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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군단 사랑 10년' 심윤섭 응원단장 "부진했기에 지금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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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군단 사랑 10년' 심윤섭 응원단장 "부진했기에 지금이 즐겁다"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2.1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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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출범한 2005년부터 응원 책임, 창단·해체예정팀 등 많이 맡아와

[스포츠Q 박현우 기자] 인천 흥국생명은 한동안 하위권이었다. 김연경과 황연주 좌우 쌍포가 있었을 때는 무서울 것이 없는 '거미 군단'이었지만 이들이 떠난 뒤에는 급격하게 전력이 약화됐다.

하위권 또는 하위권을 도맡아하는 흥국생명이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응원과 성원을 보내는 팬이 있다. 그리고 흥국생명의 V리그 10년 동안 언제나 함께 했던 동반자가 있다.

심윤섭(37) 응원단장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핑크군단' 흥국생명의 응원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10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성남 한국도로공사와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원정경기에서 그는 관중석에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이끌었다.

수많은 관중에 앰프까지 동원하는 홈팀 도로공사의 응원에 비하면 볼품이 없었다. 많아야 수십명에 불과하고 오직 심 단장의 목소리와 제스처에만 의지해야 하는 흥국생명 팬들의 응원은 언뜻 초라해 보였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심윤섭 응원단장이 10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전에서 흥국생명이 득점에 성공하자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심 단장의 제스처는 팬들의 응원을 하나로 모아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듯했다. 흥국생명 서브 순간마다 그는 응원도구를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흔들며 서브의 박자에 맞춰 코트를 가리킨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절대 앉지 않는다. 계속 서서 득점 하나에 기뻐하며 선수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어 응원을 유도하고 실점 장면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앞장서서 팬들과 함께 선수들을 격려한다.

결국 응원단장과 일당백인 팬들의 응원을 받은 흥국생명은 도로공사에 3-2(26-24 23-25 25-14 13-25 15-9)로 승리하며 4연승(시즌 8승4패)을 달렸다.

◆ 최다우승 응원단장, 그러나 수많은 고행길

심 단장은 2005년부터 흥국생명과 10년을 보내며 영광과 고난, 부활을 함께 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한국 프로스포츠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심 단장은 "(단장을) 시작할 때 여중생이었던 팬이 최근 결혼해 애를 낳았다고 연락이 왔다"며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그는 2005년 천안 유관순체육관에 연고를 뒀던 흥국생명 응원단장을 맡았다. 이어 2006년에는 해체를 앞두고 있던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과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응원단장을 맡았다. 올해는 창단팀인 kt 위즈의 응원단장까지 맡았다.

심 단장은 창단·변경팀 전문 응원단장이라는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흥국생명과 kt의 창단과 함께 응원단장으로 뽑혔고 프로농구 동부 역시 TG삼보에서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맡았기 때문이다.

또 심 단장은 자신이 맡아 응원하는 팀이 영광을 차지하거나 좌절하거나에 관계없이 늘 함께 했다.

▲ 심윤섭 단장은 2006년 해체 직전의 현대 유니콘스 등 창단팀과 해체예정팀의 응원단장을 많이 맡았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캡처]

심 단장은 2006년 현대를 맡은 후 히어로즈로 바뀐 과정을 거쳐 2010년까지 어려웠던 시절을 모두 겪었고 2006~2007시즌은 2004~2005 시즌 프로농구 우승팀인 동부가 두 시즌 만에 8위까지 추락하는 것을 경험해야 했다.

그가 고난의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응원을 맡아온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에서는 KOVO컵 3회 우승을 경험했으며, 여자프로농구(WKBL) 인천 신한은행(당시 안산 신한은행)에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레알 신한'의 영광을 지켜볼 수 있었다.

본인도 "프로스포츠 최다우승 응원단장"이라며 자부심을 가진다. 반대로 창단 팀이나 없어질 팀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힘든 부분도 많이 있었다"며 씁쓸하게 돌아봤다.

그러나 이런 팀들을 맡은 경험에 대해 심 단장은 "어려운 상황의 팀을 맡는 다는 것은 새롭게 응원을 창조해야 한다는 말"이라며 "여기에 대해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고 프로스포츠 역사의 산증인다운 말을 남겼다.

▲ 심윤섭 단장은 남자배구 현대캐피탈과 여자농구 신한은행 등에서 7번의 우승을 거둔 '프로스포츠 최다우승 응원단장'이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홈페이지 캡처]

◆ "부진했기 때문에 지금이 두 배로 즐겁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4연승과 함께 2위에 오르며 잘 나가고 있지만 이들이 마지막으로 영광을 거머쥔 것은 벌써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한송이, 황연주 등 이른바 '7공주'를 앞세워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며 초창기 강팀으로 자리했다. 2008~2009시즌도 김연경의 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5년간 흥국생명은 암흑의 시대를 겪어야 했다. 2009년 우승 후 김연경이 해외로 떠났고 당시 연고지였던 천안시로부터 퇴거조치를 받으며 쫓기듯이 인천으로 연고지를 옮겨야 했다.

이후 흥국생명은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간간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최하위로 떨어지지 않는 정도로 과거의 영광을 겨우 이어나갔다.

그러나 결국 지난 시즌 10연패를 당하는 등 최악의 경기력으로 처음으로 최하위에 떨어졌다. 5위 수원 현대건설과 승점차가 19점이나 날 정도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결과였다.

영광의 시절부터 고난의 시절을 모두 겪은 심 단장으로서는 그 시절이 힘들었을 법하다.

그러나 심 단장은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응원에 대한 절실함이 생겼다"며 "과거 부진했기 때문에 지금이 두 배로 즐겁다"고 말했다. 또 "팬들이 의기소침하고 있을 때는 내가 이끌어야 한다"며 응원단장으로서 본분을 설명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심윤섭 응원단장이 10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전에서 흥국생명의 서브에 특유의 제스처를 하고 있다.

물론 두 배로 즐거운 것에는 최근 흥국생명의 좋은 성적에도 이유가 있다. 심 단장은 "신인 이재영 효과와 연승으로 분위기가 올라 구단 팬과 경기 관중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크게 기뻐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지난달 9일 대전 KGC인삼공사전에서 올 시즌 케이블방송 V리그 중계 최초로 시청률 1%를 돌파했으며 26일 현대건설전은 1.306%로 여자부 중계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네이버에서 방송되는 인터넷 중계도 동시접속자 2만명을 넘길 정도로 성적과 함께 인기도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응원단장으로 흥국생명과 10년을 함께해온 심 단장의 '핑크군단 사랑'이 팀의 부활과 함께 다시 꽃피고 있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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