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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 '스파이' 종영, 저조한 시청률로 작품까지 폄하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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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Q] '스파이' 종영, 저조한 시청률로 작품까지 폄하돼서야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07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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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KBS는 지난 1월 드라마 '스파이'(극본 한상운, 연출 박현석)를 시작하며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시작한다"고 했다. '스파이'를 연출하는 박현석 PD는 "(금요일 저녁은) 좀 약했던 시간대라 강한 콘텐츠를 넣자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고민했고, 새롭고 도전적인 작품을 넣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스파이'는 이스라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국내에 잘 없는 '첩보물'이었다. 전직 스파이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 박혜림(배종옥 분)이 국정원 소속 아들 김선우(김재중 분)를 포섭하라는 임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오히려 맞붙게 되고, 결국은 뜻을 모아 황기철(유오성 분)에 대항한다. 소재와 내용, 편성 면에서도 신선한 시작이었다.

▲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 마지막회. [사진=방송 캡처]

첫 방송에서 '스파이'는 8.5%(1회), 7.9%(2회)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시청률은 계속해 하락하며 6일 방송한 마지막 방송은 4.6%(15회), 4.1%(16회)의 수치를 찍었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지상파 드라마로서 아쉬운 시청률이다.

'스파이'의 저조한 시청률은 편성 시간대, 생소한 내용 때문으로 보는 편이 적합하다. '스파이'의 다수 시청자들은 온라인 상에 "저조한 시청률에도 끝까지 높은 질을 유지해 제작진에 감사하다"며 "매회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금요일 저녁은 일반적으로 지상파 드라마를 방송하지 않는 시간대다. 일일드라마가 아닌 16부작, 20부작의 미니시리즈의 경우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로 방송한다.

때문에 '스파이'의 경쟁작은 지상파 드라마가 아니었다. 같은 시간대 방송하는 SBS 예능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와 케이블 방송임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tvN '삼시세끼-어촌편'에 밀렸다. 이들 프로그램은 6일 각각 13.8%, 1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익숙지 않은 소재도 저조한 시청률의 이유로 분석된다. 국내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은 내용으로 인해 시청층 유입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소재만 놓고 보자면 대중적 인기보다는 마니아층을 겨냥해 수사 드라마, 누아르 등을 내놓는 케이블 채널에서 시도했을 콘텐츠에 가깝다. 편성 시간대 뿐 아니라 내용 또한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제작진은 방송에 앞서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극중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줬으나 대중의 마음까지는 끌어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저조한 시청률을 재미와 완성도를 이유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저조한 시청률로 작품까지 폄하돼서는 안 될 것이다. KBS는 이를 '도전'이라고 말했으나, 도전이 그에 대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은 제작진과 배우에 돌리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 간, 적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풀어낸 극본, 가족 첩보극의 박진감을 살리는 빠른 화면 전환, 세련된 색채 등 영상의 연출은 돋보였다. 배종옥, 유오성, 김재중, 정원중, 고성희, 조달환 등 배우들은 호연을 보여줬다.

새로운 도전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그는 또다른 도전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스파이'의 조용한 종영은 더욱 아쉽다. 아직은 '도전'이 생소하게 여겨지는 때일까.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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