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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극장가, 골라 보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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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극장가, 골라 보는 재미 쏠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1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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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설 연휴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특히 올해는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5일 동안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대목을 맞아 극장가는 푸짐한 한상 차림을 준비했다. 한국영화와 외화의 격돌도 흥미로우며 코믹, 액션, 멜로,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가 포진해 있어 골라 보는 재미가 그 어느 때보다 쏠쏠할 전망이다.

◆ 코믹 장착한 액션영화 '조선명탐정2' '모데카이' '킹스맨'

4년 만에 설 극장가를 다시 찾은 김석윤 감독의 코믹 탐정 어드벤처물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허당기 넘치는 탐정 김민(김명민)과 조력자 서필(오달수)이 조선 전역에 유통되고 있는 불량은괴 사건 및 소녀 노비 실종사건을 파헤친다. 전편에 비해 이야기의 집중도, 육해공을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액션, 김명민-오달수 콤비의 호흡이 진일보했다. 부싯돌 라이터 '지풀'과 조선판 행글라이더 '비거' 등 김민의 발명품들은 흥미를 한껏 자아낸다. 가수 조관우의 허를 찌르는 조연 연기, 청순미녀 이연희의 변신 등도 주목할 만하다. 오락영화로서 맘껏 웃고 즐기기에 제격이다.

▲ '조선명탐정2' '모데카이' '킹스맨'(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18일 개봉하는 조니 뎁 주연의 ‘모데카이’는 코미디 케이퍼 필름(범죄영화)이다. 전세계 미술 수집가들이 노리는 고야의 명작 '웰링턴의 공작부인'이 복원 도중 감쪽같이 사라지고, 파산 직전의 예술작품 딜러인 영국 귀족 모데카이가 하인 조크와 함께 그림의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톱스타 조니 뎁, 기네스 팰트로,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아 황금빛 앙상블을 보여준다. 영어 말장난 등으로 웃음의 정서가 약간 다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클래시컬한 슬랩스틱 코미디의 미덕을 보여주는데는 이론이 없다.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지금껏 봤던 스파이 액션영화의 진부함을 떨쳐낸다. 높은 IQ, 주니어 체조대회 2년 연속 우승 하지만 학교 중퇴와 해병대 중도 하차를 한 루저 에그시(태런 애거튼)가 베테랑 첩보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에게 스카우트돼 전설적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훈련을 거치며 최고의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

중후한 연기파 콜린 퍼스의 액션배우 변신은 만족도를 높이며 펍에서의 우산액션, 교회에서의 일대 다수 총격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첩보액션에 사회풍자 내용까지 담고 있다.

◆ 1970년대 속으로~ 낭만의 추억 '쎄시봉' vs 잔혹한 기억 '강남 1970'

김현석 감독의 '쎄시봉'은 1970년대 대중 음악계를 사로잡았던 전설의 듀오 트윈폴리오의 멤버가 3명이었다는 사실에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버무렸다. 당시 포크음악의 산실이었던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활동무대로 삼았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실존 인물과 '제3의 멤버' 오근태(정우),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의 사랑 이야기가 매끄럽게 교차한다. 당시 히트곡 '웨딩 케이크'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딜라일라' '한번쯤' 등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또한 순도 높은 첫사랑의 향기에도 빠져들 수 있다.

▲ '쎄시봉'(사진 위)과 '강남 1970'

'쎄시봉'이 그 시절 청춘의 순정과 꿈을 낭만적으로 그려졌다면 액션 누아르 '강남 1970'은 허허벌판이던 강남 땅개발이 시작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청춘의 비정한 현실과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당시 서울시장은 도시의 균형발전을 내세워 개발계획을 발표하지만 땅값을 끌어올려 그 차익을 대선자금으로 쓰려한다. 땅과 돈의 맛에 푹 빠진 주인공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는 욕망을 떨궈내지 못한 채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제3한강교' '아낙'과 같은 추억의 노래가 귓전을 자극한다.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으로 폭력성이 짙다.

◆ 사랑과 우정 사이...'오늘의 연애' vs '웰컴, 삼바'

박진표 감독의 '오늘의 연애'는 초등학교 동창 사이인 두 남녀가 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썸'이라는 세태를 투영시키며 그려낸다. 늘 여자에게 헌신적이나 차이기 일쑤인 답답한 초등학교 교사 준수(이승기)와 사귈듯 말듯 애매하게 행동하고 결정적일 때 발을 빼는 미모의 기상캐스터 현우(문채원)가 오해와 갈등을 딛고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내용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이승기의 순발력, '로코 퀸'의 자질을 입증한 문채원의 능수능란한 연기가 눈부시다. 로맨틱 코미디로 현실공감 지수가 꽤 높은 작품이다.

