가빈이 새 시즌 도레이 유니폼을 입은 것.

가빈은 경기 전 삼성화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만나 “안녕하세요” 등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섞어가면서 인사했다. 그는 “내가 있을 때보다 대부분의 선수가 바뀌었지만 삼성화재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2009~2010시즌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를 대신해 삼성화재에 입단한 가빈은 세 시즌 동안 뛰면서 세 번 모두 득점왕을 차지했다. 또, 두 번의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과 인연이 특별하다. 신 단장은 도레이 구단 관계자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빈의 합류 여부를 먼저 물었다. 도레이에서 “외국인 선수 같지 않다. 모범적이다”라며 엄지를 들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 단장은 “나와 함께한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최고”라며 칭찬을 더했다.

가빈은 신 단장의 지도 속에 월드클래스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신 단장은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이적설이 있었던 그를 잔류시키기 위해 직접 캐나다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화재에 남은 가빈은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팀을 떠날 때는 신 단장에게 감사의 의미로 고급 시계를 선물하며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도 신 단장이 체육관을 찾자 훈련 중이던 가빈이 먼저 맞이했다. “이제 많이 늙어 보인다”는 신 단장의 말에 가빈은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엄살을 피웠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빈은 이날 연습경기에서 첫 3세트까지만 뛰었다. 오프시즌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그는 재활을 병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허나 점프력만큼은 여전히 폭발적이었다. 가빈의 타점 높이는 370㎝. 삼성화재에서 뛰던 시절(375㎝)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톱클래스다. 20대 중반인 현재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364㎝)보다 높다.

삼성화재 경기를 여전히 챙겨본다는 가빈은 연습경기 직후 “박철우와 타이스의 경기력이 좋았다. 2명이 나온 세터(황동일, 이민욱)와 호흡도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삼성화재가 다시 우승하길 빈다.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하다”며 친정팀을 응원했다.

다시 아시아에서 새 도전에 나선 가빈과 삼성화재의 인연이 언젠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화재 역시 가빈의 기량과 거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빈도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런 기회가 온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가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내가 (삼성화재행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라고 웃었다.

그는 “일단 올 시즌 일본에서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가능하다면 한국을 찾아 친구들도 만나고 삼성화재 경기도 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잊지 않고 응원하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남겼다. 가빈은 “SNS를 통해 아직도 한국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는다. 내가 어느 팀에서 뛰든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에게 큰 임팩트를 남겼던 가빈이 한국 코트를 다시 밟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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