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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200만 관객시대'에 대한 불편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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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200만 관객시대'에 대한 불편한 시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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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한국 극장가에도 ‘1일 관객 200만명 시대’가 열렸다.

멀티플렉스 CGV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전국 극장에 205만8448명의 관객이 들었다. 극장 1일 관객이 200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성탄절에 189만명이 극장을 찾은 것과 비교해도 약 10%가 증가한 수치다.

한국영화 ‘국제시장’이 약 54만명, ‘기술자들’이 약 42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할리우드 대작 ‘호빗: 다섯 군대의 전투’가 약 27만명,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약 26만명, ‘상의원’이 약 18만명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먼 드라마, SF 판타지, 범죄 액션영화, 사극, 독립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전 연령대 관객이 골고루 영화관을 찾은 셈이다. 20대 관객은 ‘기술자들’과 ‘님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으며, 가족 관객들은 ‘국제시장’과 ‘호빗’에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CGV 회원 대상으로 한 관객 분석을 보면 ‘기술자들’ ‘님아’의 20대 관객 비중이 각각 34.7%, 37.9%에 이르렀다. 반면 ‘국제시장’은 40대 이상이 31%를 기록했다.

1일 관객 200만명은 국내 영화관객 층이 과거에 비해 두터워진 현상을 반영하는 수치임에 분명하다. 멀티플렉스가 관객의 주거지 안으로 들어옴으로서 과거에 비해 극장에 가기 편해진데다 핵심 관객층이 ‘20대’에서 ‘3040세대’로까지 맹렬하게 확장성을 보이는 것도 한몫 한다.

하지만 국내 인구 5000만명을 감안했을 때 ‘1일 200만’이라는 수치는 좋게 말하면 경이로운, 삐뚜름하게 평가하면 기이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시간49분의 긴 러닝타임과 난해한 내용의 SF영화 ‘인터스텔라’가 미국·중국을 제외하고 흥행에 재미를 보지 못했음에도 국내에선 ‘초대박’을 터뜨린다거나, 한해에 1000만 영화가 무려 4편(‘변호인’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이나 쏟아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상당수 영화 관계자들은 급격한 관객 수 증가에 대해 팍팍한 현실의 반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단이 영화관람 외엔 별반 없기 때문이다. 단돈 8000~9000원으로 2~3시간을 즐겁게 ‘때울 수’ 있는 점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도 매우 경제적이다. 연휴 대목이면 해외 여행객으로 공항이 북적이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반대편에는 연말임에도 지갑을 열지 않는, 극장 말고는 마땅히 갈데가 없는 양극화 사회의 시민들이 존재한다.

이와 아울러 쏠림 현상을 빠트릴 수 없다. 최근 끼워팔기, 암거래까지 야기한 허니버터칩 품귀 소동에서 드러나듯 한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제어 불가능 상황으로 돌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독특한 경향에서 기인한다.

바이럴 마케팅(누리꾼이 메신저,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 기업의 신뢰도·인지도를 상승시키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의 성공 사례로까지 언급된 허니버터칩 현상은 영화에도 투영된다. 자신의 취향과 관계없이 경험해보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은 불안감, 강박에 가까운 지적 허영심이 폭발적인 소비를 야기하는 것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의미 있는 박스오피스 기록을 만들어낸 ‘1일 200만 시대’를 바라보며 마냥 마음 편하게 되지 않는 이유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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