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마디> "전 세계를 다니면서 공연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전태관이랑 명동에 틈새라면을 먹은 건 기억이 나죠. 결국 먹고 살려고 음악한 거 같습니다." (김종진)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특별하다. 블루스, 재즈를 기반으로 실험적이고 성공적인 사운드를 완성해냈고, 항상 최고만을 추구했다고 자부하는 김종진 전태관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종진도 세월 앞에 장사 없었다. 19일 오후 서울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김종진은 30년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며 엉뚱한 일화들을 들려줬다.
김종진은 "30년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저희는 최초의 수식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다"며 "돌이켜보면 험하게 일한 기억, 힘든 기억이 많다"고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30주년을 맞아 수첩을 펴고 만년필로 적어봤다고 밝힌 그는 "같이 일하고 다녔던 것들이나 나눴던 이야기보단 먹었던 게 기억나더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뉴욕주 북부에서 두 달동안 한 방에서 잠을 자면서 작업을 하다가 한국 음식이 그리우면 두 시간이나 차를 몰고 뉴욕 맨해튼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이라던가 "전태관과 먹었던 명동에 틈새라면을 먹은 건 기억난다"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고, 다른 것들을 무수히 많이 겪었는데 다른 건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먹고 살려고 음악을 한 거 같다"면서 "최근에 전태관에게 문병을 가서도 전태관은 매운 떡볶이와 닭 날개를 먹고 나는 피자를 시켜먹었다"고 전했다.
30년 음악 인생으로 지천명을 넘어선 나이에 김종진이 깨달은 건 결국 음악이 아니라 삶의 소소한 행복, 그 중에서도 식도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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