 

프랑스 영화 ‘웰컴, 삼바’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녀의 진한 우정담이자 로맨스물이다. 경쟁이 지배하는 직장 생활에 심신이 지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헤드헌팅사 임원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불법 거주자로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흑인 청년 삼바(오마 사이)의 특별한 인연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방전된 백인 여자와 무한긍정의 흑인 남자가 서로를 위로하며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펼쳐진다.

◆ 실화의 묵직한 감동 '폭스캐처' vs '이미테이션 게임'

'머니볼' '카포티'의 베넷 밀러 감독이 세 번째로 만든 실화 소재 '폭스캐처'는 자신이 후원하던 레슬링 팀 ‘폭스캐처’ 소속의 금메달리스트를 살해한 억만장자 존 듀폰 케이스를 영화화했다. 전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 마크 러팔로 3인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스티브 카렐), 남우조연상(마크 러팔로), 감독상(베넷 밀러), 각본상, 분장상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웰메이드 작품이다.

▲ '폭스캐처'(사진 위)와 '이미테이션 게임'

'이미테이션 게임'은 매 순간 3명이 죽는 사상 최악의 제2차 세계대전에서 24시간마다 바뀌는 독일군의 해독불가 암호를 풀고 전쟁의 역사를 바꾼 영국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드라마틱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괴짜이자 섬세한 감성을 지닌 천재 수학자로 변신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앨런의 조력자인 명석한 여성 수학자 조안 클라크 역 키이라 나이틀리의 예리한 연기가 매끄럽게 어우러졌다.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미테이션 게임'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상태다.

◆ 상업 영화에 지쳤다면 혁신적인 독립영화 '찜'

전형성의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은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아 무작정 무대를 뛰쳐나온 무명 연극 여배우(신동미)가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형사(유준상)에게 지난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전개된다. 꿈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극적 구성과 밀도 높은 이야기 얼개가 주목할 만하다.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부졸 국제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받으며 국내에 앞서 해외에서 호평 세례를 이어가고 있다.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망원동 인공위성' '꿈보다 해몽'(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형주 감독의 다큐켄터리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은 개당 1만원짜리 티셔츠를 팔아서 DIY(직접 제작) 방식으로 개인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에 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아티스트 송호준의 이야기를 2년에 걸친 촬영으로 담아냈다. 송작가의 도발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4포 세대' '88만원 세대'인 이 시대 청춘에게 꿈과 도전에 대한 현실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기존 다큐멘터리 영화와 달리 촬영, 편집, 음악이 유려하다.

김성호 감독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아이들의 엉뚱한 발상과 개를 훔치기 위한 치밀한 작전 계획과 모의, 동조자들의 협력과 대담한 실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결합함으로써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가족영화로 손꼽힌다. 지난해 12월 개봉 이후 대기업 배급에 밀려 상영이 중단되는 위기를 겪었으나 유명인사, 블로거, 열성관객의 대관 릴레이에 힘입어 실질적인 재개봉에 들어갔다.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레 이지원 등이 출연한다.

◆ 아이 동반 가족관객 겨냥한 애니메이션 '대전'

긴 연휴 방에서 뒹구는 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야 할 부모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들도 가득하다.

 

지난 12일 개봉한 '도라에몽: 스탠바이미'는 더욱 생동감 넘치는 도라에몽의 모습과 탄탄한 스토리로 눈길을 끌며 현재까지(16일 기준) 17만392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날 개봉한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는 뮤지컬 배우 바다,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OST에 참여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11만3955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10만 이상의 관객 동원에 성공한 두 영화는 설 연휴까지 관객을 노리며 18일 개봉하는 '스폰지밥 3D' '옐로우버드'와의 경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스폰지밥 3D'는 지난 16년간 인기를 누려온 TV 애니메이션 '스폰지밥' 2D 캐릭터들이 처음 3D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3D로 변신한 캐릭터들이 바다를 벗어나 육지로 모험을 떠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설 연휴 가장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1위에 꼽힌 '옐로우버드'는 신선한 스토리와 동물계 신 스틸러들의 총출동으로 호기심을 높이고 있다. 국내 최연소 조류연구가 정다미의 추천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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