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9 07:51 (목)
[영화리뷰] 제이크 질렌할 역연 돋보이는 스릴러 '나이트 크롤러'
상태바
[영화리뷰] 제이크 질렌할 역연 돋보이는 스릴러 '나이트 크롤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25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은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생생한 현장 영상을 TV매체에 고가로 팔아넘기는 나이트 크롤러를 보게 된다. 이 일이 돈이 된다는 걸 직감한 블룸은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구입한 뒤 나이트 크롤러 생활에 뛰어든다. 남다른 감각으로 지역 방송채널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블룸은 매번 경이로운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한다. 자신에 촬영에 도취한 루이스는 급기야 더 큰 특종을 만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파파라치’가 유명 인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좇는다면 ‘나이트 크롤러’는 차량충돌, 화재, 유혈이 낭자한 살인과 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를 좇는다. 빠른 차와 고가의 비디오 카메라로 무장을 한 채 경찰 무전을 들으며 경찰보다도 먼저 현장에 도착해 사건 현장을 찍어 언론사에 팔아넘기는 프리랜스들이다.

 

‘나이트 크롤러’는 도심의 야행성 동물, 하이에나와 같은 이들의 세계를 다룬다. 나이트 크롤러와 함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특종에만 집착하는 미디어의 이면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나이트 크롤러와 미디어는 공생 관계를 구축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화젯거리에 집착한다. 이를 위해선 뉴스의 생명인 ‘팩트’를 조작하는 것마저 불사한다.

여기까지는 병든 미디어의 속살을 까발린 사회고발 영화로 머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트 크롤러’는 소통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한 소시오패스의 성장기(?)를 스릴러 터치로 진행한다.

인터넷 강의를 통해 대학 경영학 학위를 취득한 루이스는 온라인에서 습득한 각종 정보를 금과옥조처럼 외우며 머리를 채운다. 비상한 두뇌와 언변을 소유했으나 대인관계의 부재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는 처음엔 맨홀 뚜껑이나 철조망 등을 훔쳐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좀도둑에 불과했다. 그러던 그가 니나와 미디어의 지지, 대중의 열광, 거세게 차오르는 욕망을 자양분 삼아 무섭게 진화한다. 그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냉혹함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괴물이 된다.

 

‘본 레거시’ ‘리얼스틸’에서 탄탄한 전개와 흡입력 있는 각본력을 과시한 댄 길로이의 감독 데뷔작인 ‘나이트 크롤러’는 경쟁 사회의 레일 위를 폭주하는 현대 미디어와 소시오패스의 민낯을 효과적으로 교차한다. 하지만 놀랄 만한 깊이나 충격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주연을 맡은 제이크 질렌할의 변신이 두드러져서다. 배역을 위해 13kg을 감량한 질렌할은 단정한 외모, 지적인 말투와 달리 퀭한 눈과 욕망으로 희번덕이는 눈으로 소름 돋는 루이스 캐릭터를 더할 나위 없이 연기해낸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공연했던 히스 레저의 악당 조커 변신을 연상케 한다. 우아한 매력으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았던 금발 여배우 르네 루소의 후덕해진 모습을 오랜만에 만나는 재미도 크다. 러닝타임 1시간58분. 청소년 관람불가. 2월26일 개봉.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