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06:31 (수)
'시크릿가든'과 '나의 아저씨',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드라마 속 여성 폭력
상태바
'시크릿가든'과 '나의 아저씨',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드라마 속 여성 폭력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03.29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201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남자 주인공 현빈(주원 역)은 본인의 감정에 충실한 인물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직진밖에 모르는 남자다. 그런 현빈의 행동을 지칭하는 신조어 ‘직진남’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을 정도로 당시 그 캐릭터의 인기는 뜨거웠다.

직진남의 직진 행동은 상대방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호텔방에 쳐들어오는 장면에서 절정을 맞는다. 그리고 다음 날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뜬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 한장면 <사진 출처 - tvn 방송 캡처>

 2018년, ‘시크릿 가든’을 다시 본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로 대한민국이 문화 운동의 대전환점을 맞고 있는 요즘 현빈의 행동은 더 이상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떨리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로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시청자들의 의식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역시 #미투 운동을 통해 강압적인 애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드라마는 그 시절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는 분위기다.

최근 논란이 된 것은 케이블채널 tvN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다. 해당 드라마는 남녀주인공 나이 차에 이어 폭행 신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극 중 사채업자로 등장하는 장기용(광일 역)은 아이유(이지안 역)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하여 폭력을 행사한다. 장기용은 아이유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인물로 수위 높은 욕설과 함께 아이유를 사정없이 강타했다. 그간 액션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적나라한 폭력 행위였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진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중 시선이 집중된 것은 무차별적인 폭행을 애정이라고 암시한 대사였다. 아이유가 자신을 때리는 장기용에게 “너 나 좋아하지”라고 말하자, 장기용은 “용감하다. 이 미친X아. 이건 죽여 달라는 거지”라며 폭행 강도를 높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은 이성 관계에서 힘에 의한 난폭 행위를 그려왔다. 가령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거나 벽에 밀어붙이거나 기습적으로 키스하는 등의 장면이다. 이런 유의 연출은 여느 드라마에서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미디어가 해당 장면들을 남성성의 상징으로 포장해왔다는 사실이다.

'나의 아저씨'에서도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논란이 커지자 광일 역을 맡은 배우 장기용은 직접 "광일은 나쁜 남자다. 속으로는 남모를 아픔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시청자는 “익숙한 패턴이다. 사회와 사람에 상처받은 ‘나쁜 남자’가 행하는 난폭한 표현을 사랑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전과 다르게 드라마를 읽는 대중의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 대중은 미디어가 전파하는 이미지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다. 인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나의 아저씨'의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서는 "드라마는 연출된 상황일 뿐"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논란의 당사자인 제작진 역시 폭력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며 "긴 호흡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폭력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변한 만큼 드라마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평론가들은 “폭력을 감정 표현의 일부로 다루는 것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폭력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경우 모방 범죄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