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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이준형, 올림픽에서 남자피겨를 만날 수 있다니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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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이준형, 올림픽에서 남자피겨를 만날 수 있다니 [SQ포커스]
  • 박영진 기자
  • 승인 2017.09.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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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영진 기자] 맏형다웠다. 이준형(21·단국대)이 불굴의 의지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안겼다. 

이준형은 30일(한국시간)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총점 222.89점으로 최종 5위에 올라 상위 6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를 털고 화려하게 비상한 결과라 매우 값지다. 이준형은 지난 2년간 부진했다. 2015년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디스크가 생겼고 여파가 상당했다. 

▲ 이준형이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며 16년만에 한국 남자피겨가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피겨선수에게 있어 허리는 매우 중요하다. 스핀 기술을 소화할 때 무게가 쏠리는 곳이다. 점프에서도 전체 중심을 잡아주는 부위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이준형은 기술요소에서 크게 흔들렸다. 평창을 앞두고 맞이한 큰 악재였다. 

여기에 후배 차준환(16·휘문고)이 눈부시게 발전해 경쟁이 과열됐다. 차준환은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두 차례 우승과 파이널 진출, 주니어 세계선수권 5위까지 달성, 평창행이 가장 유력한 스타로 떠올랐다. 선배 이준형에게는 자극이자 부담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장점인 선이 고운 연기도 마음껏 뽐냈다.

지난 7월 선발전에서 처음 공개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은 이런 점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이었다. 쇼트프로그램 음악 이터너리는 웅장하면서도 감성적이다. 반면 프리스케이팅 보헤미안 랩소디는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이중적인 느낌이다. 이준형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만이 보유하고 있는 점을 자연스럽게 해석해 냈다.

트리플악셀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한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이준형은 2014~2015시즌부터 이 점프를 실전에서 수행했다. 그러나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부상 여파로 성공률이 낮았다. 이번 대회에선 완벽했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선 두 차례 점프 모두 1점이 넘는 가산점까지 챙겼다. 비거리가 뛰어나고 공중자세가 어느 때보다 견고해 완벽 그 자체였다.

최근 세계 남자 피겨는 4회전 점프가 대세로 경기력이 곡예에 가까울 만큼 뛰어나다. 정상권 선수들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도합 5~7개 가량 이 점프를 삽입한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준형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점프로 최선을 다했고 개인 최고점 경신과 평창행 티켓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준형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열심히 한 만큼 보상받은 것 같아 기쁘다"라며 "압박감도 있었고 부담감도 컸지만 열심히 연습했던 것만 믿고 경기를 잘했다. 코치 선생님은 물론 연아 누나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 어머니도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국 남자 피겨는 선수 인원이 10명 정도 밖에 안 될 정도로 갈 길이 멀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영향을 받아 급격히 발전한 여자 피겨와는 격차가 크다. 이준형은 맏형으로서 묵묵히 명맥을 이어갔다.

자신에게 올림픽 출전이 걸린 부담감을 털어내서였을까. 이준형은 연기를 마치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지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한국 남자 피겨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에 서는 영광을 맛봤다. 

평창에 설 남자 주인공은 세 차례의 대표 선발전 합산으로 가려진다. 오는 11월 2차 선발전, 내년 1월 3차 선발전이 예정돼 있다. 1차 선발전은 지난 7월에 끝났다. 

이준형은 "대표 선발전이 두 차례 남았는데 쿼드러플 점프를 완성하는 게 목표"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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