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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초점] '오보청 오명일까' 태풍 '콩레이' 북상, 한국VS일본 기상청 일기예보 정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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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초점] '오보청 오명일까' 태풍 '콩레이' 북상, 한국VS일본 기상청 일기예보 정확도는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10.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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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국내 기상청은 종종 잘못된 일기 예측으로 '오보청·구라청' 등의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시민들로부터 기상예보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예상경로가 한국과 일본을 모두 영향권에 포함하면서 또 한 번 양국 기상청 예보가 비교 대상으로 부상했다. 과연 한국과 일본 기상청 일기예보 정확도는 어떤 차이를 보일지 주목받고 있다.

4일 태풍 '콩레이'가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제주-대한해협-독도 쪽으로 북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피해를 사전에 줄이기 위하여 보다 정확한 일기 예보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많아짐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기상청 태풍 경로 예측 정확도가 조명받고 있다. 

 

10월 4일 한국, 일본 기상청의 태풍 '콩레이' 예상 경로 [사진=기상청, 일본 기상청 제공]

 

올해 기상청의 예측 정확도에 대한 비판은 지난 8월 말 한반도를 통과했던 제19호 태풍 '솔릭' 때 절정을 이뤘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태풍 '솔릭'의 사태를 비춰봤을 때 한국 기상청 예보는 믿기 어렵다", "일본 기상청 예보가 더 정확하다" "기상청이 아니라 '오보청', '구라청'이다" 등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태풍 '솔릭'의 경우 기상청은 발생 당시 최초 상륙지를 충남 보령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후 상륙 지점을 전북 군산, 전남 영광, 전북 부안으로 끊임없이 수정했다. 정작, 태풍 솔릭은 8월 23일 오후 11시 전남 해남 인근에 상륙했다. 계속되는 태풍 이동 경로 변경에 기상청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하락했다. 

그러나 태풍 '솔릭'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일본과 미국 기상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 기상청은 8월 22일 오후 6시 태풍 '솔릭'이 군산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태풍 '솔릭'은 변수가 많은 태풍으로 미국기상청에 해당하는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역시 최초 이동 경로 예측에 실패했다.

단, 차이가 있었다면 한국 기상청보다 따르고 정확한 후속 예보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8월 23일 오전, 미국은 8월 23일 오후 6시 목포 상륙, 군산 경유로 태풍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 태풍 '솔릭'의 사례를 본다면 일본>미국>한국 순의 태풍진로 정확도를 보인 셈이다. 

물론, 태풍 '솔릭' 한 사례만으로 기상청 일기예보 정확도를 판단할 수 없다. 이때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상연감'이다. 기상연감은 각 기상청의 태풍진로 예측에 대한 종합 점수를 측정한 것이다. 2017년 기상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27개 태풍에 대해 한미일 3국의 예보시간별 진로오차는 이틀 전부터는 일본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태풍 경로 예측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일본과 미국 등 상대적으로 기상청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는 뛰어난 최신식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예보가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위성 정보는 3국 예보관이 공유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 일본 등 각 국가의 예보관은 위성 정보·예측 모델 등 같은 데이터를 확인한다는 의미다. 이어 기상청 관계자는 "국가의 예보관의 최종 분석에 따라 태풍 경로 예측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30일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내놓은 자료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김 의원은 "기상청 현직 예보관의 78%가 50대 이상이고 30대는 단 1명뿐"이라며 "고강도 업무 환경 탓에 기상청 직원들의 예보관 기피현상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한, 예보 현업 업무수행을 하는 전국 5급 이상 예보관 46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4년 3개월이었고, 예보관 재직 기간이 4년 3개월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26명(57%)이었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예보관으로 재직한 사람이 단 2명에 불과할 정도였고, 전국 11개 기상청별로 예보관의 평균 재직 기간도 큰 편차를 보였다는 것이다.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 작업을 진행할 경우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하우스 시설을 운영하는 농가의 경우 태풍 대비를 위해 비닐 철거 작업에 수백 만 원을 투자해야 하며, 이를 다시 원상복구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액수가 필요하다. 사전 대비로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에 농어민의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에 기상전문가들은 "한반도 기상은 변수가 많다. 태풍 예측은 기상예보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예측률을 보이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역시 솔릭의 경로 예측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말을 증명하듯 기상청의 태풍 예보 정확도가 최근 3년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운영해온 국가태풍센터 운영 사업의 성과지표 달성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0%에서 2016년 97.7%, 2017년 81.4%로 점진적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구 온난화로 기상 예측의 난이도가 급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놓쳐서는 안될 과제가 있다. 최첨단 장비도 중요하지만 그 장비를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존재는 바로 '사람'이다.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기상 선진국의 정확도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안정적 신분보장 등을 토대로 한 체계적 인적 투자가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키우는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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