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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평창 올림픽 분산개최 '반대 명분'부터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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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평창 올림픽 분산개최 '반대 명분'부터 찾아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1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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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폐막 경기장 갖고도 내부 갈등…IOC '경제올림픽 논리' 대응 전략부터 찾아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제의에 대해 한국 스포츠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니, 들썩인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뒤집혔다.

2010년 대회는 캐나다 밴쿠버에 내주고 2014년 역시 러시아 소치에 밀렸던 평창이 3수 끝에 잡아낸 동계올림픽 개최권이기 때문에 분산 개최의 '분'자만 들어도 심장이 쿵떡거릴 정도다.

IOC가 지난 8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제127차 총회를 통해 '올림픽 어젠다 2020' 가운데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던 올림픽을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혁안은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종전처럼 하나의 도시가 아닌 여러 도시나 심지어 복수 국가에서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물론 개혁안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등 개혁안이 통과되기 전에 유치가 결정된 대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집행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동·하계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이 일부 종목에 한해 분산 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썰매 종목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릴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나 조직위원회까지 강경 모드로 나섰다. 여차하면 올림픽 개최권 반납까지 불사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 "분산 개최 거론하면 올림픽 반납" 강경 모드 도움될까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10일 "분산 개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조직위원회의 공식 입장"이라며 "도지사 뿐 아니라 도 출신 국회의원, 도의원, 개최지 시장과 군수들까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IOC에서 분산 개최를 권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역시 "이미 신설 경기장 6곳을 모두 착공한 상황에서 경기 장소를 변경하고 분산 개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기적으로나 국민 정서상 일부 경기가 일본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아직까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분산 개최를 강제할 경우 올림픽 개최권 반납도 불사한다는 내부 기류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OC의 분산 개최 제의에 반갑지 않은 것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는 9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며 "평창 올림픽의 일부 종목을 나가노에서 개최할 경우 한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쪽이 운영비를 내야 하느냐. 차라리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 경기장을 찾는 것이 좋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런 강경 모드가 과연 IOC의 분산 개최 제의 또는 요구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감정과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

특히 IOC가 들고 나오는 논리는 바로 '경제 올림픽'이다. IOC가 '어젠다 2020'을 통해 분산 개최를 가능하도록 만든 것 역시 과도한 개최비 부담 때문에 올림픽 유치 경쟁이 시들해진 여파에 따른 것이다. IOC는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경우 유치 경쟁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경제 올림픽'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과도한 시설 투자가 낭비의 주범이라는 교훈을 깨달은 한국 스포츠계로서는 IOC의 경제 올림픽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강원도와 조직위원회가 썰매종목 경기장이 이미 착공에 들어갔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고 철거하기 위한 비용이 들어간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짓고 나서 올림픽 경기를 개최한 다음 사후 관리와 활용 방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 역시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나가노 역시 슬라이딩 센터에 대한 유지와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이탈리아 토리노는 아예 경기장을 철거까지 한 상황이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같은 썰매 종목이 아시아보다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이탈리아가 활용 방안을 제대로 찾지 못해 철거까지 한 상황이라면 아직 썰매종목의 저변이 취약한 한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 건설비용 1228억원, 사후 활용대책 확실해도 연 5억원 손실

아직까지 IOC는 분산 개최는 강요나 요구가 아니며 제의에 불과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구닐라 린드보그 IOC 조정위원장은 "분산 개최 여부는 한국이 결정할 일이다. 다만 썰매 종목을 치를 수 있는 슬라이딩 센터가 다른 나라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알려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평창 알펜시아 내 17만7000㎡ 규모로 조성되는 슬라이딩센터는 모두 1228억원의 건설 비용이 소요된다. 이미 공정률이 설계를 포함해 25%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썰매 종목 개최를 다른 나라에 내줄 경우 지금까지 들였던 투자 비용이 모두 허공에 날아간다.

이에 대해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슬라이딩 센터의 공사를 중단할 경우 투자 비용의 절반인 61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설계와 인허가비용, 보상비, 공사비 등으로 지난달까지 270억원이 투입됐고 폐기시 산림복구비 150억원, 위약금 190억원 등 총 사업비의 절반에 달하는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후활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610억원이 문제가 있다.

▲ 썰매 종목 경기가 벌어지는 슬라이딩 센터에 대한 명확한 사후 관리 및 운영 계획, 활용 방안이 없다면 두고두고 짐으로 남을 수 있다. 1998년 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 역시 슬라이딩 센터에 대한 활용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사후 관리와 운영에 부담을 안고 있다. [사진=일본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연맹 홈페이지 캡처]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사후활용 연구 용역 결과 국가대표 훈련장, 외국선수 전지훈련장, 국내외 대회 개최장소 등으로 활용하면 연간 5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관리주체와 사후 활용 방법에 대한 해법이 있을 때다. 연간 운영비만 100억원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사후 활용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운영비는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모든 논란은 내부에서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미 정부와 조직위원회, 강원도는 개폐회식이 열리는 경기장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심지어 개·폐회식장을 평창에 만들지 않으면 개최권을 내놓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님을 깨달았고 여러 대회를 통해 과도한 시설 투자가 두고두고 짐으로 남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얻었다. 만약 IOC의 '경제 올림픽' 논리를 제대로 뒤집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역풍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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