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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전설의 마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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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전설의 마녀'의 명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0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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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8일 종영한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의 고두심 김수미 전인화 오현경 한지혜 하연수. 쟁쟁한 여배우 라인업이었다. 4회까지 방영된 KBS2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의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역시 마찬가지다.

두 작품 모두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을 캐스팅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여자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흔치 않은 드라마다. 그런데 평가는 하늘과 땅만큼 간극이 넓다.

‘전설의 마녀’는 각자 억울한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통쾌한 설욕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았다.

▲ '전설의 마녀'

‘전설의 마녀’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나 통속적 요소가 가득하다. 시청자를 유인하기 위해 본처와 첩의 등장, 출생의 비밀, 상처와 복수라는 자극적인 양념을 솔솔 뿌렸다. 차이는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과 PD의 연출 역량이다. 이는 깊이와 밀도, 공감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코믹 성향이 강했던 ‘전설의 마녀’는 개그인지 드라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오락가락 행보로 일관했다. 기업 비리, 갑질 논란, 진정한 가족애와 남녀의 사랑 등 온갖 소재를 끌어들였으나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수렴시키지 못한 채 1회성 에피소드로 남발한 결과 어수선한 막장 소동극이 돼버렸다. 어처구니없는 극 전개와 캐릭터 묘사에선 '시청률의 여왕'이자 ‘막장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임성한과 김순옥 작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들보다 고단수였던 대목은 노골적인 PPL(간접광고)이었다.

‘전설의 마녀’ 속 캐릭터는 단선적이고, 대사와 에피소드는 성겼다. 그러다보니 고두심 전인화 같이 연기력 좋은 배우들조차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연기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날카로운 비판이 관통하는 블랙 코미디였다면 장르와 연기 면에서 신선한 도전으로 공감을 샀을 것이다.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아직 4회까지 밖에 방영되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함에도 작품의 얼개나 밀도가 탄탄하다. 1980년대와 현재를 미스터리 터치로 교차시키며 여자들의 내밀한 고민을 표출한다.

남편의 외도 이후 응어리를 가슴에 담은 채 살아온 한식 요리연구가 순옥(김혜자), 악마와 같은 선생으로 인해 고교 퇴학 후 19세에 결혼해 교수 딸을 뒀지만 자존감이 약한 사고뭉치 싱글맘 현숙(채시라), 모범생으로 대학 인문학 강사까지 됐으나 폐강 이후 알바를 전전하는 마리(이하나)는 착하게 살 수 없는 사회에 갇힌 여자들의 상처와 상실감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남편과 자식에 대한 배신감, 정체성의 혼란은 세대를 뛰어넘은 숙명이자 고뇌이기에 보편성을 확보한다. 김인영 작가의 글은 ‘피곤하지 않은’ 김수현 작가를 연상케 할 만큼 인간 심리의 바닥까지 예리하게 훑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은 매끄럽고 진지하다.

특히 본처 역 김혜자의 복합적인 캐릭터 연기와 ‘세컨드’ 장모란 역 장미희의 우아한 캐릭터 연기 앙상블은 명불허전이며 순간순간 웃음이 터진다. 장미희의 가슴팍에 꽂히는 김혜자의 발차기 연기를 보라!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라 각자의 입장에서 카타르시스, 연민을 느끼게 된다. 오랜만에 복귀한 1990년대 청춘스타 채시라의 저력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배우들의 가치를 오롯이 표출시키는 작가와 연출자의 힘이다.

종영한 ‘전설의 마녀’와 막 시작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여자 그리고 여배우를 다루는 드라마의 폐해와 전범을 이렇듯 동시에 보여준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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