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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코올중독 폭력 남편, 예능으로 소비하기엔 너무나 폭력적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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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알코올중독 폭력 남편, 예능으로 소비하기엔 너무나 폭력적인 고민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05.01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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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안녕하세요'에 365일 술을 마시는 알코올중독 남편의 폭력성으로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민 신청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폭력적인 고민을 대하는 '안녕하세요'의 가벼운 태도가 아쉬움을 남겼다.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연출 양자영, 김형석)에서는 365일 술을 마시는 남편의 폭력적이고 위협하는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50대 여성이 등장했다. 

사연 제보자는 술에 취하면 돌변하는 남편으로 인해 혼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버겁다고 처지를 밝혔다. 술에 취한 남편은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문과 냉장고를 부쉈다. 이어 항암치료를 하던 아내에게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

 

'졸혼할까요' 고민의 주인공 [사진=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화면캡쳐]

 

이날 '안녕하세요'에 등장한 사연은 단순한 고민이라고 말하기엔 가정폭력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아이들의 노래에 "그럼 너희가 돈을 벌어와라"라며 윽박지르는 모습을 결코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압박을 미성년자에게 전치시키는 행위 역시 아동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고민의 당사자인 남편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방송 출연을 결심한 아내에 대하여 이것이 고민거리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더욱 큰 문제는 술에 취해 상을 엎고, 가구를 파괴하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연 제보자의 아들은 아빠와 관련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엄마의 안전'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독립하면서 집을 나가게 되면 강자인 '아빠'가 약자인 '엄마'에게 위협을 가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위협 상황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리는 발언이다.

 

'졸혼할까요' 고민의 주인공 [사진=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화면캡쳐]

 

하지만 출연진은 되려 경제적으로 독립조차 하지 못한 제보자의 아들에게 '엄마를 지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묻는다. 이어 아내에게 남편에게 마지막 말을 남겨달라고 요구한다. 감정이 격해진 아내가 눈물을 보이자, MC 신동엽은 '마무리는 아름답게' 해달라며 현장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에는 '고민이다' 표가 100표가 넘으면 금주를 하겠다는 남편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에 패널과 MC들은 '꼭 금주에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폭력적인 사연은 정제되지 않고 고스란히 방송을 탔지만, 그 상황의 심각성을 짚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이 '금주'만 한다면 24년간 이어진 폭력적인 행동들이 모두 개선될 것처럼 비친다. 결국, 아내와 아들은 다시 남편과 함께하게 된다. 고민을 자랑하고 특별한 해결책 없이 소비되는 '안녕하세요'의 방식이 다시금 이어진 셈이다.

그간 '안녕하세요'는 자극적인 내용을 언론에 소비하고 고민 당사자들에게 정확한 솔루션을 제안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을 받아 왔다.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가정폭력, 범죄에 해당하는 고민이 한없이 가볍게 다뤄진다. 전문가의 상담이나 법의 조력이 필요해 보이는 사안을 고민으로 채택한 제작진의 선택에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물론 '안녕하세요'는 예능프로그램으로 고민의 해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대방에게 쉽게 하지 못했던 고민이나 객관적 중재자가 필요한 고민을 프로그램 속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도를 지나친 고민에 대하여 '예능식' 마무리를 이끌기 위해 웃음과 눈물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사안의 경량화'는 자칫 잘못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디어의 막강한 힘은 화면 속 가치관을 현실로 전치하는 힘이 있다.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가 된다면 더 큰 고민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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